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정치 말로가 보인다 [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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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정치 말로가 보인다

2016.04.11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흔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일컬어 왔습니다. 과연 4·13 총선은 나라의 축제일까요? 선거를 앞두고 우리는 하루가 멀게 정치권의 추태와 꼴불견을 보아 왔습니다. 여당은 공천진통으로 허방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야당은 파벌싸움으로 갈라져 말로만 위민(爲民)을 외쳐댑니다. 다음 시대를 생각하는 정치가는 사라지고, 눈앞 선거에만 매달리는 정치꾼만 설쳐댑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당, 오로지 당선만을 위해 잠시 유권자에게 아부하는 정치꾼. 그들을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투표를 하고, 엄청난 정당보조금과 특권을 주어 조롱국병(操弄國柄)할 멍석을 깔아주는 선거. 그것이 과연 대의정치(代議政治)일까요?
헌정사 68년, 그동안 정쟁 반목 음해 이합집산 돈질 갑질 등 수없이 많은 정치판의 작태는 국민을 정치적 무관심에서 정치혐오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 저질 후보자 19대 때보다 더 많다
20대 총선 후보자의 자질이 역대 최악 국회라는 19대보다 더 떨어졌다고 합니다. 전과자와 세금 체납자가 늘어난 것입니다. 중앙선관위가 지난달 25일 후보등록을 마친 전국 253개 지역구 944명을 분석한 결과 383명(40%)이 범죄 경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9대 927명 중 186명(20%)에 비해 2배나 됩니다. 이번 선거에서 공개대상 범죄가 확대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과자는 다소 늘어났습니다.

체납후보자도 129명(13%)으로 19대 104명(11%)보다 많습니다. 체납 액수가 가장 많은 후보는 국민의당 이동규 후보(대전 서을)로 3억9,700만 원이나 됐습니다. 21억 원이 넘는 재산을 신고한 더불어민주당 심규명 후보(울산 남갑)는 1억2,500만 원을 체납했습니다. 후보자 전체 944명 가운데 최근 5년간 소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납세실적이 전혀 없는 후보도 19명(2%)이나 됐습니다.

전과·체납에다 병역면제까지 받은 후보도 7명이나 됩니다. 새누리당의 이만기(김해 을) 이건영(아산 을), 더불어민주당의 윤호중(구리) 고영인(안산 단원갑) 이후삼(제천·단양), 국민의당 김정기(부천·소사) 선병렬(대구 동구) 후보 등입니다.
선거 초중반 대검에 적발된 선거사범 중 SNS를 통한 여론조작과 흑색선전 사례도 19대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 재탕 황당 즉흥 공약 마구 쏟아내
새누리당은 U턴 경제특구 설치로 매년 50만 개 일자리 창출 서울·경기 연계 서부광역철도 신설 부산 대심도(大深度) 지하도로 건설 등 이미 시행 중이거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세종시 이전 국가정보원 폐지 삼성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사업 광주 유치 같은 황당한 공약에다 소득 하위노인 70%의 기초연금과 사병 월급을 3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의당은 국회의원 국민파면제(비리 국회의원을 지역구 유권자가 직접 책임을 물어 파면하도록 하는 제도)를 내놓았고, 정의당은 국민 1인당 평균 월급 300만 원 최저임금 1만 원을 약속했습니다.
19대 총선 중요 50개 공약 중 부도난 공약은 새누리당 18건(36%) 통합민주당 24건(48%)에 이릅니다. 그런데도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의 공약을 합치면 5년간 일자리가 1,100만 개나 늘어납니다. 믿어도 될까요?

# 의원 특권은 움켜쥐고, 재산도 늘어
지난해 말 나랏빚이 1,284조 원으로 1년 만에 72조 원이 늘어났습니다. 또 국민총소득은 2만7,340달러(전년 2만8,071달러)로 6년 만에 첫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텔레콤·아모레퍼시픽 등 굴지의 기업들이 연봉을 줄이는 판에 국회의원 재산은 늘어났습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2월 입법·사법·행정부 고위 공직자 2,327명의 재산신고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회의원 재산은 1년 새 3,383만 원이 불었다고 공개했습니다. 

그 와중에 국회는 상설국회, 무노동 무임금을 제도화하고, 면책·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거라는 심판대 앞에 설 때마다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표류하고 있거나 입안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의 정당 공천제를 없애겠다는 여야의 공약도 물 건너갔습니다. 사천(私薦)·옥새 투쟁·영도 회군·비례후보 바꿔치기 같은 짓거리를 태연히 저지르고도 석고대죄나 미안하다는 말로 때우려는 정당은 국민을 닭 쫓던 개로 만들었습니다.

# 문제점을 안고 출발한 대의정치
19세기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제창한 대의제(representative system)는 근대 국가의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 사회의 다양화로 한계를 드러낸 직접민주제보다 국민이 대표를 선출하는 간접민주제가 민주정치 실현에 적합하다는 논리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다수결 원칙이 초래하는 다수당의 횡포 매수·위협 등 부작용  1인1표 원칙에 따른 우민정치화 등입니다.

학자들은 이러한 맹점을 고려해 비례대표제 세비 지급 폐지 선거 공영화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반세기도 안 된 19세기 후반부터 정당의 집권욕과 과두화(寡頭化) 행정권의 강화로 국민과 의회간의 간극은 커지고 있습니다. 의회와 정부는 칼자루를 쥐고, 국민은 칼날을 잡은 형국입니다. 명분은 국민을 팔고 있지만, 밥그릇 싸움에 더 열중합니다.

금수저·은수저의 기득권 지키기와 목수저·흙수저의 낭패와 불만 사이의 괴리는 누가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요? ‘발목잡기’ ‘경제실정’ ‘구태정치’를 심판하자는 정당들의 구호에 맞춰 어릿광대춤이나 추어야 할까요?
경제에 비수를 꽂는 정치, 국민을 졸로 보는 정당, 나라 장래를 외면하는 정치인을 퇴출시키는 일은 바로 국민의 몫입니다. 다만 심판해 봤자 ‘그 나물에 그 밥’일 거라는 상념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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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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