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땐 쉬어가는 것도 지혜"
한 달여 동안 국내, 글로벌 주요 증시 강세
단기 반등 막바지 양상
장기간 지속되기 어려워
어릴 적 즐겼던 여러 가지 놀잇감 중 ‘부루마불’이라는 게임이 있었다.
2016년 4월 1일 장마감 현재
출처 다음증권
kcontents
게임 참가자들은 일정 금액의 자본을 갖고 시작해 주사위를 던져 네모판 위를 전진한다. 네모판에는 뉴욕, 런던, 파리, 도쿄, 서울 등 세계의 대표적인 도시가 있다. 참가자들은 각자 머물게 된 도시에 자본을 투자해 호텔이나 빌딩, 별장을 짓고 나중에 다른 상대방이 자신이 건물을 지은 도시에 오게 될 경우 요금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내가 건물을 지은 곳으로 상대방이 자주 오게 될 경우 가진 돈은 크게 불어나지만, 반대로 상대방이 곳곳에 건물을 지어 놨다면 내 자본은 금세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재닛 옐런 FRB 의장이 지난달 연설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미국 고용지표 개선과 물가 상승으로 더 이상 FRB가 금리 인상을 미룰
명분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늘고 있다./진상훈 기자
따라서 게임이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부동산 갑부와 그렇지 않은 참가자 간의 자본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이 게임에서 참가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 ‘무인도’라는 카드가 있다. 만약 무인도 카드를 뽑게 될 경우 그는 주사위를 던져야 하는 횟수 3회 동안 무인도에 갔다는 이유로 게임을 쉬어야 한다. 게임 초반 한창 부동산 투자에 나서야 할 때는 낭패를 볼 수 있지만, 게임이 중반을 넘어간 뒤 남의 지역에 걸려 돈을 잃을 가능성이 커질 때는 반대로 느긋하게 게임을 쉬면서 다른 상대방들끼리 돈을 따고 잃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다.
지금 주식시장의 상황을 보면 부루마불 게임의 무인도 카드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증시가 단기 반등의 막바지에 온 상황에서 다양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잠시 빠져나오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한 달여 동안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 증시가 강세를 보였던 것은 달러화 가치 하락과 국제유가 반등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가 역시 지난달 중순 배럴당 40달러를 돌파한 뒤 최근 며칠간 조금씩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산유국들의 의견이 엇갈리며 감산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어 배럴당 30달러대에서 장기간 옆걸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선 지 하루만에 다시 1990대로 내려앉았다. 장기 랠리를 기대하기보다는, 다가올 조정을 먼저 걱정해야 할 정도로 안개가 짙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때는 잠시 무인도로 가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진상훈 기자 조선비즈
kcont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