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은 좋다면서 주가는 왜 떨어져요?"


주가에 실적 이미 반영


   “삼성전자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예상보다 좋은 실적)라면서요. 주가는 대체 왜 떨어져요?”


삼성전자 주가동향. 4월 11일 장마감 종가 출처 다음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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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는 학교 후배가 물었다. 선배가 증권부 기자라니 정답은 아니더라도 조언 비슷한 걸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연락했다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푹 쉬었다(말은 안해도 아마 삼성전자 주식을 산 듯했다). 


후배가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어닝서프라이즈란 말 그대로 놀라운(surprise) 실적, 즉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범위를 뛰어넘는 호(好)실적을 뜻한다. 더군다나 이번 1분기 영업이익은 당초 전망치보다 1조원이나 많다고 하지 않았나. 웬만한 중견기업이 벌어들일 만한 수익을 더 벌었으니, 상식적으로는 주가가 오르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1분기 실적 발표일(7일)과 다음날까지 이틀 연속 1% 넘게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7’(왼쪽)와 ‘갤럭시S7 엣지’(오른쪽) /박성우 기자


여기서 후배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주가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오른 상태라는 것이다. 지난 1월 중순 108만8000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30일 132만1000원까지 상승했다. 연초에 비해 20% 넘게 올랐으니, 미리 주식을 사둔 투자자들에게는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기관 투자가들은 7~8일 이틀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약 2189억원어치 팔았다. 외국인이 413억원을 순매수한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주가 매력이 크지 않을 경우 아무리 실적이 잘 나와도 차익 실현을 하기 마련”이라며 “과거에 비해 투자자들이 상당히 깐깐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영업이익은 예상치를 뛰어넘었지만 매출액이 실적 개선세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했다. 1분기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49조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 분기(53조원)에 비해 8.1% 줄어든 금액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어닝서프라이즈에도 오르지 못하는 더 중요한 이유가 바로 ‘2분기’에 있다고 말한다. 1분기 실적은 좋아졌지만 2분기까지 개선세가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에 비해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많이 하락한데다(원화 강세) ‘갤럭시S7’ 판매 효과도 1분기 실적에 미리 반영돼, 2분기 실적은 생각보다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신형 스마트폰의 출시 효과는 보통 2분기에 반영되기 마련이나, 갤럭시S7의 경우 조기 출시되는 바람에 실적에도 일찍 반영됐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2분기 갤럭시S7의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 다음달부터 재고 조정을 위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스마트폰 사업부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자운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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