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재테크"
수량 제한 나이키 에어조던 시리즈 등
“시간 지나면 돈된다” 밤새 구매대기
현장서 바로 웃돈 거래할 만큼 인기
레고는 8년간 2230% 수익률 내기도
마니아층 두터운 브랜드 등 노려야
중고 수입자동차 딜러인 장모씨(33·대구시 수성구 범어동)는 나이키 에어조던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매장 앞에서 2~3일 정도를 기다린다.
90년대 '남자들의 로망' 나이키 에어조던 출처 미디어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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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 켤레 가격이 2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인 이 제품을 사기 위해 들이는 노력치고는 지나칠 정도다. 그동안 랑방, 커먼프로젝트 등 60만~70만원 하는 신발을 신었지만, 지난해부터 에어조던만 찾고 있다. 명품 신발을 버리고 에어조던을 선택한 것은 신발이 매력적인 것도 있지만, 누구나 신을 수 있는 신발이 아니기 때문이다.
에어조단은 출시일에 맞춰 매장별로 한정된 수량만 공급한다. 이런 탓에 새로운 모델이 나올때마다 2~3일 전부터 줄을 서는 사람이 100명은 훌쩍 넘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신발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추첨을 통해 뽑힌 사람만 구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기만 하면 현장에서 곧바로 10만원 정도의 웃돈을 붙여 되팔 수 있다. ‘한정판 재테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사기만 하면, 그리고 시간이 지나 희소성이 높아지면 그만큼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어서다. 다만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브랜드만 가능해 기회가 많지 않고,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탓에 취미와 재테크를 동시에 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오른다
지난해 12월12일 오후 대구 동성로 나이키 매장 앞엔 100여명의 고객이 몰려 있었다. 다음날 발매되는 ‘나이키 에어조던11 72-10’을 사기 위해서다. 다른 에어조던 시리즈보다 판매되는 물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래도 이곳에 모인 사람의 수는 이전 모델 출시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출고 가격은 23만9천원이지만, 이는 별로 중요치 않다. 신고 다니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되팔면 하루만에라도 최소 30%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
다음날 오전 9시30분. 예정된 추첨시간이 됐지만 기다리던 구매자 전원이 매장에 들어가서 추첨을 해야하는 탓에 입장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전날 수첩에 적은 대기자 명단과 신분증을 모두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그만큼이나 걸렸던 것. 운이 좋아 신발을 구입한 이들은 매장 밖으로 나오자 추첨에서 떨어진 이들로부터 웃돈 ‘7만원 주겠다’며 되팔것을 제안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를 되파는 이들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4일 현재, 이 제품의 인터넷 매매 가격은 51만원 가량. 지금 되판다면 3개월도 안된 기간에 1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사이트마다 차이가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260~270㎜사이즈는 대부분 이 금액 이하로 구하기 힘들다.
“금값은 경기에 따라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죠. 하지만 에어조던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르기만 할 뿐 절대 내리지 않습니다.”
나이키 에어조던 마니아인 김모씨(44)가 말하는 한정판 재테크의 이유다. 한정판 제품인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오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김씨는 에어조던을 되팔아 또다시 새로운 에어조던 제품을 구매하는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에어조던의 경우 새 신발이 아니라 신던 것도 상태에 따라 구입시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김씨는 지난해 2월 ‘에어조던 4 레트로 테크 그레이’를 21만9천원에 구입했다. 한정판으로 판매한 제품이라 이틀 정도 매장 앞에서 줄을 서야 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뒤 배송비를 포함해 45만원 가량을 받고 되팔았다. 1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 “이 농구화는 1999년 출시된 후 단종됐다 16년 만에 한정판으로 다시 나온 것이어서 프리미엄이 높게 붙은 것 같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비슷한 제품을 50만원대에 판다고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한 사람도 있어 글을 올린 후 몇 시간 만에 팔렸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외국에서는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이키 에어조던 11 레트로 콩코드가 한정 출시된 2011년 12월23일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인디애나 지역의 한 신발 매장에서는 신발을 갖기 위해 청소년 300명이 창문을 깨고 안으로 들어갔고, 시애틀 교외에서도 전날 자정부터 줄을 서 있던 손님 2천여명이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먼저 입장을 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난투극이 일어났다.
레고사의 한정판 '카페코너' 출처 eurobricks.com
레고, 국내산 터닝메카드도
1932년 덴마크에서 탄생한 조립식 블록 장난감 ‘레고’도 한정판 재테크의 대표 주자 중 하나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특히 레고사는 한 시리즈를 출시한 후 단종되면 재생산하는 경우가 드물다. 출고 제품 대부분이 사실상 한정판인 셈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출시 당시의 상태로 보존된 레고 세트의 가격은 연간 12%씩 가격이 올랐다. 이는 주식이나 원자재 투자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은 것이다. 같은 기간 영국 증시는 연간 4.1%, 금 가격은 연간 9.6% 오르는 데 그쳤다.
중고 레고 판매 사이트인 브릭피커닷컴(BrickPicker.com)에 따르면 지난해 2천96파운드(약 360만원)의 가격에 거래된 레고 세트 ‘카페코너’의 출고가격(2007년)은 89.99파운드(약 15만4천400원)였다. 8년간 2천230%의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특히 레고는 컬래버레이션된 시리즈, 특별한 시리즈 번호를 가지면 프리미엄이 더 붙는다. 레고와 DC코믹스와 협력해 만든 ‘슈퍼 히어로즈’ ‘배트포트-배트맨 오토바이, 제품번호 5004590’는 지난해 9월 출시 때 20만~30만원선에 판매됐지만, 중고거래시장에서 300만원을 호가한다. ‘스타워즈’ 시리즈로 출시된 제품도 중고 가격이 출고가를 훌쩍 뛰어넘는다.
국내 변신로봇 장난감 ‘터닝메카드’도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출고가격(약 1만 6천500원)보다 3~4배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인기 모델인 ‘에반’은 한때 5배 가까이 오른 8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보관상태, 출시량에 따라 달라
한정판 재테크에 관심을 가질 경우 △두터운 마니아층의 있는 브랜드 제품 △품절이 빨리 되는 제품 △단종된 지 오래돼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사는 게 좋고, 구입한 뒤에는 박스를 개봉하지 않은 새 제품으로 보관하는 게 가장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나이키 에어조던 등 일부 제품의 경우, 착용했다면 현 상태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고, 만약 수선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 상태 그대로 판매에 나서는 게 더 낫다고 마니아들은 전했다. 레고도 보관상태, 포장박스 상태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레고 마니아들은 새 제품이 나오면 같은 제품을 2개 구매해 1개는 포장을 풀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1개는 직접 조립하는 식으로 취미와 재테크를 동시에 병행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가품(假品)이 거래되는 경우도 흔하다.
또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한정판 제품을 사는 이들 탓에 기존 고객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없지 않다. 나이키 에어조던을 제외하면 대부분 구매수량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되팔 목적으로 한꺼번에 물건을 사들이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0월 H&M과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망의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판매 3시간 만에 물량이 거의 매진됐고, 그날 오후 인터넷에는 3배 가량 높은 가격으로 매물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한정판 제품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수익만 보고 달려들면 힘들 것”이라면서 “취미활동을 하면서 부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정도로 한정판 재테크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영남일보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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