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기술자' 자격, 기술사 → 기사 완화 개정 찬반 논란


산자부 입법예고 전력기술관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기술사 뿐 아니라 '기사'도 경력에 따라 → 가능

전기설계·감리업계 찬반 논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3월 16일 입법예고한 전력기술관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놓고 전기설계·감리업계의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edited by kcontents 


개정안은 기술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에게만 ‘특급’ 기술등급을 부여하는 현행 제도를 고쳐 기사·산업기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도 해당 분야 경력에 따라 특급전기기술자·특급전기감리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 전기 기술자·감리원의 특급 자격이 전기분야 기술사로 한정되던 것과 비교해 규제가 완화된 것.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기술자와 감리원의 자격에 대한 민원이 다수 접수됐고, 산업수요에 따른 등급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특급기술자·감리원 자격기준을 개선했다”며 “반대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정안의 시행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기설계·감리업계는 찬반 양론이 갈라져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전문성, 안전성 고려하지 않은 법 개정 ‘반대’

반대 측은 이번 개정안이 정부가 지난 2006년 폐지한 인정기술사 제도를 재도입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이 기술사의 전문성과 국가자격제도의 실효성을 저하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전기설계·감리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창우 한국기술사회 상근부회장은 “기술사 자격시험이 너무 까다로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민원, 기술사들의 고령화 문제 등으로 인한 사업자들의 어려움은 이해한다”며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기술사 시험의 개선으로 풀어야지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기술사에 대한 가치가 희석되게 되면 지금까지 기술사를 꿈꾸며 공부해 온 젊은 엔지니어들의 목표와 비전이 희미해져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적인 기술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급자격을 얻기 위해 일정기간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한 ‘전력기술업무’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높다.


유해출 한국기술사회 부회장은 “경력자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만한 기준이 없다”며 “제도가 악용되면 전문성과는 무관한 경력을 쌓은 부실한 특급 기술자·감리원이 양산돼 국민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기술사회는 회원 5500여명의 반대서명과 반대요지를 정부에 전달하고, 27일 산업부를 방문, 개정안 반대 요지를 다시한번 강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인력난 심각…자격 완화 필요

반면 개정안이 업계의 고질적인 인력충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일정 자격을 갖추고 관련 경력이 있는 이들에게 특급전기기술자·전리감리원의 문호를 개방해 현장과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찬성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대립은 비단 기술사와 비기술사 간 밥그릇 다툼만은 아니다. 기술사 자격을 갖춘 이들 중에서도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이번 개정안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한 설계·감리업체 관계자는 “사업을 운영하려면 특급기술자, 감리원을 보유해야 하는데 고연령, 고임금의 기술사를 채용하면 효율은 효율대로 떨어지고 돈은 돈대로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비록 자격은 취득하지 못했지만 현장경험도 많고, 일도 잘하는 설계·감리원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가는 것이 맞다”며 “이런 방향이 NCS를 적극 도입하며 능력과 현장중심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정부 정책과도 부합하는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특급기술자·감리원 자격기준 완화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인만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건설 분야에서 특급 자격 기준을 완화해 시행 2년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 정보통신, 소방 분야로 관련 법 개정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예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작정 시행령 개정을 반대하기보다는 개정 이후 만들어질 고시에 집중해 기술사의 가치와 앞으로 경력을 인정받아 나오게 될 특급기술자·감리원들이 보다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삽입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기술사 가치도 인정하고, 업계도 살 수 있는 해법 찾아야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한 전문가는 “이번 개정안이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기술사 제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기술사들의 권익도 보호하고, 발주처나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젊고 유능한 인력수급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예컨대 발주기관에서 업체를 선정할 때 단순한 특급기술자·감리원이 아닌 기술사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에 가점을 더 많이 주거나 특급 자격을 인정하는 경력기간을 더 늘려 개정안보다 진입장벽을 조금 높이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기술사들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차라리 특급기술자·감리원 상위에 기술사 자격을 하나 더 배치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 하다”며 “이렇게 되면 경력을 인정받아 특급 자격을 취득한 이들에게 책임감리 등 업무를 맡겨 인력부족을 해소함과 동시에 기술사의 전문성과 차별성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pkm@electimes.com 전기신문

kcontents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