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2차 태평양전쟁 도화선 되나 [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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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2차 태평양전쟁 도화선 되나

2016.03.03


한반도 주변에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남한의 대북 확성기방송 재개와 개성공단 철수는 남북관계를 급랭시켰습니다. 이어 UN과 미국·일본은 강력한 대북 제재를 결의·추진하는 한편 한국과 미국은 남한에 사드(THAAD)를 배치하기 위한 협의를 공식화했습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공격적이고 위협적입니다.

1941년 12월 1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촉발된 1차 태평양전쟁 이후 한반도 주변에는 최근 미국의 가장 강력한 무력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 2월에는 중폭격기 B-52와 최강 스텔스 전투기 F-22 편대가 날아왔고, 7일 시작될 한·미 키 리졸브 훈련에는 전차와 장갑차 700여 대를 실을 수 있는 해상선단(MPSS)과 항공모함·핵잠수함이 작전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특수부대를 포함한 미 해병 5,000명이 참가하는 ‘참수작전’(decapitation strike) 훈련입니다. 대화와 협상이 통하지 않는 북한의 지휘부를 제거하기 위한 작전입니다. 여기에 최신 스텔스 폭격기 B-2까지 가세하면 3시간 안에 북한 공군을 무력화시키고, 평양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전직 정보 관련 육군 장성의 설명이 충격을 더해 줍니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이해당사국인 중국은 “사드 때문에 한·중관계가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며 외교적 협박(추궈홍 주한 대사)을 서슴지 않았고,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도 대응무기를 동북지역에 배치할 것”(청샤오허 인민대 교수)이라고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중국 전략 폭격기 편대가 한국의 사드 기지를 1시간 내에 파괴할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그 일촉즉발의 위기 중심에 김정은(1984년 1월 8일 생)이 있습니다. 27세에 세습 정권의 후계자가 된 그는 현재 조선노동당 제1비서 및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직함을 가진 북한의 최고 권력자입니다. 그러나 그는 국제사회의 한 국가로 나라 위상을 가다듬고, 최고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많은 의구심을 주고 있습니다.

첫째, 김정은은 패륜·공포정치로 당·군과 인민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2인자였던 고모부 장성택을 참살(2013년 11월)했을 뿐만 아니라, 군 최고위직 측근들을 차례로 처형했습니다.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2012년 7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2015년 4월), 리영길 총참모장(2016년 2월) 등입니다. 집권 4년 동안 처형·유배하거나 옷 벗긴 고급 간부가 200명이 넘는다니 전 인민이 떨 수밖에 없습니다.

서슬 퍼런 김정은 앞에서는 60세가 넘은 2,3인자들도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박수치고, 무릎 꿇고 입 가린 채 귓속말을 건네고,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며 수행합니다. 그가 목선을 타고 군부대 시찰차 떠나는 포구에서 바닷물로 뛰어들며 손을 흔들고 아우성치는 군인이나 주민들 모습은 정상일까요? 누가 봐도 존경심·애국심과는 거리가 먼 충성경쟁이나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으로 비칩니다.

둘째, 김정은은 끊임없는 전쟁 놀음으로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과 긴장관계를 촉발하고 있습니다. 집권 이후 4차례의 핵실험에 이어 지난달에는 수소폭탄 실험 성공을 과시했습니다. 단거리는 물론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미국을 자극했습니다. 인민의 단결과 자긍심을 일깨웠는지는 모르지만 한반도에 짙은 전쟁 공포를 몰고 온 자충수에 불과합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 이어 휴전선 지뢰 폭발로 남한의 반응을 떠보고, 대남 사이버 테러나 요인 암살 지시로 우리의 역량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는 빈도와 방식이 날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려는 김정은의 도박은 객관적으로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버마재비가 두 발을 치켜들고 수레바퀴를 막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의 만용일 뿐입니다.

셋째, 김정은은 자신과 나라를 국제 미아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집권 5년차를 맞기까지 그는 나라밖을 나가본 적이 없습니다. 어느 나라도 그를 초청하지도 방문을 허용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 전승절 행사에 사절로 간 최룡해의 초라한 행색을 우리는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나라를 국가라고 할 수 있느냐’는 핀잔에다 정권교체(regime change)까지 거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북한에 내려진 유엔의 결의는 가혹합니다. 김정은과 측근들 그리고 국영 회사에 대한 금융 제재는 물론, 중국의 항공유 공급과 광산물 수입 차단 등은 북한의 목줄을 죄는 조치입니다. 겨우 숨통을 터준 원유·농산물 수입 허용은 굶주린 북한 인민에 대한 배려 명분이지만, 자국의 이해타산이 앞선 미국과 중국의 ‘악어의 눈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북의 무력시위를 빌미로 벌이는 미·중의 대립은 점차 강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전후 태평양을 지배해온 미국은 지난달 중순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 정상을 초청해 중국 앞마당의 포위를 촉구했습니다. 이에 앞서 중국은 남중국해 난사군도에 레이더 기지를 건설하고 미사일까지 배치했습니다. 미·중의 2차 태평양전쟁 발발을 우려하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태평양전쟁 때 동맹국이었던 미국과 중국은 공산혁명과 6·25전쟁의 인민군 참전으로 적대관계였다가 70년대 핑퐁외교를 통한 수교(1979년 1월 1일) 이후 최대 교역 상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두 경제 대국은 해외 자원 및 해상 통로 확보와 군사력 경쟁에는 한 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국력이 약한 나라들은 어느 쪽과 손을 잡아야 할지 망설이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만의 하나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로 불장난 도박을 한다면 자신은 물론 나라와 백성이 일거에 궤멸하는 참상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인민이나 군 등 권력집단의 봉기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방법은 개방 개혁으로 인민에게 쌀밥과 고깃국을 먹여 주고, 화해 협력으로 국가 관계를 정상화하는 길뿐입니다. 죽어서야 저승을 알게 되면 만사휴의(萬事休矣)가 됩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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