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50년, 세계를 누빌 'K-BUILD'를 기대하며" -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경영학 박사)
오일머니에 힘입어 도약하던 해외건설이 저유가 여파로 위기에 봉착했다.
글로벌 건설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가격 경쟁력 중심으로 입찰에 뛰어드는 단순 도급방식 사업은 수익성이 뚝 떨어졌다. 국내 건설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사업 형태다. 불확실성이 커진 해외 건설사업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찾아본다. [편집자]
연초부터 해외건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작년 해외건설 수주액은 461억달러로 2007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근까지의 수주액도 전년대비 30% 감소한 수준이다.
가장 큰 원인은 중동의 유가 하락이라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체시장에 취약한 수주 구조와 천편일률적인 사업 방식이 해외건설의 급격한 악화를 초래한 중요한 요인이다.
해외건설 50여년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왜 대체시장을 찾거나 사업모델을 변화시키는데 좀 더 적극적이지 않았을까. 그 해답은 아마도 절실함의 부족에 있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우리 해외건설은 세 차례에 걸쳐 성장과 침체를 반복했다. 그 와중에 해외 수주가 침체되었던 대부분의 기간은 국내 시장이 활황을 이룬 때였다.
지난 2015년을 봐도 역시 2013년 어닝 쇼크의 여진이 남은 상태에서 때마침 붐을 이룬 국내 부동산 시장의 활황이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업체들의 전략적 필요성을 경감시켰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은 다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지속적인 감축, 100%에 달하는 주택 보급률, 인구절벽에 대한 예고 등으로 국내 건설시장의 성장이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해외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은 전자나 자동차 산업에 비해 변화가 느리고, 변화의 내용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산업이다. 그래서인지 해외건설에 임하는 기업, 금융기관, 정부의 전략도 외양만 바뀔 뿐 내실에서는 크게 변화가 없다. 공종과 지역은 여전히 편중되어 있고, 대부분의 사업은 도급사업으로 이루어진다.
토목, 건축에서 플랜트로 공종만 바뀌었을 뿐 FEED(Front-End Engineering and Design) 역량은 여전히 취약하고, 후발국에 비해 역량이 우수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한 기술자들의 돌관작업에 의존해 수익성 문제를 해소한다. 민간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담보를 제공해야만 자금을 빌려주고,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적재원의 규모는 여전히 작고 활용하기 위한 문턱도 높다.
물론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핑계를 대고 머뭇거리기에는 우리가 당면한 변화의 속도와 폭이 너무 빠르고 크다. 신흥시장과 인프라 시장이 부상하고, 토목과 건축분야의 기술 평준화와 신흥국 정부의 재정악화로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자국의 인력과 자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기술이전과 CS(customer satisfaction)에 대한 신흥국의 요구는 더욱 거세다.
또한 신흥국뿐 아니라 중동의 발주자들까지도 재정과 외환부족을 보완하고 민간의 효율성을 도입하기 위해 BOT(Build-Operate-Transfer),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민관협력) 등의 방식으로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해외건설이 기존의 틀을 넘어서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금, 정보, 역량에 있어서 혁신에 버금가는 변화가 필요하다. 자금과 관련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발금융으로서 민간 재원 활용의 확대이다.
이를 위해 EDCF(대외경제협력기금)와 민간금융이 결합한 공공-민간 개발금융 혼합(Mix)모델을 개발하는 한편 유상지원을 통한 인프라사업의 후속사업으로 연계 부동산 개발 등 민간 개발금융이 가능한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공공 재원의 실효성 제고도 시급하다. ODA(공적개발원조)의 무상 지원과 유상지원의 연계 강화, 선진국 수준의 EDCF 금리 인하, 수출금융 지원을 위한 외화가득률 요건 완화 및 저 신용국가에 대한 자금지원 확대가 검토될 필요가 있다.
또한 GIF(글로벌인프라펀드)나 KOIF(코리아해외인프라펀드) 등 투자개발형 사업을 위한 국내 공공재원의 경우 리스크 헷징을 기업 자체적인 보증 및 담보에만 의존해서는 그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할 것이다.
정보와 네트워크 측면에서는 산재되어 있는 정보들의 통합분석이 가능하도록 부처의 경계를 넘어 통합 정보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고위급 외교를 통해 고급 정보를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 입수하고 해외 현지교민, 국가별·지역별 국내외 전문가, 다자간개발은행(MDB) 파견 유경험자, 프로젝트별 관련 컨설턴트, 진출 국가별로 활용가능한 세무회계사 및 변호사 등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해외건설의 전방위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역량 측면에서는 무엇보다도 프로젝트를 기획·발굴하고, 타당성을 분석해 프로젝트의 기본구도를 만들고, 이를 뒷받침할 재무모델을 설계 할 수 있는 디벨로핑 또는 FEED 역량과 사업을 운영(operation)하는 역량이 확보되어야 한다.
결국 프로젝트의 모든 수익 모델은 초기 단계에서 결정되며, 수익성 제고를 위해 시공단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공기를 단축하거나 인건비, 자재비 절약 외에는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준공 후 운영을 위해서는 공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 대다수 업체들은 국내 민자사업에서조차 장기에 걸친 운영을 통해 수익을 회수하는 모델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상급 외교가 가미되면서 최근 해외건설은 기업간 경쟁을 넘어서 국가간 경쟁으로 그 양상이 바뀌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의 성과를 통해 나타난 우리의 잠재력으로 볼 때 앞으로 50년 안에 'K-POP'과 더불어 'K-BUILD'가 세계시장을 누빌 때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절실함이 리얼을 만든다’는 어느 책의 문구처럼 해외건설에서도 정부와 기업 모두 절실함을 담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도진 기자 spoon504@bizwatch.co.kr biz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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