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의 미래는 준비하는 자가 만든다" - 장승필 서울대 명예교수
토목신문 창간 7주년 기념 인터뷰
오랜 기간 건설 분야 혁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오셨는데, 돌이켜 본다면.
장승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본지 회장·사진)>
국가의 1년 예산의 18%에 이르는 건설경제는 그 다루는 분야가 다양합니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학회, 협회 등 이익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후에는 그들의 서로 다른 입장을 모두 고려하려던 정부의 건설산업 구조 혁신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우리 토목분야의 발전을 위한 혁신이 필요를 공감하고, 정부의 혁신 능력의 한계를 인식한 민간들의 우려가 높습니다. 결국 2001년부터 건설산업의 혁신을 준비하기 위한 대한토목학회 기술정책위원회가 발족되어 활동을 시작합니다. 또한 건설산업비젼포럼과 같은 건설전체분야를 다루는 비영리 사단법인이 발족될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됩니다.
건설 분야의 혁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보는지.
일부 국회의 인사들은 마치 대한민국을 토목공화국으로 만들 것이냐고 정부를 비난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회에서 많은 의원들은 본인들이 속한 지역에 기반시설을 조금이라도 확충하기 위하여 안간힘들을 쓰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기반 시설들이 정부에서 행하는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 시켜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이중적인 태도는 일반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우리 토목인 들에게 지속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미 건설에 대한 국민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낙인찍힌 현 이 상황이 개선되기 까지는 모든 건설인 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유지관리 분야에 대한 전망은.
국내 유지관리의 문제점은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교량사고를 계기로 크게 사회이슈화 되었습니다.
최근에 발견된 정릉천 콘크리트 PS거더교의 외부 긴장재가 부식으로 절단되어 구조물이 극한 한계상태까지 이르게 된 경우입니다. 대형 참사 직전에 케이블 파단을 발견 한 것은 우리 건설인들에게 커다란 행운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위험은 전국에 건설된 모든 PS박스거더교에 해당하므로 해당되는 모든 교량의 점검이 필수적이라고 판단됩니다.
대학교 토목분야의 관련 전공에 기획, 설계 및 시공뿐만이 아니라 건설된 후의 기반시설물들을 유지관리할 수 있는 교과내용의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산업계에서도 설계와 유지관리를 통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건설산업이 위축되면서 전체 경기가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펼쳐가야 하나.
우리 건설산업 분야도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이 양적으로는 거의 끝이 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건설산업의 양적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미래에 정부가 해결한 과제는 교통문제, 자연재해, 기후변화, 에너지, 식량확보, 자원의 분배, 노령화, 사회의 안전망구축, 등 과거와 다른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앞으로는 대단위 복합 도시기능을 추구하는 Mega City 개념의 주거형태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사회기반시설의 규모와 질이 미래에는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새로운 환경에 맞는 시설물을 기획, 설계, 및 시공 유지 관리하기 위한 준비가 시급히 요구 되는 시점에 우리 건설인들이 현재 서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대학 전공분야에서 강의하고 있는 내용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대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 건설 산업에 관련된 교육과 연구가 우리 건설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일각에서, SOC분야의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찾기 위해 기존에 운영 중인 정부와 산업계 산하의 정책연구기관과는 차별화된 정책집단이 국회 내에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우리 토목학회를 비롯한 건설단체에서는 건설산업의 비리를 청산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 오고 있고, 2016년 현재 지난날에 비해서 많은 부조리가 해소 되었다고 확신됩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노력이 토목인 끼리 모인장소에서 논의되기 때문에 실제로 국민들의 피부에는 와 닿고 있질 않습니다. 우리는 일반국민들에게 우리들이 건설산업계를 정화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급히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을 상대로 토목학회에서 토목인들의 생각을 전달 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에 우리들의 노력을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저는 국회 내에 산업계와 정부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정책집단이 만들어 지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찬성입니다.
국내 정치지도자와 정치집단의 주위에는 토목이나 SOC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한 사람들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SOC 이해도가 높은 경제학자들과의 교류가 시급하다는 견해가 있다.
