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청년 일자리를 만듭시다 [신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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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청년 일자리를 만듭시다

2016.04.12


봄꽃들이 활짝 피어난 것을 보려고 점심시간에 학교 뒷산에 올라갔습니다. 가끔 가던 곳이었지만 등산 차림이 아니어서 오르기가 힘들었습니다. 길이 가팔라서 헐떡이기도 했고, 발이 미끄러워 위험했습니다. 임도가 개설되지 않아서 빚어진 일이었지요.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얻은 듯이 뿌듯했습니다. 왠지 혼자서만 봄을 만끽한 느낌입니다. 맑은 공기를 마신 덕택인지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오후 내내 일하며 신났습니다. 측정을 할 수는 없었지만 능률이 전보다 높아졌을 겁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얼마 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126조 원입니다. 언뜻 몸에 와 닿지 않는 수치이기는 하지만, 이는 산림의 수원(水源)함양, 정수기능, 토사 유출과 붕괴 방지, 온실가스 흡수와 대기의 질 개선기능, 휴양과 치유기능 등 12가지 지표를 사용해 산출했답니다.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연간 249만 원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하네요.

이 액수는 실제 경제적 지표에는 합산되지 않지요. 실제로는 계상되지 않는 가치를 나타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실제적인 산림의 경제적 가치를 챙길 때가 되었습니다.

1970년대 초반의 일입니다. 일본 유명 신문사의 한 논설위원이 해마다 한국에 와 숲을 보고 가면서, 산림으로 인한 부의 축적이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지는 중이라고 쓴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가 언급했듯 나무의 키가 2배가 되면 부피는 8배로 되어 가치가 그만큼 늘어납니다.

최근에는 이런 산림 가치의 증가가 많이 둔화된 것 같은 생각이 부쩍 듭니다. 산에 가면 식생이 변했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속 빈 강정처럼 된 곳도 많습니다. 다시 말하면 겉에서 보기에 푸르게 변했을 뿐이지요. 실제로는 칡 등 토종과 외래종 덩굴들이 나무를 감고 올라가 말라 죽었고, 토양에 적응하지 못했고, 심은 지 오래되었거나 벼락이나 산불 등으로 죽은 것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산에는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한때는 60% 이상이었습니다. 현재는 23%에 채 못 미친다고 합니다. 그 자리를 차고앉은 것이 활엽수로 전체의 50~60%를 차지합니다. 그중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참나무들이 식재 조림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자생적인 점입니다. 참나무는 심지 않아도 저절로 자랍니다. 또 베어내면 그 자리에서 새순이 돋아납니다. 전문가에 의하면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참나무가 앞으로 50년 이내에 우리나라 산림의 90% 이상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에 대비한 노력이 절대 부족합니다. 우선 우리 산에 맞는 참나무 묘목도 육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참나무들이 벌써 병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청계산에는 참나무 시들음병으로 죽은 것을 베어내고 비닐로 싸놓은 것이 많습니다. 참나무 시들음병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제는 강북지역에서도 죽은 참나무가 간혹 보입니다. 이 병이 온 산을 황폐화할 단계까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독일에서 공부할 때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숲속 산책'이라고 해야 하는지, 여하튼 반더룽(Wanderung)을 나서면 황홀했습니다. 어딜 가나 재목으로 쓸 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었습니다. 한쪽에선 베어내고 그 자리엔 다시 심었습니다. 이런 일로 먹고사는 전업 임업근로자만도 10만 명(한국 6,600여 명)에 달한다고 했습니다. 독일 대학의 임학과 입학도 덩달아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대학 졸업자들의 일자리가 엄청 부족합니다. 증가의 한계가 훤히 보이는 제조업에서만 일자리를 찾을 것이 아니라 산림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면 1석20조는 될 것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12가지 지표에다가 청년들의 꿈과 미래, 가정, 교육, 개인소득 증가, 국토 이용의 효율성 증가 등을 합할 수 있습니다.

임목축적(林木蓄積)에서 우리나라는 1㏊당 126㎥, 독일 315㎥, 일본 171㎥입니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산림에서 얻는 경제적 이익이 우리가 훨씬 떨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셈인데, 향상시킬 여지가 무궁무진합니다.

국가가 눈을 돌릴 수 없다면 지자체가 나서서라도 국공유림을 이용한 장기 일자리 창출은 어떨까요?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면 20~30년이 소요되는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1960년대 강제로 산림녹화 하던 때를 생각한다면 순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인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로 떠올랐습니다. 땅, 기술, 자본, 인력 등 모든 것이 순수 국산입니다. 키가 자라면 저절로 가치가 8배로 늘어나는 가득률 100%의 확실한 투자이기도 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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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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