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욕하면 평범한 직장인, 칭찬하면 다단계'

카테고리 없음|2016. 3. 26. 20:40


마이리얼플랜 칼럼


    얼마 전 제목과 같은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source tweakyourbiz.com

edited by kcontents 


대부분의 평범한 직장인들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대해 크고 작은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소위 다단계라 불리는 피라미드식 직접 판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회사에 대해서 늘 칭찬만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다단계 영업조직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회사에 대한 불만을 표현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회사의 이미지가 자신의 영업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영업종사자들은 회사나 회사 상품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기 보다는 오히려 나쁜 점도 좋게 포장하여 충실한 판매채널의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보험설계사도 마찬가지  

사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피라미드식 조직뿐 아니라 보험영업에서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영업종사자인 보험설계사들도 회사의 이미지가 영업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회사의 단점에 대해서는 쉽게 말할 수가 없다. 보험설계사는 보험회사에 소속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고용과 급여가 보장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억지로라도 영업실적을 올려야 하고 이는 구조적으로 “정직하지 못한 설계사,” “정직하지 못한 영업 방식”을 낳게 된다. 직업의 안정성이 전혀 없이 무한경쟁에 내쳐져 생존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그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문제는 수수료 구조  

미국의 경우 보험설계사는 나름대로의 전문적인 영역을 인정받으며, 전속으로 소속된 보험설계사에게 기본급을 포함한 판매수당을 얹어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연간 우리 돈 2천만원에서 3천만원의 연봉 위에 판매 수당을 더해서 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기본급 없이 설계사의 모든 수입을 0원에서부터 무한대로 만들어놓았다. 이런 취약한 수입구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객을 기만하려는 설계사가 나타나는 것이다. 기본이 없는 수입구조상에서 우리의 보험설계사는 적정한 보험료로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제안을 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판매의 책임 또한 모두 보험설계사가 떠안아야 하는 형국이다. 만약 보험계약자가 보험가입 직후 사업비 등의 수수료를 미처 공제도 하기 전에 해약이라도 한다면, 보험회사는 우선 설계사의 수입에서 대체를 한다. 보험회사가 손해라도 볼 것 같으면 보증보험에 청구하고 설계사가 갚지 못하면 법적인 책임까지 져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렇게 보험 설계사 에게 만큼은 높은 책임을 요구하지만, 모든 수당이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회사를 나간다고 해서 남아 있는 수당을 챙겨주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전속회사에서 대리점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해도 보험설계사가 계약한 고객을 대리점으로 이동시켜주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보험회사 독식구조인 것이다.  


어떠한 경우는 보험설계사가 계약고가 적으면 내쫓기 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새로운 인력수급에 혈안이다. 우리나라 인구 5천만명 중 약 1%에 가까운 40만명이 보험설계사로 활동 중 인데, 단순한 계산으로 보험설계사 1명당 최대 100여명의 고객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보험회사는 보험설계사 한 명이 제대로 생존하고 성장하는 것보다, 끝임 없이 대체인력을 구하는데 힘을 쓴다. 그 사이에 생존과 성과를 위해 달리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신뢰는 계속 추락하고, 사회적으로도 비효율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광고 속의 보험회사는 늘 따뜻하고 아름답지만, 정작 현장의 보험설계사는 회사의 구조적인 갑질에 혹사당하고 있는 것이다. 


안정적인 고용구조가 해답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맞대결로 인공지능의 발전과 자동화로 영향을 받을 직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험 쪽에서는 전산이나 행정적인 부분을 대체해서 온라인 업무는 대체할 수 있어도, 섬세한 감정 관리를 기반으로 한 보험설계사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보험설계사가 시장 변화에 적응 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쿠팡맨이 탄생한 것은 대부분이 자영업형태의 택배기사가 무리수를 두거나 거친 서비스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쿠팡이 안정적인 고용을 통해 배송을 내재화한 후 양질의 서비스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배달의 민족 또한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배달을 내재화 함으로써 배달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제는 보험설계사들도 안정적인 고용보장을 통해 진정 소비자와 회사가 모두 만족하는 형태로 바뀌어가야 하지 않을까? 

성선화 기자 jess@ 이데일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