주민들과 직접 상대를 하는 정치인들은 사회기반시설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개발차원에서가 아니라 복지차원에서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 정치인들은 언제든지 국민들 앞에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근거를 정치인들에게 줄 수 있는 사람들은 경제학자들 밖에 없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특히 공공정책을 다루는 경제학자들은 물류가 얼마나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지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이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를 경제지표로 나타내어 이를 정치인들에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 토목기술자 중에서 건설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자들과 공공정책을 다루는 경제학자들 사이에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대학에서 토목을 공부한 사람 중에서 건설정책에 관심을 가지는 기술자를 공공정책을 다루는 대학원 전문과정을 이수하게 하여 이들이 토목 건설정책분야를 대표하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정책이나 건전한 대안 제시는 명예의 전당인 학교에서 리드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에 대해 학계의 원로로서의 생각은.
저는 건설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대학교수들의 몫이라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습니다. 사실 정부의 건설정책에 대한 비판뿐만이 아니라 건설정책개발 과정에도 대학 교수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의 현실에서는 교수들이 건설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국토개발원이나 한국건설연구원같은 정부 산하기관에 정책개발을 의뢰할 경우가 많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문제는 정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개발될 정책과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단체들의 로비로 인하여 처음에는 건전하게 시작되었던 정책내용이 정부안으로 발표될 때에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다는 데에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제3자적인 입장에서 냉철하게 한국의 건설산업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엘리트 집단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대학의 젊고, 열정을 갖고 있는 우수한 교수님들과 연구원들이 함께 참여하여 연구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시급하다고 판단됩니다.
미래의 토목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래의 토목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게 될지 예상은.
미래의 토목은 지금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토목공학은 지금으로서는 건설에서 유지관리 가 중요한 분야로 지엽적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통일 한반도에 대한 어떠한 구상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토목의 모습은 현재와 많이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토목은 과거와 같이 칸막이 건설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복합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지금도 벌써 건설은 사람의 머리와 건설기계가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토목현장은 사람의 기획과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자동화된 기계 시공이 주를 이룰 것으로 추측됩니다.
미래의 지방자치단체장은 본인이 책임지고 있는 모든 사회기반시설의 정보를 가지고, 앞으로 변하는 사회환경을 데이터 분석을 통하여 예측한 후 이에 대응하는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기반시설은 사용기간이 길어지면 노후화가 일어나고 또한 사회의 발전에 따라 사회기반시설의 역량이 부족하게 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미래 사회의 발전에 따라 거기에 걸 맞는 사회기반시설이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 토목기술자들도 미래학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엔지니어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자신감과는 달리, 경제와 경영 마인드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우리 토목분야는 그 담당하는 분야가 너무 광범위하고, 시간적으로도 다른 산업에 비하여 매우 길기 때문에, 대학교 다닐 때에는 토목분야에서 무슨 일을 다루는 지 잘 알기가 어렵습니다. 사회기반시설이 국가 경영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영과 직접관계가 있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면, 우리 토목인들은 사회기반시설물을 단지 공학적인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이 시설물들로 인해서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또한 사회기반시설은 그 구조물이 건설되는 시대의 문명의 수준을 나타내는 기준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가 건설하는 구조물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우리는 인식하게 됩니다. 저는 그래서 우리 토목인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토목기술자들은 일반적으로 건설현장에서 몸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학이나 인문학을 공부할 시간을 내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우리들이 우리들의 가치를 스스로가 높이기 위해서는 힘이 들더라고, 우리들이 다루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공학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그리고 역사적인 면을 충분히 고려하여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간 토목의 혁신을 위해 많은 일을 시도하고, 늘 토목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후배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저는 앞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모든 사물은 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토목분야도 변할 수밖에 없을 터인데, 상식적으로 좀 더 건전한 방향을 변하게 하려는 시도가 혁신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이라는 매우 불안정한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는 형제 국가와 통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미 선진국 대열에 서있는 상태라 국내의 인프라가 이미 많이 확충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를 상대로 우리들의 기술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런데 세계에는 매우 많은 나라가 있습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우리들이 지난 반세기동안 갈고 닦은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고, 어떤 나라 기술자들은 우리기술보다 더 높은 기술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미래를 창조해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은 학교에서 자기 시간을 자유로이 배분하여 교육과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교수님들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갈 학생들일 것입니다.
저는 교수님들과 학생여러분들에게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을 가지고 어둠 속에보이지 않는 한국건설산업의 미래 모습을 찾아내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주실 것을 진심으로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송현수 편집국장 ceo@cenews.co.kr 토목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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