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한국은행', 100년만 대변신한다

1,2별관 재건축 

유럽식 돌 성곽 + 미래형 개방공간

2020년까지 3100억원 투입

1별관, 현대식 개조 본관과 연결

2별관, 건축유산으로 외관 유지

한은 "시장과 소통에 중점"


   서울시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이 지어진 지 100여년 만에 최대 변신을 앞두고 있다. 


한은 1, 2별관 재건축사업 설계 공모 당선작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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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별관을 일부 허물고, 제각각이던 건물의 조화를 살리기로 한 것이다. 

한은은 최근 이 같은 ‘한은 1, 2별관 재건축사업’의 설계 공모 당선작을 결정했다.


영국 중앙은행 본뜬 ‘돌성곽’

서울 소공로와 남대문로 일대는 근대 금융의 역사를 담고 있다. 1912년 일제가 건립한 한은 구관(현 화폐박물관)은 그 출발점이다. 국내 최초 은행건물인 구관은 사적 제280호로 지정돼 있다. 일본 건축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다쓰노 긴코가 영국 중앙은행과 벨기에 중앙은행을 본떠 설계했다. 창신동 채석장에서 일일이 돌을 가져와 견고하게 지었다.


1932년과 1964년엔 업무공간(1, 2별관)이 그 옆에 추가로 지어졌다. 금융산업이 팽창하던 1987년엔 뒤편에 15층짜리 본관도 들어섰다. 그 결과 고전적인 양식의 구관, 현대식 빌딩인 본관 등이 제각각 흩어진 모양새가 됐다.


한은이 오래된 1, 2별관 재건축에 나선 것은 작년 말이다. 한은 관계자는 “별관은 지하 금고를 갖춘 ‘가’급 국가시설인데도 심하게 낡아 재건축이 필요했다”며 “이 기회에 한은 건물을 하나의 ‘콘셉트’로 통합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에 따라 중앙은행 건축 방식은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다. 전통적인 중앙은행 건축 공식은 ‘돌 성곽’이었다. 돈의 가치를 수호하는 만큼 견고하고 안정적이어야 했다. 침입에 대비해 출입구는 중앙에 작게 냈고 지하엔 금고를 지었다. 한은 구관을 비롯해 벨기에 중앙은행(1874년), 미국 뉴욕 중앙은행(1924), 영국 중앙은행(1939년)이 대표적이다.


1950년대 이후 중앙은행은 소통과 개방을 새 가치로 삼았다. 미래지향적인 경향을 반영해 유리와 금속을 즐겨 쓰기 시작했다. 2014년 지어진 유럽중앙은행(ECB)과 쿠웨이트 중앙은행은 40층 안팎의 랜드마크로 구상됐다. 설문 결과 한은 직원들은 ‘안정적인 기존 이미지를 유지하되 미래적인 흐름도 담자’는 절충안을 냈다.


지난달 조달청의 설계 공모에서 선정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의 작품이 이 같은 ‘절충형 양식’이다.


금고 설계는 기밀사항

선정작에 따르면 1별관은 현대식으로 새로 지어져 기존 본관과 연결된다. 고전적인 돌기둥이 특색인 1층은 일반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부족한 업무시설은 본관 옆에 14층 건물을 세워 해결한다. 한은 관계자는 “구관의 미관을 해치지 않도록 고층건물은 뒤편에 배치할 계획”이라며 “2별관 역시 건축유산으로 외관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안성을 개선하는 것도 과제다. 몇 년 전 주변에 고층 호텔이 들어선 뒤 한은의 현금 수송로가 노출돼 문제가 됐다. 한은은 현금 수송로를 지하화해 동선을 분리하는 한편, 흩어진 금고도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다. 손수레로 현금을 나르던 시절 갖춰진 금고 인프라도 최신식으로 바꾼다. 금고 위치나 설계 방식은 국가 기밀이다. 2020년까지 3100억원이 투입되는 대공사인 만큼 앞으로도 여러 절차가 남았다. 김진용 한은 별관건축본부 팀장은 “공모 선정작을 바탕으로 서울시, 문화재 관계자 등과 논의해 세부안을 다듬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 김유미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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