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야만 보험 들 수 있나요"

카테고리 없음|2016. 3. 7. 15:18


이병무 삼성화재 장기상품개발팀 수석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보험은 ‘건강한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고 여겼다. 따라서 과거에는 많은 보험사가 건강하지 못한 사람으로부터 등을 돌려야 했다.


그러나 2009년 10월 ‘유병자(有甁者)는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편견이 처음으로 깨졌다. 그간 당연하게 여겨왔던 보험업계의 장벽이 무너진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제 고혈압, 당뇨 등의 질환을 가진 사람도 약간의 절차만 거치면 정상적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획기적인 정책인 ‘유병자 할증제도’를 통해서다.  


가입 문턱 낮춘 ‘유병자보험’ 

유병자 할증제도는 건강상태가 평균적인 고객을 초과하는 위험의 경우 위험보험료를 추가 징수하는 제도다. 최근 삼성화재가 출시한 ‘간편하게 건강하게’의 경우 유병자 할증제도를 통해 최대 65세에서 75세로 가입연령을 늘렸다. 이 상품은 10년 만기 재가입을 통해 최대 100세까지 보장한다. 또 당뇨나 고혈압으로 통원치료를 받거나 정기적으로 약을 먹더라도 따로 고지하지 않고 가입할 수 있다. 유병자 할증제도를 도입해 보장 사각지대를 줄인 것. 


불과 7년 전만 해도 당뇨·신경통·관절염이 있는 사람은 보험가입이 쉽지 않았다. 아픈 만큼 더 위험에 대비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물론 지병으로 병원을 다니거나 약을 먹는 사람이라면 건강한 사람에 비해 보험료가 더 높게 책정된다. 그러나 아예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이전에 비하면 시장이 많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보험사는 보험대상자(피보험자)의 과거 및 현재의 건강상태에 따라 가입 여부와 인수조건을 달리한다. 보험대상자로서 유병자는 크게 ▲건강체 ▲표준체 ▲표준미달체 ▲거절체 등으로 분류된다. 


우선 건강체는 비흡연자이면서 혈압이나 체질량지수인 BMI(Body Mass Index)가 정상범위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일반인(표준체)에 비해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판단된다. 건강체로 분류되면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표준체는 일반인의 위험에 해당하는 보험대상자로 담보별 가입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한 가입한 보장금액만큼 보장받는다. 표준미달체는 특정 질병 또는 신체부위에 대해 생존급부를 보장하지 않는 조건으로만 가입할 수 있는 보험대상자다. 표준체와 동일한 보장을 받으려면 보험료를 추가로 더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거절체는 건강상태 등으로 인해 현시점에서는 인수가 불가능한 보험대상자를 말한다.


베이비부머 따라 바뀌는 트렌드 

현재 시니어세대는 우리나라 보험소비의 주 고객층이었던 베이비부머다. 사실 우리나라 보험소비는 이 베이비부머의 연령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의 연령이동에 따라 주요 공급상품도 변화됐다. 주요 공급상품이 교육보험→종신보험→실손보험 순으로 트렌드가 이어진 것. 


우선 베이비붐세대가 20~30대였던 80년대에는 이들이 자녀를 낳으면서 교육보험이 전성기를 누렸다. 90년대에는 이들이 한창 사회활동을 하는 30~40대가 되면서 종신보험이 큰 관심을 받았다. 2000년대에는 40~50대가 된 이들이 건강에 관심을 가지면서 실손보험이 붐을 이뤘고 2010년에는 50~60대 은퇴시기에 접어들면서 연금보험이 떠올랐다. 


이제는 100세시대가 다가왔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병치레기간도 더 증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베이비부머가 60대가 되는 현재 유병자 전용상품이 보험시장의 주요 트렌드로 떠오를 전망이다.  


업계에서도 시니어가 된 베이비붐세대의 보험니즈를 겨냥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유병자보험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자시장, 신흥시장으로 성장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는 최근 10년간 1.5배 이상 증가했다. 2060년에는 노인인구가 2000만명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시니어시장의 급성장을 고려할 때 고령자를 위한 보험시장 공략은 필수다. 


무엇보다 만성질환 보유자 증가에 따라 유병자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65세 이상 고연령층의 경우 89.2%가 만성질환자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고혈압·당뇨·고콜레스테롤혈증·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 유병자는 각종 의료비용 지출로 보험이 가장 필요한 고객임에도 그동안 보험시장 내에서 기피대상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인수방법의 다양화 등을 통해 유병자도 인수 가능한 고객으로 변했고 유병자시장이 보험산업의 신흥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니어시장의 급성장을 고려할 때 고령자를 위한 보험상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병자들에게 보험가입의 문턱을 낮춰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에 대비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보험이 가진 사회적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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