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경찰서 황산테러의 전말

카테고리 없음|2016. 4. 4. 17:50


관악경찰서 황산테러의 전말


    8시30 분쯤 서울 봉천동 관악경찰서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춰섰다. 


전씨가 온라인 오픈마켓을 통해 구입해 범행

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염산. 

인터넷 화면 캡처.


하얀색 카디건 차림의 전모씨(38·여)가 차에서 내렸다. 그는 곧장 경찰서 3층 사이버수사팀 사무실로 향했다.


전씨가 찾은 사람은 박모 경사(44)였다. “왜 내 전화를 안 받아!” 전씨는 책상을 발로 차며 다짜고짜 욕설부터 했다. 실랑이가 벌어지자 동료 경찰관들이 일어나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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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신각신 하는 틈에 전씨의 품 속에서 과도 하나가 떨어졌다. 칼을 빼앗은 경찰들은 전씨를 진정시키며 대화를 유도했다. 전씨는 “나가서 얘기하자”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박 경사가 전씨를 데리고 복도로 나갔다. 동료 경찰관 세 명이 뒤따랐다. 전씨는 기다렸다는 듯 들고있던 보온병 속의 액체를 박 경사의 얼굴에 뿌렸다. 황산이었다. 박 경사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전씨는 전형적인 ‘악성 민원인’이었다. ‘황산 테러’를 당한 박 경사는 전씨가 2013년 9월 ‘헤어진 남자친구의 지속적인 연락 때문에 불안하다’며 경찰에 고소했을 때 담당 수사관이었다.


당시 전씨 주장은 근거가 없어 사건은 각하 처리됐다. 하지만 전씨는 박 경사에게 계속 전화를 했다. 통화가 되면 두서없는 말을 장시간 늘어놓았고, 동료들이 전화를 바꿔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경찰관들은 전씨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냥 ‘정자’(정신병자를 뜻하는 경찰들의 은어)라고 생각했어요. 우린 그런 사람들 흔하게 보니까.” 그러나 전씨의 공갈은 말에 그치지 않고 이날 ‘황산 테러’로 이어졌다.


박 경사는 사건 직후 중앙대병원 응급실을 거쳐 화상전문의료기관인 한강성심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박 경사는 얼굴과 목, 가슴 부위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화상 부위가 신체 전체의 4%에 이른다.


의료진은 “화학물질에 의한 화상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며 상처가 더 깊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 함께 있던 다른 경찰관 3명도 각각 뺨과 손목 등에 2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현장에서 긴급체포된 전씨는 지난해말 인터넷을 통해 염산을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전씨의 범행 경위 등을 추궁하는 한편 영장을 발부받아 전씨의 정신과 병력을 확인하고 있다.


전씨는 지난 2월 8일 자신이 살던 원룸 건물 1층 두 가구의 유리창을 깨뜨린 혐의(재물손괴)도 받고 있다. 당시 페쇄회로(CC)텔레비전에 전씨의 범행 모습이 잡혔지만 그는 혐의를 부인하며 경찰 출석을 거부해왔다.


경찰은 조사를 마치는대로 전씨에 대해 특수공무방해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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