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배터리는 "시한폭탄"


규제 미비로 위험지역·보안시설까지 개인 비행 무방비 

대형사고 우려돼 울산·여수 등 석유화학단지 대책 시급


  무인 비행기 드론의 배터리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폭발 위험성이 높아 각종 위험 화학물질이 가득한 석유화학공단에 추락하면 대형 사고가 우려된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드론에 장착되는 리튬 폴리머 배터리. 폭발 위험성이 높다. 

 

드론(Dron)은 무선 조종으로 움직인다. 문제는 비행 동력원으로 장착한 배터리다.


대부분의 드론에는 이차전지 '리튬 폴리머'(Li-Polymer) 배터리를 사용한다. 이 배터리는 리튬 이온(Li-ion) 배터리보다 출력이 높고 가격도 싸 짧은 시간 큰 힘이 필요한 드론에 안성맞춤이다. 거의 모든 드론과 RC(무선조종)헬기, 스마트폰 등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젤 형태의 고분자로 사각형 팩 구조다.

그런데 충격으로 팩에 구멍이 생기거나 과충전·과방전으로 고분자가 공기에 노출되면 산화하면서 폭발이 일어난다.


국내 드론 편대 비행의 선두 주자인 UNIST(울산과기원) 손흥선 교수(기계 및 원자력공학부)는 25일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폭발성이 높아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손 교수는 "중국에서 생산된 안전장치 없는 배터리가 국내 무분별 반입되고 있다"며 "안전장치가 있더라도 추락해 파손되면 바로 폭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배터리를 대체할 안전한 고출력 배터리는 개발 중이다. 대체 배터리가 나올 때까지 드론 비행에 이 위험한 배터리가 사용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리튬 배터리는 폭발하면 2∼3m의 불꽃이 일 정도로 위험하다.

이 배터리의 폭발성은 드론 동호인이나 RC(무선조종)헬기 전문가들 사이에 익히 알려졌다.


최근 한 대학 연구소에서 충전 중 폭발해 불이 날 뻔했고, 아파트에서 충전 중 터져 불이 난 적도 있다. 충북 영동소방서에서 시행한 실험에서는 충전 중 5분 만에 배터리가 폭발했다.


드론의 무게는 2∼3㎏에서 크게는 5∼10㎏까지 다양하다.

3㎏의 드론이 상공 100m에서 추락하면 시속 50㎞로 달리는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충격과 비슷하다.


드론은 500m 상공에서 비행도 가능해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질수록 충격이 커진다.


이처럼 '시한폭탄' 같은 드론이 각종 위험 화학물질을 저장하고 있는 석유화학공단 위를 날아다닌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로이 날아다닌다.


울산의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정식 허가를 받지 않고 어디서 조종하는지 알 수 없는 드론이 공장 상공을 왔다 갔다 할 때가 있다"며 "그럴 때마다 보안안전 관계자가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국가보안시설로 허가받지 않는 상공 비행은 금지돼 있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한 동호인의 개인 보급형 드론. 내부에 리튬 폴리머 배터리가 동력원

으로 장착돼 있다. 2016.3.25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최근 한 드론 동호인이 울산석유화학공단 인근에서 드론을 조종하다 잃어버린 적도 있다.

비행을 제어하는 무선조종기의 주파수 한계를 넘어간 것이다. 드론을 찾지 못했고 어디에 추락했는지도 모른다.


보급의 대중화로 누구나 드론을 날릴 수 있게 되면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전과 관련해 공단 주변에서 개인의 드론 비행을 제한하는 법규는 아직 제정되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국가보안시설인 산업체, 공항, 군사시설 주변은 보안이나 항공기 안전 문제 등으로 국방부의 허가를 받아 드론을 띄워야 하지만 개인 드론까지 일일이 단속하기는 어렵다.


개인 보급형 드론도 무선조종을 통해 2∼3㎞까지 날아갈 수 있고, 자동차 등 폐쇄된 공간에서 조정할 수 있어 어디에서 누가 드론을 날렸는지 알기 쉽지 않다.


울산시와 UNIST는 중대성을 인식해 지난달부터 재난관리연구원, 울산발전연구원 등과 머리를 맞대고 안전문제 협의에 들어갔다.


울산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여수와 서산은 산업단지 안전사고에 대비해 드론 비행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지 않았다.


여수시 관계자는 "석유화학단지 근처에 공항이 있고 공항 주변은 비행제한구역이어서 함부로 드론을 날릴 수 없다"며 "드론 동호인이 많지 않아 비행을 막는 규정은 아직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드론을 규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늘의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드론산업이 전 분야로 쓰임새가 확산하고 있어 세계시장과 경쟁하려면 기술력을 높여야 할 때라는 것이다.


손 교수는 "개인과 특수목적용 드론으로 구분해 규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호인을 위해서는 자치단체와 정부가 보안과 안전이 문제되지 않는 곳을 드론 비행 전용 공역(空域)으로 지정해 민간이 창의성을 실험·발휘하도록 도와야 한다.


손 교수는 이어 "환경·안전·산업체 설비점검 등 공익과 관련한 특수목적용 드론은 기술개발 가속화를 위해 배터리 안전성을 철저히 점검한 뒤 비행을 상시 허가해야 드론 활용산업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leeyoo@yna.co.kr

[지난기사]2016년 3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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