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해제 시대에 건축감리 규제 만든 국토부"

최영진 이투데이 대기자


8월4일부터 소규모 건축물, 

허가관청 지정 감리자 감리받아야

"부실공사 방지 명목이라지만 지금 제도로도 해결 가능"


   오는 8월4일부터 건축주가 직접 짓는 소규모 건축물에 대해 허가관청에서 선정하는 공사 감리자의 감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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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소규모 건축물의 경우 건축주가 직접 감리자를 선정하거나 설계를 한 건축사에게 감리업무까지 맡겨왔다. 이렇게 하면 건축 관련 비용을 좀 줄일 수 있다. 공식적인 감리비는 공사비의 3~10% 정도지만 협의에 따라 금액이 조정된다.


그러나 건축허가를 내준 관청이 선정한 감리자의 감리를 받게 되면 그만큼 간섭이 많아지고 감리비도 비싸져 건축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특히 집장사 건축업자들의 부실공사 방지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아직 소규모 건축물의 감리강화 대상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건설업 면허없이 공사를 할 수 있는 연면적 661㎡이하의 주택(공동주택 제외)이나 495㎡ 이하의 주거용이 아닌 건물 등이 꼽힌다.


국토부 이경민 사무관은 "건축주가 거주하는 순수 단독주택의 경우 감리 강화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러사람이 함께 사는 다가구주택은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건축주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에게 감리를 맡기면 그만큼 부실공사를 방지해 건물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명분에서다. 현재는 감리자가 건축주의 눈치를 보게 돼 있는 구조여서 공사감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소규모 건축물 감리 강화방안의 배경에는 건축사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됐다는 소리도 들린다. 건축주가 감리자를 선정할 경우 감리비를 충분히 받을 수 없어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국회나 국토부에 법 개정을 종용했다는 얘기다. 특히 관련 업계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의원 입법으로 개정안이 확정돼 그 개연성을 더 짙게 한다. 


감리업무 분야에는 건축법에 의한 건축사 감리가 있고 건설기술진흥법이나 엔지니어링진흥법에 근거한 기술용역업자의 감리로 나눠져 있다. 큰 공사는 입찰을 통해 감리업체를 선정하고 일반적인 건물은 등록한 건축사 가운데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일감을 맡는 형태다.


그래서 설계 일이 없는 건축사는 감리업무만 전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감리 일감이 많을 때는 설계보다 수익이 더 쏠쏠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별로 힘 안들이고 돌아가면서 일감을 수주하는 불루오션 영역으로 알려진다. 


그래서 건축사들은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감리문제를 제도권으로 끌어 오려고 애썼다. 제도권으로 들어오면 감리비를 제값대로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감리비가 지급되지 않으면 준공검사가 나지 않아 감리비를 떼일 염려도 없다. 


문제는 법 개정 과정에 일반 건축주의 입장이 충분하게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해집단도 아니고 관련 단체 또한 없어 의견을 낼 처지가 안됐다. 


자기 집이나 건물을 지을 때 누구보다 공사를 튼튼하게 하는 건축주 입장에서는 허가관청이 감리 강화 명목으로 감리자를 선정한다는 자체가 불합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건축주가 직접 공사를 할 때 허가내용보다 건물면적을 늘리거나 까다로운 공사는 적당히 넘어가는 불법행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행위는 준공검사 과정에서 얼마든지 잡아낼 수 있는 사안으로 굳이 지정 감리까지 둘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건물의 안정성은 건축주가 더 신경을 쓰고 있는데 감리가 할 일이 뭐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현재의 감리업무도 서류에 도장만 찍는 형식적인 사례도 적지 않아 정부가 감리 강화규정을 만든다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건축사나 건축주의 인식 전환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감리는 설계자의 몫이다. 굳이 별도로 감리를 두는 것 자체가 업무의 낭비다. 설계자가 건축 디자인 뿐만 아니라 공사까지 체크해 안전에 문제가 없는 건물을 짓게 만들면 된다.


만약에 공사자와 짜고 부실공사를 눈감아 줘 문제가 발생하면 처벌을 엄하게 하면 사고는 줄어들게 돼 있다. 이런 해결방안을 나두고 새로운 규제를 만들면 이에 따른 비용은 결국 건축주나 일반 사용자에게 전가된다. 소비자만 봉인 셈이다. 


이번 소규모 건축 감리 강화 규정을 만들면서 감리자를 비롯한 관련자의 처벌조항도 함께 강화했으나 영향력은 별로 크지 않은 수준이다. 


인명사고가 나면 1년 업무정지가 주어지고 주요 구조 부분 붕괴는 업무정지 6개월이다. 선진국의 경우 큰 사고를 일으킨 경우 사업권 자체가 날아가는 경우가 많고 자격증이나 면허증을 취소해 관련 업무를 못하게 만든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반에 대한 벌금을 지금보다 10배정도 올리고 자격정지나 면허취소와 같은 강력한 처벌조항을 마련했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빠졌다"며 처벌 강화 문제도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국민의 안전과 관계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해서 나쁠 게 없다. 하지만 규제를 하게 되면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 비용은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수요자 입장에서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도 따져봐야 한다. 규제가 만병통치는 아니다.

최영진 기자 choibak14@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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