전기로 개편되는 '베이징의 도로' Best cars at the Beijing Motor Show 2016: VIDEO
전기 모바일 시대 열어
베이징 모터쇼 전기차 일색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
규제 일변도 전기차 보급정책,
시민들 불편 불만 고조
2016 베이징 모터쇼 기간 방문한 베이징의 도로는 급격히 ‘전기’로 개편되는 모습이었다.
바이두(위)와 메이콴의 배달용 전기이륜차.
Best cars at the Beijing Motor Show 2016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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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전기차를 발견할 수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전기이륜차를 타고 골목골목을 누볐다. 대로변에는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트롤리 버스’가 전선을 타고 쉴새없이 사람들을 날랐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에 따른 급격한 혁명이 전기차 보급이 지지부진한 우리나라의 사정과 비교돼 부럽기도 했지만 이로 인해 큰 불편을 겪는 현지인들의 속사정을 알고나니 전기차 보급정책이 규제 일변도로만 향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 모빌리티 시대 진입한 베이징
베이징 공항에서 나와 시내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지켜본 베이징의 도로는 놀라웠다. 벤츠, BMW, 아우디, 캐딜락 등 고급차들이 도로를 수놓고 있었다. 대부분 합작회사의 자동차였다. 전기차가 이미 상당히 보급됐다는 베이징이었지만 도시 외곽 도로에서는 전기차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도심에 들어서는 순간 수많은 전기 이륜차가 시선을 끌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길을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이 전기 이륜차를 타고 저마다의 길을 간다.
배달용으로 사용되는 것도 전부 전기이륜차다. 중국에서는 한국의 배달의민족과 비슷한 어러마, 메이퇀, 바이두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이 업체들의 로고를 단 전기이륜차가 도시 곳곳을 수놓고 있다.
도심에서는 전기차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BYD 등 현지브랜드의 차량이 대부분인데, 사실 주행중인 차량보다는 주차된 차량이 대부분이다.
거리 한켠에 주차된 베이징기차의 전기차.
가장 놀랐던 것은 전선을 통해 직접 전기를 공급받으며 운행하는 ‘트롤리 버스’다. 유럽 등지에서도 최근에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전기차와 전기 오토바이와는 달리 베이징의 트롤리버스는 상당한 역사를 가졌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베이징의 트롤리 버스는 아편전쟁 이후 1910년대부터 영국과 프랑스에 의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이후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이를 없애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친환경성’을 인정받아 없어지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쨌든 눈으로만 살펴본 베이징의 도로는 상당히 전기 모빌리티에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베이징 시내의 트롤리 버스.
‘규제 일변도 정책’에 불편한 시민들
하지만 베이징 시민들에게 들어본 실상은 부럽지 않았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일변도 전기차 보급정책에 시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먼저 2007년부터 중국정부가 베이징 시내에 휘발유를 사용하는 이륜차 등록을 전면금지하며 전기이륜차로의 변환이 급격히 이뤄졌다. 이에 따라 1층 상점에서 멀티탭을 이용해 전기를 끌어 전기 이륜차를 충전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충전인프라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보행자들에게 불편이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현지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 가면 고층에서 전선을 내려 충전을 하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충전인프라 없이 무작정 보급된 전기이륜차의 이면이다.
주차된 전기차는 많지만 주행중인 차를 발견하기 어려웠던 이유도 인프라와 관련이 깊다. 막상 전기차를 샀지만 충전인프라가 전무하니 운행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베이징 사람들은 인프라가 부족한데 전기차를 왜 사는 걸까. 베이징에서는 매년 한정된 수의 번호판만을 발급하는데, 이를 추첨을 통해 배정한다. 지난해의 경우 내연기관차 12만대와 전기차 3만대만이 허용했는데, 내연기관차의 경우 경쟁률은 200:1에 달했다. 올해는 내연기관차 9만대와 전기차 6만대가 허용된다. 내연기관차의 경쟁률은 더 치열해진 반면, 전기차는 구입을 원하면 즉시 번호가 발급된다.
꽉막힌 퇴근길 베이징 시내.
물론 내연기관 차를 억제해 환경오염을 최소화 한다는 정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규제로 일관하는 정책은 문제가 있다. 베이징은 중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 대중교통 인프라는 좋은 편이지만 외곽의 경우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도 많다. 그럼에도 내연기관차 대신 구입한 전기차는 이들에게 아무런 대안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통이 편리한 곳의 집값이 상상을 초월하게 뛰어오르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급 정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베이징(중국)=최윤신 기자 머니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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