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해묵은 논쟁 '설계분야 진출'...다시 수면 위로


건축사협회,

설계는 전문영역…"건설사 참여, 대기업 특혜 될 것"

규제완화 정책 역행 VS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

플랜트 등 해외수주 분야는 대부분 설계 참여 가능


    건설업체의 설계 분야 진출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출처 KA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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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설계는 국가 공인 자격을 취득한 건축사의 독점 업무로 건축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 건축사사무소에서 수행하는 전문업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설계 분야에 대한 건설업체의 진입을 제한하는 것은 현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건축사들은  중소기업 영역을 대기업이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맞서고 있다.

 

10일 건축사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건설업체의 설계 분야 진출에 대한 논쟁은 이미 2009년 규제개혁의 핵심과제에서 개선이 완료된 것으로 종결 처리됐고, 2012년 규제의 재검토 조항도 삭제돼 현행유지로 결정된 사안이다.

 

그런데 최근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건설업계의 건축설계업 진입 제한 규제 개선'에 대해 의견을 물어오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건설업계보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규제 완화와 관련된 실적 쌓기를 위해 이 사안을 계속해서 건의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으로도 건설업체가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지 않거나, 무자격자도 일정요건을 갖춘 경우 건축설계가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건축사는 의사, 약사, 변호사, 법무사 등 다른 전문자격에 비해 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협회는 이러한 진입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는 계열사 수 증가 및 고용 비용부담 등으로 건축사사무소 설립을 추진하지 않고, 주로 사실상의 자회사 또는 하도급으로 운영하며 기존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가 해당 분야 지식을 갖춘 자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그 자격을 소지한 사람이 특정한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국가 전문자격사제도의 근본을 해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국가가 부여한 자격사만이 배타적 권리와 그에 따른 책임을 가지고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규제'가 아니다"며 "건설업은 자본금, 직원, 시설 등을 갖추면 되는 무자격업이고, 건축설계업은 전문가업이므로 비전문가업과 전문가업은 업역을 다툴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설계시장은 연간 4~5조원 수준으로 100조원에 달하는 건설시장과 비교해 지극히 규모가 작은 시장"이라며 "건설업체의 설계 시장 진출을 허용한다면 이는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골목상권 보호정책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건설업계에서는 건축 설계 분야에 대한 건설업체의 진입을 제한하는 것은 기업의 창의성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이며, 현 정부의 중점 추진사항인 '내수 활성화'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설계와 시공의 겸업을 제한하는 것은 시공상 비효율을 야기하고 턴키방식으로 발주되는 해외 수주시장에서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건축사협회에서는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주로 수주하는 플랜트 분야의 경우 엔지니어링 업체의 건축설계를 이미 허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플랜트, 고속철도, 공항, 석유화학 등 9개 특수건축물에 대한 설계 허용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미국의 상위 500대 설계회사 중 설계와 시공을 겸하고 있는 업체는 1%에 불과하며 설계와 시공을 겸업하지 못해 해외 수주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건축사협회 관계자는 "현재 토목공사의 경우 건설사들이 설계와 시공을 겸하고 있는데 건축분야까지 확대될 경우 건축사사무소는 건설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며 "설계와 시공 분야는 서로 건전한 상호견제와 협력관계를 통해 건축물의 공공성과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5년부터 계속 제기됐던 주장인데 2014년 건설업계 주장을 일부 반영해서 마무리 됐다"며 "건설업계의 건축설계 진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규제개혁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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