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Pin-tech) 보험
내비 켜고 운전땐 납입료 뚝
핀테크 기술 접목 첨단 보험상품 속속 나와
빅데이터 활용 대출상품도 잇달아 출시
2016년 6월의 어느 날. 김보험 씨(가상의 인물)는 출근길에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내비게이션(길 안내) 서비스인 T맵을 켰다. 김 씨가 T맵을 켜는 이유는 단순히 길 안내를 받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 핀테크: 금융서비스+ IT 기술
예: 모바일결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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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맵을 켜놓고 안전하게 운전하면 보험료가 낮아지는 ‘운전습관 연계보험(UBI·Usage Based Insurance)’에 가입했기 때문. 스페인, 포르투갈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보험이다. 김 씨는 이 보험에 가입하며 40% 정도의 보험료를 할인받고 있다.
그동안 다른 금융업계에 비해 핀테크 도입이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보험업계에서도 핀테크 기술을 접목한 첨단 보험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UBI 보험은 물론이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출상품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당국의 보험상품 자율화 방침도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는 데 영향을 줬다.
핀테크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분야는 자동차보험이다. 동부화재는 보험업계 최초로 이르면 이달 말 UBI 보험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SK플래닛의 T맵과 연계된 이 상품은 고객이 안전하게 운전을 하면 보험료를 5% 할인해 준다. 마일리지 보험 특약(평소 운행거리가 적으면 보험료가 내려가는 특약) 등 다른 특약까지 가입하면 보험료가 더 싸진다. 보험사는 급가속과 불법 유턴 등 T맵을 통해 들어오는 고객의 운전 정보들을 점수로 매겨 보험료에 반영한다. 흥국화재 등 다른 보험사들도 UBI 보험의 연내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차량에 장착된 차량운행기록장치(OBD)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보험료에 반영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고객이 건강하다는 게 입증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상품도 개발되고 있다. 가령 웨어러블 기기를 장착하고 하루 1만∼2만 보 이상을 걷는 등 고객의 건강 정보가 확인되면 보험료가 내려가는 식이다.
빅데이터를 접목한 보험업계의 상품과 서비스는 이뿐만 아니다. 한화생명이 지난달 24일 출시한 ‘한화 스마트 신용대출’은 중금리 대출 시장을 겨냥해 빅데이터 기술을 동원했다. 이 보험은 고객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 세금 납부 기록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 뒤 결과를 고객의 신용등급에 반영해 대출금리를 조정한다. 라이나생명의 인터넷 보험 비교 사이트인 ‘콕딜’은 성(性), 연령, 직업 등 정보를 취합해 1000여 개의 기존 상품 중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제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빅데이터나 핀테크 상품을 보다 활성화시키려면 선결 과제도 적잖다. 우선 고객 정보에 대한 보안 강화를 위해 관련 법제도나 시스템을 충실하게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금융회사의 정보 보안 인력 규모를 정하고 있는 ‘전자금융 감독 규정’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보 보안 인력을 규정대로 운영하지 않아도 홈페이지에 이를 이행하지 못한 이유만 밝히면 문제 삼지 않도록 돼 있다.
보험사들의 보안 관련 인력이 부족한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형 보험사들도 보안 인력이 시중은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최승천 금융보안원 부장은 “고객 정보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금융회사는 정보 보안 인력의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보험사들도 고객 정보를 축적하는 만큼 상품 개발과 동시에 정보 보안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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