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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의 힘을 보여주기
2016.04.13
속옷 모델 출신에 반라(半裸) 사진 유출로 구설에 오른 미모의 멜라니아 트럼프는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될 수 있을까? 타국의 안보 문제를 놓고 좌충우돌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언행을 보며 안팎으로 소문난 이 가족이 백악관을 차지할까 불안해하는 것은 미국 시민만이 아닙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말대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자국에 깊은 영향을 미칠 대선 주자들의 말과 행동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 사안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우리 정가는 총선에 머리를 깊게 파묻고 트럼프의 안보관에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습니다.북한이 4차 핵 실험을 했을 때 미 오바마 행정부의 동맹국을 향한 안보 공약 재확인, 그 실증으로 보여준 첨단 전략 자산의 신속한 전개는 미국의 대통령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를 일깨워주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지만 지금 유력 대선 주자인 트럼프는 관련 국가와 미국의 유권자들에게 그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2008년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일부의 우려와 달리 친한파 중의 친한파로 진면목을 드러냈습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을 배우자”면서 6·25전쟁 때 3만 6,500여 명의 미군이 전사한 미국의 도움으로 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난 한국의 눈부신 성취를 찬양했죠. 우리는 그런 칭찬을 들을 때마다 우쭐하기도 했지만 사교육의 광풍을 모르는 교육에 대한 찬양은 지나치다는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글로벌한 세계관을 가진 오바마와 판이하게 기업인으로서의 세상을 살아왔으며 자가용 제트기까지 가진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현재까지 확보한 공화당 대의원 수로 볼 때 가장 앞서나가고 있죠. 그래서 그가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 한일 핵무장 용인, 극동의 전쟁 발발 시에 구경만 하겠다는 식의 주장에 경악하는 것이죠. 트럼프는 사우디 등 중동 국가는 물론이고 한국, 그리고 일본 등의 동맹국은 방위비를 더 내야 미군이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을 미심쩍어하는 한국과 일본에 핵무기를 용인할 수도 있다고도 했습니다. 미국은 동맹국일지라도 더 이상 바가지를 쓸 수 없다는 것이죠. 한 국가가 재정이 어려우면 비용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한국은 공산주의와 맞서 최전선에서 싸우는 자유민주주의의 방파제라고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주장했습니다. 주한미군은 한국과 미국의 공동이익이라고 해왔지만 트럼프 말대로 전 같지 않은 미국의 지친 유권자들에게 오늘의 ‘부자 한국’이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2014년에만 8억6,100만 달러를 주한미군 비용으로 대주었으니 절반 정도가 무상인데요. 국내의 무상복지, 무상급식 논란처럼 미국에서 동맹국 무상방위 논란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기회 있을 때마다 나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분담의 증액을 요구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에 대해 “외교 정책이나 핵 정책, 한반도 문제, 국제정세 등에 대해 대단히 무식한 분”이라며 “한미, 미일 동맹은 아태 지역 정책의 근간이고, 미국의 영향력과 미국인의 상업 활동을 도와주는 기반이며 동북아에서 핵무장 상승 현상을 방지한다”고 비판했죠. 유력지들도 트럼프가 대통령 자질이 부족하다고 혹평하지만 허풍이건 아니건 간에 그는 공화당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고 그의 언설(言舌)이 대중들에게 상당히 먹혀들고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경계하고 대비해야 할 이유입니다. 언젠가는 ‘미국 최우선’이라는 트럼프 식의 구상이 미국의 세계전략 구상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북한이 주장해온 주한미군 철수는 전시작권권 환수와 더불어 안보 불안 요소입니다. 2020년대 중반에 전환을 검토한다고 멀리 미뤄놓았지만 전작권 위임이 주권 침해라며 소리쳤던 사람들은 그 환수의 전제가 되어야 할 자주국방 완성을 위해 무슨 기여를 했나 묻고 싶어집니다. 우리는 ‘단추 전쟁’이라고 하면서도 현대전 대비를 등한시하고 지상전 위주로 대비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죠. 요즘 부쩍 잦아진 북한 독재정권의 미사일 ‘불꽃놀이’를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위협은 현존하는데 킬 체인도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도 요원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조차도 북한 핵 미사일의 요격 방법을 놓고 고민하는 실정입니다.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보위하기 위하여 사상적으로, 물리적으로 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동맹국인 미국이 어떻게 해주겠지 하거나 북한도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데 설마 쳐들어올까, 하는 낙관론에만 기댈 수는 없습니다. 한국형 비대칭 전략을 신속히 개발하여 최악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피를 흘린 역사의 교훈입니다. 오늘은 20대 총선거일이죠. 저는 이미 사전 투표를 했습니다. “다 꼴 보기 싫어’, ‘그 X이 그 X이야’라는 포기가 누적되면 나라의 방향이 뒤틀립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수사가 아니라 안보건 경제건 우리 모두의 문제에 칼자루를 쥔 국회를 구성하는 중대사이기 때문이죠. 보다 나은 국가와 사회를 꿈꾼다면, 일 잘하는 국회를 보고 싶다면, 나라가 잘 나가는 것을 보고 싶다면, 뒷방에서 불평불만만 할 게 아닙니다. 4년에 단 하루 국회의원들에게 표의 힘을 보여주는 바로 오늘, 분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골라 권장할 것은 권장하고 징치할 것은 징치해야 정치가 제정신을 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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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우리사회의 개량이 글쓰기의 큰 목표.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현 자유기고가.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미치광이풀 (가지과) Scopolia japonica Maxim.
비교적 높고 깊은 반 그늘진 산속, 배수가 잘되는 너덜겅이나 자갈이 많은 곳에서 무리를 지어 사는 미치광이풀입니다. 숲 사이로 새어드는 엷은 햇살을 받은 꽃잎이 매혹적인 색깔로 눈길을 끄는 이른 봄꽃, 화관은 종 모양인 짙은 자주색 꽃입니다. 이토록 고혹적이고 앙증맞게 고운 꽃이 미치광이풀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갖다니....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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