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군복합항' 26일 준공....'갈등 치유' 남은 과제
산업과학 Construction,Science/건설동향 Building Trends2016. 2. 23. 11:38
26일 준공
강정마을회 반대 기조 지속
"이젠 지쳤다" 비판도
제주도 '강정마을 공동체 복원사업' 추진
관광미항으로 마을 발전 뒷받침해야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해군기지)가 완공됨에 따라 건설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는 문제가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우리나라 남방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군항 역할에다 크루즈선이 드나드는 관광
미항 기능을 겸하는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해군기지) 준공식이 26일 열린다.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사실상 마무리돼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강정마을회를 비롯한 일부 시민사회단체 등은 여전히 '해군기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기지 준공을 반기는 측과 보수단체는 안보를 튼튼히 해 평화의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고 환영하고 있다.
지난해 1월 31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군 관사 공사장 앞에서 농성장을 철거하려는 해군의 경비
용역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강정마을 주민 등이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원희룡 제주지사가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며 애를 썼지만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지 건설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을 수습하고 치유해 나가는 노력이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민군복합항 준공에도 사그라지지 않는 갈등
2007년 5월 제주의 최대 현안인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수용할지 결정하는 도민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당시 후보지로 거론된 곳은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 남원읍 위미1리, 위미2리, 대천동 강정마을 등 4곳이다.
애초 후보지로 손꼽힌 화순을 비롯해 위미1·2리 주민들은 "어민 생존권을 박탈하고 주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등 이유로 해군기지 건설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이뤄지기 직전인 4월 윤태정 당시 강정마을회장 등 일부 주민들이 "도민사회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강정마을이 해군기지를 유치하기로 했다"고 전격 선언했다.
제주도는 5월 14일 후보지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가장 높은 찬성 의사(56.0%)를 보인 대천동 강정마을을 최우선 해군기지 대상지로 선정, 발표했다.
반대 입장을 보이던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린 데 이어 8월에는 마을회장을 해임하고 새로이 강동균씨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다른 지역에서 시위를 전문적으로 하던 일부 활동가들과 좌파단체들까지 가세해 공사를 반대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사로 비화됐다.
대법원이 2012년 7월 해군기지 건설은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반대세력은 공사장 차량 출입을 막는 등 불법시위로 맞서기도 했다. 기지 건설 반대 시위자들이 온몸으로 공사 진행을 막아 공사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연인원 700명에 달하는 마을 주민과 반대 활동가 등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이 재판에 넘겨져 부과된 벌금만 현재까지 총 3억7천970만원(392건)에 달한다.
건설사들의 손실도 수백억원에 달해 삼성물산과 대림건설은 해군에 각각 200억원 이상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해군은 이에 따른 구상권 행사를 위해 반대 시위 주도자 증거수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될 처지에 놓인 강정마을 주민 사이에 "이젠 지쳤다"며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반해 보수단체들은 안보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세계적 관광지 가운데 하나인 하와이는 미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있는 군사도시로서 지역사회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알려진 데다 민군복합형관광미항으로 건설이 추진되면서 부터는 침체해가는 마을의 성장발전을 기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찬성 주민들로 구성된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강정추진위원회는 "우리가 해군기지를 강정마을에 유치한 가장 큰 이유는 학생 수 감소로 통폐합 위기에 처한 강정초교를 살리고 인구 유입으로 상권을 활성화하는 등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지난해 6월 19일 열린
'서귀포 크루즈터미널 및 운영지원 시설 주민설명회'에 원희룡 제주지사가 찾아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맨 오른쪽)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원희룡 지사 갈등해결 공약 이행 '제자리'...마을 공동체 복원사업 추진
강정마을의 갈등의 골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깊어만 가자 원희룡 제주지사는 2014년 6·4 지방선거에 나서며 제주해군기지 문제 해결을 위해 '진상조사를 통한 갈등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원 지사는 진상조사 대상으로 ▲ 마을총회 결과 등을 포함한 민주적 절차 준수 ▲ 환경영향평가 ▲ 절대보전지역 해제 등 기지 건설 과정 전반을 꼽았다. 또 강정마을 주민들의 자존과 명예회복, 충분한 보상,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과 발전을 위한 각종 지원, 민형사상 법적 책임 조기 해결도 약속했다.
원 지사는 취임 이후 강정마을과 도청에서 4차례에 걸쳐 해당 주민과 직접 대화를 추진했다. 제주도 산하 민군복합형관광미항갈등해소지원단을 통해 이견을 조율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제주해군기지 추진 과정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가칭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상 규명 및 명예회복 지원 조례안' 제정에 나섰다.
강정마을회로부터 해군 관사 건설 추진 철회를 조건으로 진상조사를 수용하겠다는 답변을 받아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국방부가 해군기지 군 관사 공사장 출입구에 설치된 농성 천막을 강제 철거, 관사 건설사업을 강행하며 진상조사는 백지화됐다.
원 지사는 사법처리된 강정마을 주민 등에 대한 특별사면을 청와대 등에 건의하기도 했지만, 강정마을회는 이를 거절했다.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특별사면을 단행한 지난해 8월 강정마을 주민을 사면 명단에 포함하지 않았다.
해군기지 진상 규명과 정신건강 실태조사, 민형사상 법적 책임 조기 해결 등 강정마을 갈등 해소 공약이 줄줄이 차질을 빚게 되면서 강정마을회와 해군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원 지사의 절충 노력도 한계를 드러냈다.
현재 제주도는 강정마을 주민·제주발전연구원과 함께 마을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마을에 실익이 돌아갈 수 있는 지원사업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등 강정마을 공동체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형 크루즈선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관광미항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마을 발전을 뒷받침하고, 주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맺힌 응어리를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세를 얻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변지철 기자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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