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다시 금에 투자하라"


박중제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


  따지고 보면 종이화폐 시스템이 정착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출처 investingnews.com


4월 29일현재 금시세 출처 한국금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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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인간이 온전히 종이화폐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달러와 금의 교환을 중단한 시점부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종이화폐의 역사는 불과 50여년 정도인 것이다. 


피터번스타인의 ‘황금의 지배’라는 책을 보면 ‘금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인류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잘 나와있다. 닉슨의 선언 이전에 종이화폐는 언제나 금이나 은과 교환되었다. 유구한 인류의 역사에서 궁극의 가치저장 수단은 종이화폐가 아니라 바로 노란금속 즉, 금이었던 것이다. 


화폐라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계약’이다. 즉 특정한 화폐에 일정한 가치가 있다고 사회구성원들끼리 합의를 하고 이를 정부가 보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수천년동안 사람들은 이 계약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화폐 발행권을 가지고 있던 정부가 사람들 몰래 화폐의 가치를 타락시킬 수 있다는 걱정을 했던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일부러 화폐 가치를 타락시킨 사례는 무수히 많다. 중세 시대의 영주가 금화에 들어가는 양을 일부러 속이기도 했고 종이화폐를 금으로 바꿔주는 금태환 시대에도 정부는 때때로 태환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종이화폐를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사용상의 편리성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급속히 발전하는 실물경제의 규모를 금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은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피와 같은 존재다. 금의 공급이 제한적이라면 오직 금을 화폐로 인정하는 경제의 성장은 한계가 있다. 오즈의 마법사의 모티브가 되었던 미국의 은본위제 논란도 이러한 이유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특히 경제가 불황에 빠졌을 때 종이화폐제도는 근본적인 위협을 받게 된다. 지금이야 많이 익숙해졌지만 사람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중앙은행이 돈을 뿌리는 정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것이 결국 돈의 가치를 타락시켜서 정부부채를 실질가치를 낮추고 국민의 부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무수히 많았던 경제 공황에서 가장 힘든 것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태환을 중단하거나 돈을 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담론들은 경제 시스템이 발전하기 전에 있었던 일들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사실 현대 경제 및 금융 시스템에서의 사람들의 생각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버냉키의 연준이 양적완화정책을 시작할 때 사람들은 바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떠올렸다. 


돈을 무제한으로 살포하면 물가가 살인적으로 올라 돈의 가치가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역사상 가장 심한 디플레이션 구간에서 사람들은 하이퍼인플레를 앞서서 걱정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하이퍼인플레는 기우였고 아직까지도 오히려 저물가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이 다시 한번 크게 바뀌고 있다. 이제는 통화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재정정책을 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불과 3년전만해도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은 크게 공감 받기 어려웠고 오히려 금융을 망치는 정책이라고 비판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어 올해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일부는 추진하고 있다. 슬프지만 통화정책의 한계를 인식한, 어쩔 수 없는 변화다. 


재정정책을 받아들이면서도 사람들은 정부 부채에 대해 걱정을 하게 된다. 또한 부채가 늘어날수록 부채의 실질 가치를 떨어트리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앞서나간 걱정을 하게 된다. 중세시대, 대공황 그리고 2009년에도 반복됐던 사람들의 반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산을 꼽으라면 단연 궁극의 가치 저장 수단인 금이다. 워렌버핏은 지구인이 땅에서 노란금속을 채굴해 다시 지하에다 묻고 그것을 지키는 장면을 본다면 비웃을 것이라고 금 투자를 무시하기도 했었다. 어떤 사람은 금은 배당을 주지도 않는다고 얘기한다. 또 어떤 사람은 금의 수요·공급을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금 가격과 수요·공급은 솔직히 별로 상관이 없다. 또한 노란금속이 궁극의 가치를 저장하는 것은 수천년을 이어온 바뀌지 않는 인류의 계약이다. 금은 배당보다 통화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2011년 이후 미국의 강달러가 시작되면서 금 가격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올해 들어 달러 강세가 주춤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시 디플레와 인플레를 동시에 걱정하기 시작했다. 금은 바로 이럴 때 투자하는 것이다.

[머니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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