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해외건설 금융조달 비상... 수주 전망 불투명


90% 이상 ‘시공자 금융 제공’ 형태 발주
금리 높은 한국, 유럽 등 선진국에 불리

   1.  2014년 말레이시아가 발주한 대형 플랜트 공사 입찰에 참여한 국내 건설업체 A사. 
이 회사는 이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1년 넘게 공을 들였지만, 결국 해외 경쟁사에게 뺏기고 말았다. 이유는 입찰 참여시 발주처에 금융조달 계획을 내야 하는데 경쟁사보다 조달금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2. 지난해 국내 B건설사는 몽골 정부가 발주한 철도공사를 진행하다 중간에 공사를 중단했다. 
몽골 정부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중국계 은행이 자금지원을 약속해 공사는 재개할 수 있게 됐지만 B사는 공사를 아예 접을 예정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중국계 은행이 발주처에 자국 업체를 시공사로 교체해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란 발전소 건설 현장 출처 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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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제재가 풀리면서 중동지역 해외건설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해외 건설 프로젝트의 금융 조달이 쉽지 않아 수주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란은 발주 물량 90% 이상을 ‘시공자 금융 제공’ 형태로 내놓다는 계획이어서 금리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불리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공자 금융 제공형은 발주사업에 대한 입찰제안서 제출시 금융을 어떤 식으로 조달할 지에 대한 계획서를 내는 것을 말한다. 보통 자국의 공적수출신용기관(ECA)과 함께 해당 프로젝트에 공동 진출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가 ECA 해당한다.  


금융 제공형 발주 늘지만, 수주 물량은 줄어 
최근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중동과 저개발 아시아지역에 이어 남미 등에서도 시공자 금융 제공형 발주가 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금융 제공형 해외사업의 수주는 줄고 있다. 

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3년 전체의 20% 수준으로 109억 달러 규모였던 한국의 금융 제공형 해외 수주 물량은 2014년 69억 달러로 줄었고, 지난해는 33억 달러 규모로 또 감소했다. 2년 새 수주액이 70% 줄어든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한국 수출입은행 등의 시공자 금융 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발주국의 신용 상태나 프로젝트별 사업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국채금리가 높아 기본적으로 입찰 때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시공자 금융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건설 금융 지원액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이란이 올해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정액이 500억 달러 인데, 수출입은행은 고작 70억 달러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며 “건설사로서는 수주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힘이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수출입은행은 시공자 금융 금리가 미국과 일본보다 높은 것은 금융조달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미국은 100% 정부 자금으로 금융 지원을 하고 있고 일본 수출입은행은 외화를 조달할 때 정부가 보증을 서 준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금융기관이 자금 조달을 모두 책임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해외기업과의 협업·사업 개발 필요” 

전문가들은 우선 사업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단순 도급 형태에서 투자개발형으로 사업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자개발형은 시공자가 사업개발부터 시공, 설비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2~3년짜리 단기 프로젝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최소 10년은 걸리는 투자개발형에는 관심이 적다”며 “코리아 해외 인프라 펀드 활성화 등을 통해 민간 자금을 활용한 해외 개발사업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해외건설사업 수주 비율 중 투자개발형 사업은 지난해 기준 13억 5000만 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2.9% 수준에 머물고 있다. 비율로는 2014년(2.6%)보다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금액으로는 17억 2500만 달러로 5억 달러 이상 줄었다. 

국내 금융 조달이 어렵다면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금융지원처장은 “이란은 전체 발주 물량의 99% 정도를 시공자 금융 제공 형태로 내놓을 것 같다”며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중국, 미국 등 외국계 금융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도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국토부교통부는 20억 달러 규모의 ‘코리아 해외 인프라 펀드’를 올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신사업 발굴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금융과 사업 발굴을 연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한국 기업의 해외건설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정수영 정다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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