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자리 줄이면 할 수 있는 '이 일' [신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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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자리 줄이면 할 수 있는 '이 일'

2016.03.02


편치 않은 마음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제 자신이 포함된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부담스럽고 듣는 분도 거북하실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글쟁이로서, 나아가 문화 예술분야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과, 주변의 관심에 대한 보답과, 정신 자산을 키우고 지켜야 하는 일종의 사명감에 기대어 오늘 이 글을 써볼까 합니다.   

며칠 전 만난 지인이 대화 중에 자기 글을 좋아하는 어느 화가가 작품을 팔아서 출판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제 지인은 전문 산행기를 쓰는 사람입니다. 몇 년에 걸쳐 쓴 글이 모아지자 주변에서 책으로 엮을 것을 권했고 그 비용까지 보태겠다며 한 독자가 나섰다는 거지요. 저는 이 말을 듣고 적잖이 감동해서 제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실은 이번에 나온 내 책 <내 안에 개있다>도 어느 독자와 출판사의 후원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고요. 자유칼럼그룹을 통해 제 글을 지속적으로 접해 온 독자 한 분이 제게 출간제의를 했고 그 뜻이 좋다며  '도서출판 책과 나무’가 절반가의 제작비로 후원에 동참하면서 결과물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요.

말하자면 메세나 지원(예술, 문화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으로 제 책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에 앞서 2년 전에는 한 기업인으로부터 1년간 문화 활동비를 후원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남이 해 주면 모를까, 내가 직접 하면 자칫 타인의 질시 거리 내지는 내 자랑이나 될 것 같아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만 감사를 표하고 말았는데, 지인이 먼저 자기 상황을 들려주니 제가 받은 주변의 도움과 관심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자랑질하는 게 아닐까.’ 하는 알량한 자의식에만 빠져 있다가 저와 비슷한 처지의 문화 예술인들을 위해서 이런 사례는 되도록 널리 알리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 것입니다. 제가 만약 불우이웃돕기 성금의 수혜자라면 응당 공식적으로 감사를 표하고, 같은 류의 활동을 독려하는 사회적 환기를 위해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을 테니까요.    

중앙북스 노재현 대표는 중앙일보 논설실장으로 있을 때 범국민 문화 예술 후원 캠페인인 ‘예술나무 운동 (www.artistree.or.kr)’에 대한 글을 쓰면서 예술 나무 한 그루(계좌) 당 월 3,000원의 후원금을 책정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 뜻이 좋아 자신도 10그루를 심었다고 합니다.

방송사에서 일하는 지인 하나는 술자리만 좀 줄이면 예술단체 몇 군데 후원하는 거야 별 일 아니라고 했습니다. 마음이 중요할 뿐, 큰돈 안 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유칼럼의 댓글란에 'dada'라는 아이디를 쓰는 분은 아래와 같은 의견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말로는 우리나라가 문화 예술 강국이니 뭐니 하지만 그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예술인들(문학, 미술, 음악 등), 특히 전업작가들의 삶은 이중섭이나 박수근이 살던 시대나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봅니다. 국가에서 실력 있는 예술인들을 발굴하여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육성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정책과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연계되어야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요즘은 예술을 바탕으로 한 문화 콘텐츠 캐릭터 산업이 ‘굴뚝산업’을 앞지르고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관심을 가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문화 예술분야에서만큼은 선진국이 추수해 간 논에 뒤늦게 나타나 허둥지둥 이삭 몇 알 줍느라 우리끼리 다투는 일이 안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화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일이 단지 예술인들의 궁색한 생계나 소박한 개인 꿈의 실현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돈이 되는 일, 즉 실력 있는 자본의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일깨우는 내용입니다.

저는 감히 단언합니다. 이 혼탁한 시대를 정화하는 역할이 문화와 예술에 있다고. 문화와 예술은 '과학으로 불리는 해설자가 동승한 현실'이라는 마차를 이끄는 마부와도 같습니다. 그 마차는 마부에 이끌려 영적인 세계로 나아갑니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영적 성장을 위해 이 세상에 왔기에 문화와 예술이 그 길이 되고 통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신아연

이화여대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호주에서 21년을 살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호주동아일보와 호주한국일보를 거쳐, 중앙일보, 여성중앙, 자생한방병원, 메인 에이지 등에 글을 썼거나 쓰고 있다. 2016년 1월에 나온 인문 에세이집 『내 안에 개 있다』를 비롯해서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자식으로 산다는 것(공저)』 등 5권의 책을 냈다.
블로그: 스스로 바로 서야지, 세워져서는 안 된다  http://blog.naver.com/jinwonkyuwon
이메일: shinayoun@daum.net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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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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