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변리사와 상생'을 말하려면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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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변리사와 상생'을 말하려면

2016.03.10


변리사회와 변호사단체(변협)는 업무 범위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부딪쳐왔습니다. 변호사법에 일반 법률 사무가 변호사 업무로 되어있으니, 지식재산권법(특허법 상표법 디자인법)은 일반 법률이므로 변리사자격을 아무 검증 없이 그냥 받아도 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당연히 변리사회 생각은 다릅니다. 세계 선진 각국은 변리사제도를 운영하며, 검증을 거친 사람에게 변리사 자격을 줍니다. 우리 현실에서 보아도, 변호사 자격이 있다고 하여 변리사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주었습니다. 비정상이었습니다. 지난해 연말에 ‘자격 연수’를 거친 사람에게 자격을 주는 것으로 변리사법이 개정됐습니다. 올해 7월 18일부터는 자동자격(자동변리사)이 없어집니다.

변리사 제도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변호사단체는 막강한 힘을 이용하여 이상한 짓을 해왔습니다. 2005년에는 변리사로 활동하려면 반드시 대한변리사회에 가입해야 한다는 법을 추진하자, 당시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법조변리사회’라는 복수 단체를 설립하려고 발기인을 모으다가 강력한 항의에 부딪혀 포기했습니다. 2014년 11월에는 변리사 연수의무가 강화된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는지 ‘한국지식재산변호사협회’를 설립했습니다. 이들 활동 목표 가운데 하나가 ‘미국 지식재산법협회(AIPLA)'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단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변리사회가 한국을 대표하여 참여하고 있는데 이 자리를 대신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 변리사회가 자동변리사 제도를 폐지하려고 국민서명운동을 시작하자 변협회장은 ’변리사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성명서를 냈습니다. 올해 2016년 1월 26일에는 ’대한특허변호사회‘를 출범했습니다. 이 단체에는 자동변리사 등록을 한 변호사들이 모여 있습니다. 변협회장은 공문으로 자동변리사들이 변리사회 총회에 적극 참석하라는 공문을 냈습니다. 변리사회장 선거가 있는 날에, 변협회장이 다른 단체 총회에 적극 참여하라고 독려하는 것은 이웃 단체장 선거에 개입하는 것으로 이웃 단체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2월 19일 총회에는 자동변리사 58명이 참석하여 투표했습니다. 스스로 정의와 인권을 지키는 것이 사명이라고 내세우는 사람
들이 해온 행적입니다.

변리사회장 선거가 끝난 2월 25일 대한특허변호사협회 김승열 회장은 서울신문과 대담에서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변리사들과 밥그릇 싸움하려고 우리 협회를 만든 게 아니다. 세계 시장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들과 변리사들이 손을 맞잡아야 한다.” 면서 갑자기 변리사와 변호사 상생을 얘기합니다. 생뚱맞습니다.

상생이 무엇일까요? 분야별 전문가끼리 서로에게 모자란 것을 채우고 도움이 되게 협력해야 합니다. 그게 상생이겠지요. 상생하려면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먼저 서로의 전문 제도와 영역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하고, 법률소비자를 위한 것이라는 큰 틀에 바탕을 두어야 합니다.

변협이 상생을 얘기하려면 자동자격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을 사과하고, 대한특허변호사회를 해체하고, 변협이 변리사회장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에 사죄하고, 변리사법에 규정된 침해소송대리권을 인정한다고 선언하기 바랍니다. 상생방안을 그 다음 논의하면 됩니다.

상생하겠다고 얘기하면서 상대의 전문 능력을 부정하고, 상대 단체장 선거에 개입하고, 법에 규정된 소송대리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어찌 상생을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일방으로 자기에게 좋은 것만 챙기려는 심보로는 상생할 수 없습니다. 변호사법 2조(사명)에 담긴 말, 정의나 인권이란 말이 낯설게 만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과실연 수도권 대표, (전)대한변리사회 회장, 세종과학포럼 상임대표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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