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디벨로퍼 변신'..."아직 갈길 멀다"
저유가 등으로 단순 도급사업에 한계
"정부 지원 및 금융기관 협조 필요"
"EPC만으론 생존 불가능",
'기획부터 EPC, 금융조달까지' 종합디벨로퍼로 도약해야
단순 도급사업 위주로만 진화한 국내건설사들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기획은 물론금융까지 조달해 발주처에 사업을 제안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건설업계에 단순 시공 사업에서 벗어나 투자개발형 사업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GS건설이 준공한 오만 소하르 아로마틱스 프로젝트 전경. 사진/GS건설
디벨로퍼(Developer)
디벨로퍼(개발사업자)는 건설사업관리는 물론 사업성분석, 설계, 시공사 선정, 마케팅, 프로젝트 파이낸싱, 공사관리를 일괄 수행함으로써
건설산업 선진화를 유도하는 전문가를 의미한다.
민자발전사업(IPP)의 디벨로퍼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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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건설업체들의 '기획 역량' 확보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다. 주어진 설계도대로만 짓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업을 기획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건설시장에서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가운데 90% 이상은 여전히 단순 도급형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저유가로 인한 중동 재정 악화와 재정 상황이 열악한 신흥국 시장의 특성 등으로 해외시장에서 도급사업의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개발형, 시공자금융 등 금융을 활용한 사업이 도급사업을 대체하고 있지만, 국내 건설사의 진입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금융을 활용한 건설사업 수주액도 전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기획 역량의 중요성은 오랫동안 건설업계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다. 국내 주택사업으로도 어느정도 수익이 유지되고, 해외에서도 저가 수주에 집중해왔던 국내건설사들이 절실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평이었다"며 "하지만 국내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해외에서 도급형 사업 비중이 줄면서 점차 기획 역량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형건설사들도 조직을 재편하고 인력도 재배치하며 사업 발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해외에서의 투자개발형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대림산업(000210)의 경우 발전·에너지 디벨로퍼 사업 담당 계열사인 대림에너지가 UAE 두바이 현지에 합작법인 '대림 EMA'를 설립하며 해외 투자개발형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합작법인은 자원개발, 인프라, 플랜트 분야의 투자사업에 강점을 가진 이슬람개발은행이 설립한 'IDB 인프라스트럭처펀드Ⅱ'가 지분 49%를 갖고 있다. 대림은 이 합작법인을 통해 중동, 아프리카, 독립국가연합(CIS), 서남아시아 국가로 민자 발전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GS건설(006360)은 투자개발형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정책금융지원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수주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오만국영정유·석유화학(ORPIC)으로부터 수주한 천연가스액(NGL) 추출 플랜트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발주처가 건설사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위한 자국 공적수출신용기관의 금융주선을 주문했는데, GS건설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지원을 끌어내면서 최종 계약자로 선정됐다.
이처럼 일부 건설업체들이 투자개발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지만, 해외 디벨로퍼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투자개발형 사업 육성을 위해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이 재원조달 방안까지 마련해야하는 투자개발형 프로젝트에는 국가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가 공적수출신용기관에 해당된다.
이 관계자는 "정부 지원과 함께 건설업체들의 설계·엔지니어링 역량 강화에 대한 노력이 병행되면 투자개발형 프로젝트가 해외건설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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