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전 하면 보험료 반값"
운전습관 연계보험 상품 하반기 출시
보험과 텔레매틱스(Telematics·통신+정보과학) 기술 결합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유학생 김도영(36)씨는 지난해 현지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면서 운전 습관에 따라 자동차 보험료가 달라지는 상품을 선택했다. 보험과 텔레매틱스(Telematics·통신+정보과학) 기술을 결합한 일명 ‘운전습관 연계보험’이다.
운전자가 자동차에 텔레매틱스 기기를 장착하는 모습/출처=미국 프로그레시브 보험사
보험사가 차량에 부착된 텔레매틱스 기기를 통해 가입자의 운전 습관 정보를 수집한 뒤 보험료 산정에 활용하는 것이다. 보험 가입자가 안전하게 운전할수록 보험료는 내려간다.
김씨는 “외국인이라서 보험 가입이 어렵고 보험료도 비쌌는데, 텔레매틱스 보험에 가입해서 보험료를 할인 받았다”며 “보험료 할인 혜택을 유지하려고 안전 운전을 하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텔레매틱스 보험이 새로운 보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핀테크 기술로 보험 가입자의 생활 패턴을 분석해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안전 운전을 하는 자동차보험 가입자나 주기적으로 운동하는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 보험사의 텔레매틱스 보험으로 최대 25~50%의 보험료를 깎아준다.
전문가들은 텔레매틱스 보험이 기존 보험 시장 질서를 바꾸는 대세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텔레매틱스를 활용한 자동차보험의 판매 비중이 2012년 2% 정도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25%에 달할 것”이리며 “영국도 텔레매틱스 자동차보험시장이 2020년 전체 시장의 40%를 차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텔레매틱스 보험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여서 이를 통한 합리적인 보험료 책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 텔레매틱스 신상품 하반기 시범 출시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사, 통신사, 보험개발원, 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텔레매틱스 보험 구조 및 정보 활용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TF는 하반기 중 텔레매틱스를 적용한 자동차보험과 실손 의료보험 시범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텔레매틱스는 원격통신과 정보과학이 결합된 용어다. 이를 보험에 적용한 것이 텔레매틱스 보험인데, 원리는 간단하다. 보험 가입자의 생활 패턴을 분석해 보험료 산정에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 가입자가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흡연이나 음주를 하지 않으면 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지니 보험료도 그만큼 할인해주는 것이다.
가장 보편적인 텔레매틱스 보험은 운전습관 연계 자동차 보험이다. 가입자의 차량에 텔레매틱스 기기를 부착하고 운전 습관을 분석해 보험료를 책정한다. 가입자가 급정거·급발진·급회전 등 위험 운전을 하지 않고, 제한 속도를 지킬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선진국에선 이런 방식으로 최대 50%까지 자동차 보험료를 깎아주고 있다.
가입자의 생활 습관은 보험사가 제공한 웨어러블 기기(몸에 착용하는 스마트 기기) 또는 가입자가 보유한 스마트폰 등을 통해 통신사가 수집한다. 통신사는 이 데이터를 보험사에 전달한다. 보험사는 이를 분석해 보험료를 책정하게 된다.
국내 텔레매틱스 보험은 걸음마 수준이다. 보험 선진국들이 텔레매틱스 보험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보험 업체들은 상품 개발에 소극적이다.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 등이 텔레매틱스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주행 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텔레매틱스 초기 단계 상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개인정보 관련 법 상 보험사가 수집할 수 있는 가입자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다”며 “소비자들도 자신의 생활 습관 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을 꺼리고, 텔레매틱스를 활용한 건강 보험의 경우 의료계의 반대도 거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텔레매틱스 보험은 개인의 생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라 데이터 가공 방식, 활용 범위, 보관 기한 등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꼼꼼히 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DB
전문가들 “보험 시장, 텔레매틱스 중심으로 재편될 것”
미국이나 영국, 이탈리아 등 보험 선진국은 텔레매틱스 보험이 보편화됐다. 미국의 오스카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에게 손목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를 지급하고 매일 목표 걸음 수를 달성하면 하루에 1달러씩 월 20달러까지 보험료를 깎아준다.
미국 프로그레시브 보험사도 2011년부터 보험 가입자의 차량에 차량진단장치(OBD)를 설치해 운전 습관에 따라 보험료를 최대 30%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반대로 운전 습관이 나쁜 가입자는 보험료가 올라간다.
영국의 마멀레이드보험사는 보다 적극적으로 텔레매틱스를 활용하고 있다. 이 보험사는 블랙박스 화면을 통해 가입자의 운전 습관을 분석한 뒤 경고 수에 따라 보험료를 증액한다.
경고를 받지 않은 가입자는 최저 요율의 보험료를 낸다. 또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이메일이나 스마트폰으로 가입자에게 고지하고, 필요할 경우 온라인 운전 교육도 제공한다.
송기영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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