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모르면 재테크 마세요”

 

이명숙 지지옥션 대표이사

1000원짜리 정보지로 최고 경매정보기업 일구다 


   1983년, 서른 초반의 한 여성이 법원 경매장을 기웃거리자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더군다나 여린 외모의 여성은 경매 참가자들에게 정보지를 판매하며 건장한 몸집의 남자들을 놀라게 했다. 


2016년,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경매정보기업 대표이사가 됐다. 경매정보업계 처음으로 ‘납세자의 날’ 국세청장 표창도 받았다. 이명숙 지지옥션 대표이사는 “꿈이 야무져 보일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제일 많이 내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고 경매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법원경매, 과감한 시도 

“당시에는 법원에서 경매정보를 쉽게 노출시키지 않았어요. 경매계장 책상서랍에 넣어두거나 게시판에 걸어놓는 정도여서 일반인들은 경매물건이 나온 것을 알 길이 없었죠.”


이 대표는 법원 직원을 찾아가 경매자료를 보여달라고 요청한 뒤 무작정 암기하고 베꼈다. 오래 들고 있다 빼앗기기 일쑤였고 필기과정도 쉽지 않았다. 그때는 경매정보를 판매하는 브로커가 몇몇 있었으나 법원 직원에게 2만~3만원을 '공납'해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관행이 만연했다.


젊은 이 대표가 타자기로 인쇄한 정보지를 들고 '장당 1000원’에 판매하면 금세 가방에 지폐가 쌓였다. 정보지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값을 2000원으로 올렸고 나중에는 아예 구독료를 미리 받아 우편으로 발송했다. 가까운 곳은 아르바이트 학생이 직접 배달하기도 했다. 지지옥션의 효시인 ‘계약경제일보’를 창간할 때의 일이다. 지지옥션(GG Auction)이라는 사명도 ‘계약 경제’의 알파벳 이니셜을 따 정했다. 


“지금이야 인터넷도 있고 경매 관련 서적이 많지만 그 때는 책이 한두권밖에 없었어요. 읽고 공부했죠. 민사소송법과 임대차보호법도 책으로 공부했고요.” 


사진=임한별 기자


이 대표는 이후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1994년 인근의 세계일보 강당을 빌려 경매교육을 하자 700~800명이 모였다. 교육사업에서 수익을 내면서 회사는 안정화 시기에 접어들었다.


대형 건설사도 지지옥션 구독

지지옥션의 고객층은 다양하다. 개인투자자도 있지만 건설사와 금융기관이 주 고객이다. 오지에 상가나 공장을 건설하려고 할 때 시세뿐 아니라 땅 주변의 환경을 알아야 하는데 지지옥션의 정보는 중요한 투자기준이 된다. 


예컨대 인터넷 검색으로 알기 어려운 주변 경관이나 장애물 등 부수적인 사항들을 지지옥션에서는 알 수 있다. 다른 경매정보업체와 가장 차별화한 부분이다. 심층분석을 통해 유치권의 주장이 가능한지, 현수막이나 경비를 세워두지 않았는지 등의 사실이 중요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1층인 줄 알았는데 경사로 인해 0.5층이거나 건물 앞에 고가도로가 들어선 사실은 현장취재를 해야만 알 수 있는 정보죠. 지지옥션 직원들은 현장을 방문해 스케치한 후 정보를 일일이 핸드메이드로 입력하고 분석해 투자 안전성과 적정한 인수금액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지지옥션 직원들은 평일 내내 실시간으로 취재상황을 중개한다. 법무팀 직원들은 하루 종일 전화와 카카오톡 채팅서비스를 통해 투자상담을 제공한다. 


이 대표는 “법원에서 입찰표를 제출하고 개찰하는 경매방식이 수십년째 변화하지 않는다”며 “불편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진행이 더디다. 경매거래의 전산화를 부분적으로나 전체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매시장 고속성장, 일반인 경매거래 쉬워졌다 

이 대표는 경매정보사업이 국가경제의 한축으로 자리매김할 만큼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말 법원경매의 낙찰가율은 평균 75%를 기록해 2008년 7월 글로벌 경제위기 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법원경매는 전국에서 1만2499건이 진행됐고 이중 4669건이 낙찰됐다. 지난해 낙찰총액은 14조7074억원에 이른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경매물건이 빚에 넘어간 집이라 꺼림칙하다는 시선과 경매거래하는 사람은 부도덕하다는 편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제 경매는 경제에서 없어선 안 될 거래행위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매거래는 채무불이행에 빠진 채무자의 빚을 갚아주고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권 일부를 회수함으로써 담보가 헐값에 팔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소유주나 세입자의 법적보호도 중요함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기존의 소유주나 세입자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제도가 잘 갖춰졌기 때문에 보증금에 대한 안정성을 판단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며 “확정일자와 전입신고 등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법적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매 공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경매는 재테크 수단인 동시에 자기 재산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요즘은 책뿐만 아니라 카페나 동영상 강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무엇보다 권리분석에 대한 공부는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제는 경매를 모르면 재테크 한다고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일반시장에서 사고파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경매는 가장 낮은 원가에 부동산을 살 수 있어서입니다. 부동산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에 매입가격을 낮추는 것이 안전한 수익의 지름길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머니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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