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이번에도 규탄 아니면 눈물? [신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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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이번에도 규탄 아니면 눈물?

2016.03.25


지난주 초 봄나들이를 갔다가 친구들을 떨궈두고 버스를 타고 상경하면서, 새로 필진으로 합류한 자유칼럼에 쓸 글을 곰곰 생각해 봤습니다. 신문사에서 처음으로 외신부에 발령받던 오래전처럼 외신이 무엇인지, 수많은 외신 중에서 어느 주제를 선택해야 할지, 북한 이야기도 외신일까 등등을 되짚어 보았지요.

그 당시는 워싱턴 도쿄 파리 특파원과 AP UPI AFP Reuter 등 4대 통신사가 전해주던 외신이 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다 공개되고, 어떤 것은 언론사보다 더 빨리, 더 깊고 정확한 해설까지 SNS와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 상황으로 달라졌지요. 독자들의 이해관계도 이제는 세계 모든 나라와 닿아 있고요. 어느 것이 국익에, 독자들의 삶과 이해에 더 도움이 되는지도 알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최근 북한의 핵무기 실험을 놓고 우리 정부와 전 세계가 소리는 요란한데, 움직임은 생각보다 작게 느껴지는 때문이었습니다. 우리와 관계된 나라들이 취한 대책과 조치가 북한의 핵을 제거하는 데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주변국들은 우리만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지 등등이었지요.

핵을 이기는 무기는 핵뿐이라는, 마치 다이아몬드를 가공할 수 있는 것은 다이아몬드뿐이라는 것과 같은 맥락의 말도 떠올랐습니다. 또 하나 2002년 대선 직후, 승리한 그룹에게 국가안보와 관련하여 한 말하라는 말을 곧이 알아듣고 북한이 미사일을 판다고 하는데 사다가 파기하라고 했다가 혼쭐난 기억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등록된 말처럼 들고나오는 "그러면 전쟁하자는 말이냐"며 관계자를 윽박질러 분위기가 싸늘하게 변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서독에서 유학할 때 정말 참담한 생각으로 사 보았던 슈피겔지(誌)를 우연히 다시 읽은 것도 떠올랐습니다. 1983년 9월 5일자 슈피겔 표지에는 대한항공의 점보 여객기가 앞머리를 왼쪽으로 두고 45도 아래로 내려가는데 중간 부분에 소련을 상징하던 낫과 망치가 붉은색으로 덧그려져 있습니다. 슈피겔 제호보다도 더 크게 ‘점보 격추’라는 섬뜩한 제목도 달려 있지요.

표지에 이런 말도 있습니다. 일본 자위대 와카나이(稚內) 기지에서 잡은 소련 공군기 수호이 15와 지상관제소 간의 교신 내용입니다. 마치 전쟁 중에 전투기 조종사들이 주고받는 교신 내용 같습니다.(註 아래 글의 괄호 속 내용은 필자가 이해를 돕기 위해 붙였음)

‘목표 확인’(수호이 조종사)
‘발사’(지상 관제소)
‘로켓포 발사’(수호이 조종사)
‘목표 격파’(수호이 조종사)

슈피겔지의 본문 기사 제목은 ‘분명한 전쟁 행위’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기사 중의 사진에는 울부짖는 유족과 ‘소련은 테러를 중단하라’ ‘소련 살인마’ 등의 손 팻말을 든 넥타이 부대가 시위에 나선 것이 보입니다.

그때 우리는 허공에 주먹질한 것 말고는 한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승객과 승무원 269명이 탄 민간여객기가 격추되었는데도, 규탄 말고는 눈물뿐이었습니다. 소련을 이어받은 러시아 정부는 블랙박스를 돌려달라는 우리 정부 요구에 내용물을 모두 다 빼내고 껍데기만 돌려준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고 공공연하게 밝힙니다. 이라크 전 지도자 후세인의 대규모 살상무기 보유 발언과는 분명 다릅니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합니까? 우리에게 물어봅니다. 고의, 사고, 과실, 전쟁 어느 것으로도 핵폭발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만에 하나라도 한반도에서 북의 핵이 잘못 분열되는 일이 일어난다면 어찌하렵니까? 이번에도 규탄과 한숨과 분노뿐이어야 합니까?

1979년 6월 말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했던 일을 기억합니다. 카터 대통령은 그때 우리나라의 인권을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연구 등을 가지고 우리를 참 곤혹스럽게 했습니다.

과문한 탓인지 그가 퇴임 이후 북한에 가서 북한의 핵과 인권을 언급했다는 말을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진정으로 존경받고 있는 전임 대통령이라면 북한의 인권 개선을 요구하거나, 또 4차례나 핵실험을 한 북한에게도 우리에게 가했던 것과 같거나 더 강한 강도의 압력으로 핵을 없애라고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아니어도 좋고 누구라도 상관없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을 분명히 제거해야 합니다. 아니면 북한의 핵만을 억제하거나 또는 견제할 목적으로 합법적으로 우리가 핵을 갖든지.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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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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