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폭탄' 때문 오도가도 못하는 '사회 초년생'의 슬픈 현실


대학 때 하숙집, 

취업 후에도 월세 폭탄때문 그자리에


   10년 전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대학에 입학하면서 인근 화양동 하숙집과 원룸에 자리 잡은 박모(32·남)씨. 


그는 최근 직장을 상암동으로 옮기면서 이사를 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이내 결심을 접었다. 인근에 월셋집을 알아봤지만 현재 거주하고 있는 하숙집보다 월 임대료가 두 배 가까이 비싸 매달 나가는 주거비가 크게 부담됐기 때문이다. 결국 박 씨는 화양동에 그대로 남기로 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했지만 주거비 부담에 대학 인근 하숙집이나 원룸을 떠나지 못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한 청년예술인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청년과 주거빈민 등의 렌트푸어를 풍자한 

'존재의 집' 짓기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층이 주거비 부담에 대학을 졸업해도 대학가를 떠나지 못하고 그대로 눌러앉고 있다.


박 씨처럼 서울 내 재학중이던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했지만 마땅한 주거지를 찾지 못해 모교 근처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지방에서 졸업을 하고 서울에서 직장을 구한 이후,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학가 인근으로 몰려드는 사회초년생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후 재작년 서울로 올라 온 이순미(29·여)씨는 2년여 동안 강동구 천호동에 살았지만 지난 달 중랑구 면목동 서일대학교 근처 한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지방에서 올라 온 대학생들이 많아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천호동에서 살 때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 20만원을 내면서 살았는데 면목동의 경우 전세 3000만원에 비슷한 면적대의 주택을 전세로 구할 수 있었다"며 "2000만원을 정도를 대출로 충당했는데 그래도 월 부담액이 절반 가까이 줄어서 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회초년생들이 서울 대학가를 맴도는 원인 중 하나는 저가 주택은 계속 사라지고 있고, 그 자리에눈 고가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2만가구 수준이던 서울 멸실주택수는 지난해 3만4400가구로 늘었고, 올해는 무려 4만7100여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땅은 한정돼 있지만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수요는 지속되고 있어 주택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주거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 된 상황에서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아직까지 청년들의 주거 고민을 일거에 해결해 줄만한 묘수는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저소득층에게 집중됐던 임대주택 공급이 최근 대학생이나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며 "다만, 아직은 공급량이 부족하고, 공급지역 내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공급 확대 노력과 국민들의 인식변화가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된 공간에 지속적인 공급이 어려운 만큼 공급량 채우기 보다는 수요에 맞춘 지원 정책도 함께 병행 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준형 명지대학교 교수는 "공급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양적으로 제한이 따를 수 밖에 없고, 현 정부에서는 공급에 필요한 시간적 한계도 있다"며 "직장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소득 일부를 활용하고, 여기에 정부의 지원이 함께 이뤄지는 정책이 필요하다. 주거비가 지원이 되도 수도권에서 임대주택을 구하기에는 턱없이 금액적으로 부족한 만큼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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