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력벽 철거 '최대 20%까지' 허용...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 '청신호'
분당·강남 등 2베이서 3, 4베이로 변경 가능
국토부, 리모델링 협회 등 사전 의견 조율 마쳐
5월말께 시행
앞으로 공동주택 리모델링시 세대간 내력벽 철거가 '최대 20%까지' 허용돼 지지부진한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을 준비 중인 서울 강남 개포동 우성 9차 아파트 전경.
이 때 내력벽 철거 범위는 내력벽의 길이나 면적 기준이 아니라 벽의 철거로 하중을 더 많이 받게 된 기준 이하의 파일(pile), 일명 'NG(No Good) 말뚝'의 비율이 전체 말뚝의 최대 20%를 넘지 않아야 한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리모델링 협회 등은 지난 20일 리모델링시 세대 사이 내력벽 철거 범위 등을 확정하기 위한 회의를 갖고 이와 같은 내용으로 최종 의견조율을 마쳤다.
국토부는 올해 초 업무계획을 통해 수직증축 가능 안전등급(B등급)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세대간 내력벽 일부 철거를 허용하기로 하고 관련 법 개정을 추진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으로 가구수 증가 등은 가능하게 됐지만 리모델링 추진 조합으로부터 기존의 내력벽을 철거하지 못해 평면 설계가 나빠지는 등의 문제가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철거 범위를 놓고 국토부와 건설기술연구원은 구조안전 문제를 들어 기준 이하의 파일(NG 말뚝) 비율을 10%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리모델링 협회 등 업계는 구조 보강을 통해 내력벽 철거 비율 제한을 두지 말자고 주장해왔다.
국토부는 이날 협회와 최종 회의를 거쳐 내력벽 일부 철거시 모든 평가항목이 'B등급'을 유지하는 범위내에서 NG 말뚝의 비율을 10% 이내로 제한하되 안전확보가 가능한 경우에 한해 20%까지 추가로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기로 했다.
"안전 담보될까" 우려도
내력벽은 건물의 하중을 받고 있는 벽체로 리모델링시 이 벽체를 철거하면 건물 내부에서 벽과 함께 하중을 지탱하던 파일 일부에 기준치 이상의 하중이 전달되며 'NG 말뚝'이 된다.
정부는 내력벽을 많이 철거할수록 NG 말뚝의 비율이 늘어나는 만큼 이 비율을 원칙적으로 10%로 제한하되 기존 말뚝 간격이 충분해 신설 말뚝 시공이 용이한 경우, 전 층의 경량화로 수직증축 시에도 기존 말뚝에 부담이 없는 경우, 특수 공법을 적용해 수직증축 시에도 기존 말뚝에 부담이 없는 경우 등 기존 말뚝의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 한해 최대 20%까지 10%를 더 허용해주기로 했다.
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말뚝은 건물 안에 숨어 있어 현 상태를 알 수 없고 안전성을 측정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며 "건물의 구조 안전을 위해 말뚝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NG 말뚝 비율이 당초 10%에서 20%로 확대될 경우 현재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분당·평촌·강남 등 상당수 단지들에서 이러한 단서조항을 충족시켜 사업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기존 세대와 세대를 합치는 것이 가능해 아파트 전면에 배치된 방과 거실 등의 갯수가 2개인 종전 2베이(Bay) 아파트를 최근 인기 있는 3, 4베이 아파트로 바꿀 수 있게 된다.
리모델링 협회에 따르면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한 15년 이상 아파트는 서울 75만가구, 전국적으로 443만가구에 이른다.
현재 사업 추진이 가장 빠른 분당신도시의 경우 한솔마을 5단지와 매화마을 1단지를 비롯해 느티마을 3, 4단지와 무지개마을 아파트 등 5개 단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서울 강남에서는 개포동 대치 2차, 우성 9차 등이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준비 중이다.
국토부는 조만간 증축 리모델링 안전진단 기준안에 대한 개정에 착수하고 이르면 다음달 말부터 고시, 시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력벽 철거로 인한 구조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이 제기되고 있다.
한 건축 전문가는 "구조안전성 측면에서 수직증축이 진행될 경우 기초와 수직부재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는데 내력벽까지 허물게 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라는 명분에 매몰돼 국민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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