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옛 해운대역사에 '호텔' 들어선다


코레일, 

백상건설㈜ 컨소시엄과 매각 절차 진행,

최소 237억 원 수익

상업개발 강행에 비난 거세 

역사적 가치 보존 여론 외면

해운대구도 반대 입장 표명 


   동해남부선 옛 해운대역사가 민간에 매각돼 생활형 숙박시설(호텔형 레지던스)이 들어선다. 


유점자 해운대구의원이 17일 옛 해운대역 앞 광장에서 해운대 폐선부지의 상업개발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이 역사를 소유한 코레일이 돈벌이에만 급급해 역사·문화적 가치가 큰 상징 공간을 상업개발에 내맡겨 훼손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코레일은 해운대역사 부지 4631㎡(해운대구 우동 524의1)를 백상건설㈜ 컨소시엄(이하 백상)에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이 컨소시엄은 업체 3곳으로 이루어졌으며  백상건설이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백상은 지난해 4월 코레일이 낸 개발사업자 공모에 신청해 같은 해 7월 민간투자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재 토지매매 계약이 끝난 상태다. 백상은 현재 역사를 모델하우스(본지 지난 15일 자 1면 등 보도)로 쓰는 A지역주택조합과 계약이 끝나는 오는 6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이곳을 숙박시설로 개발하는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백상 고위 간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거 시설로는 용도 변경이 어려워 아파트 대신 인근 '더 에이치 스위트'(지상39층 규모·대림산업)와 비슷하게 생활형 숙박시설로 개발하려 한다. 전국에서 주목받는 해운대 중심지역인 데다 도시철도 해운대역까지 끼고 있는 편리한 교통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코레일이 옛 해운대역사를 팔고 챙기는 수익금은 237억1400만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매각 공고에서 토지매각대금 비용 최저가로 215억5800만 원, 부가가치세의 일종인 자산개발수익금으로 최소 21억5600만 원을 내걸었다. 백상 측은 "매입금이 230억 원은 넘는다. 자세한 금액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해운대역사 매각과 별개로  부산 동구 부산진역사(6467㎡)를 임대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해운대역사의 상업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사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은 "철도 역사를 팔각지붕 형태로 만든 것은 코레일도 가치를 크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며 "수십 년간 여름철 해운대를 상징해온 '장승' 같은 공간을 보존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생명그물 이준경 정책실장은 "역사를 수십 년 된 역사적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매각자산으로만 여기는 몰상식에서 비롯된행태"라며 "부산 시민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운대구 김필한 건축과장도 "인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시민 공간인 역사가 상업개발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역사의 매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코레일 역세권개발처 관계자는 "경부선 외에 모든 노선이 적자지만 국민 반발이 우려돼 철도 요금을 인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익 시설을 설치하고 싶으나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 특성상 개발 사업 추진은 더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백상 측은 "주민 반발을 이해한다. 건물 앞을 시민이 마음껏 이용하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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