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초기 손해보면 빨리 팔아야"


허재호 현대증권 PB사업본부장


   "투자 초기에 내가 제대로 베팅을 한 건지 빨리 판단해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출처 golfstory87.tistory.com


손해날 땐 못 파는 게 사람 습성이지만, 그럴수록 초기에 조금이라도 손해난다 싶으면 팔아 버려야 합니다."


지점 영업맨 경력 30년의 허재호〈사진〉 현대증권 PB사업본부장(상무)은 투자자들에게 '파는 시점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매우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실전에서 장기투자가 늘 옳은 건 아니며, 특히 요즘처럼 시장 변동성이 클 때는 한번 리듬을 잘못 타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방망이를 짧게 잡고 자주 리밸런싱(자산 배분 재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주식이든 펀드든 마이너스 20%, 마이너스 30%까지 손실 났을 때는 판단하기 너무 괴롭다. 이럴 때 사람들은 보통 판단을 늦춘다. 투자 초기부터 손실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고민을 빨리 해봐야 한다. 대다수 사람이 투자로 성공 못 하는 이유가 투자 초기에 판단을 그르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배들 사이에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의 전설'로 꼽히는 허 상무 자신은 투자 초기에 1~2%의 손실만 나도 너무너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다면서, 수익률이 -20% 중반까지 떨어졌다면 그건 이미 실패한 투자라고 했다. "손해난 걸 팔아버리고 수익 난 데 돈을 얹는 게 확률적으로 돈을 덜 잃고 더 벌 수 있는 길"이라며 "나중에 아주 많이 손해를 본 뒤에야 겨우 손절매(손실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 파는 것)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투자의 방향을 총괄 지휘하는 고객 자산은 18조원에 달한다. 허 상무는 요즘 길게 보고 추천할 만한 상품이 없어서 고민이라고 했다. "'아, 이거 좋은 상품이네' 하는 순간 벌써 추세가 꺾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본 주식, 중국 주식이 그랬다. 1분기에 원유 ETF(상장지수펀드), 금 펀드가 좋았지만 장기적으로도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나마 그는 분리과세 혜택이 있는 하이일드 펀드나 배당주 투자를 추천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신용등급 'BBB+' 이하인 비우량 채권 등에 투자하는 대신 공모주 물량의 1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어, 롯데호텔·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대형 IPO(기업공개) 종목에 쉽게 투자할 수 있다.


고(高)배당 주식 수익률은 미국의 사례를 봐도 주가지수 수익률을 웃돌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이 버는 것만큼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배당을 많이 주는 주식들은 변동성이 적은 게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허 상무는 "투자의 세계에선 많은 사람이 '이게 괜찮다'고 얘기할 땐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전문가 100명이 모인다고 해도 시세를 예측하거나 관리할 수는 없다"며 "20~30년 주가가 계속 오르는 대세 상승장은 이제 안 온다. 투자자들도 리스크(위험)를 관리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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