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흑석 뉴타운 복합개발 ‘청신호’
산업과학 Construction,Science/사업동향 Domestic Project2016. 2. 22. 15:09
용도제한 완화에 볕드는 수혜지역
재개발구역 건축 용도제한 폐지
전국 218개 재개발 사업장 수혜 예상
# 지난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인 데다 강남북으로 이동하기 쉬운 교통 요지라 뉴타운 중에서도 비교적 사업성 있는 곳으로 평가받았다. 1·2구역은 최근 이태원 상권이 확장하면서 덩달아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화려한 면면 뒤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골목골목 낡고 비어 있는 집이 수두룩하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임대사업자와 상인이 많아 아직 사업 추진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 속 끓이기는 강 건너 동작구 흑석뉴타운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한강, 뒤로는 서달산을 낀 흑석동은 2005년 여름 서울시가 뉴타운으로 지정하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그간 11개 구역 가운데 4·5·6구역에서만 아파트가 분양됐을 뿐이다. 그나마 올해 6년 만의 신규 분양이 예정돼 있긴 하지만 상업·준주거지역 비율이 높은 일부 구역은 임대사업자의 수익 문제로 이렇다 할 사업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흑석동 주택 절반은 지어진 지 30년을 훌쩍 넘겼다.
한남·흑석뉴타운처럼 상업·준주거지역이 포함된 재개발 사업구역은 전국에 218곳. 재개발 찬반이 엇갈려 첫 삽도 못 뜨고 있는 곳이 의외로 많다. 아파트만 짓는 대신 상업시설을 함께 지으면 상황이 나아질까. 정부는 이런 재개발구역에 아파트 같은 주택뿐 아니라 쇼핑몰, 호텔, 업무용 빌딩, 지식산업센터 개발도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주민과 상인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했던 뉴타운 내 재개발구역이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지난 1월 말 국토교통부는 올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을 개정해 재개발 사업의 건축 용도제한을 전면 폐지하고 용도지역상 허용하는 모든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오는 6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동안은 재개발구역 안에 상업·공업·준주거지역이 포함돼 있어도 주택과 근린상가 등 ‘주택과 생활편의를 제공하는 시설’만 지을 수 있었다. 상업시설 비율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대규모 쇼핑몰이 아닌 식당과 편의점이 들어서는 단지 상가에 가까웠다. 하지만 앞으로 건축 용도제한이 전면 폐지되면 재개발 사업 지역의 용도에 맞는 모든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정비구역 용도에 맞춰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되면 재개발 사업성이 크게 좋아질 것”이며 “지지부진한 재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업성이 좋아지면 조합원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사업 참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눈여겨볼 지역 어디?
준주거지역 낀 한남·흑석 뉴타운 주목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복합개발이 가능해진 재개발 사업장은 전국에 218개 구역. 서울, 대구, 경기에만 각각 57곳, 52곳, 49곳이나 포함돼 있다. 특히 용산구 한남뉴타운, 동작구 흑석뉴타운, 동대문구 이문뉴타운,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등 서울 주요 뉴타운은 지하철 역세권이고 준주거·상업·공업지역을 포함하고 있어 용도제한 해제 대상이다. 예컨대 한남뉴타운·흑석뉴타운에는 쇼핑몰과 컨벤션센터, 상업지역을 낀 이문뉴타운에는 호텔, 준공업지역이 있는 영등포 신길뉴타운에는 지식산업센터를 지을 수 있게 된다.
이 중에서도 도시정비법 개정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노후주택이 밀집한 한남뉴타운이다. 한남뉴타운은 전체 개발 면적 중 46.2%가 준주거지역으로 현재 주상복합 아파트만 지어야 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상업시설이 허용될 전망이다. 총 5개 구역 중 준주거지역 비중이 높은 곳은 한남1·2·3구역. 이 가운데 2·3구역은 조합을 설립했으며 1구역은 추진위원회 단계다.
특히 이태원 주변 한남1·2구역의 경우 상업지역 주민들 반대로 재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용도제한 해제가 사업 추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한남1·2구역은 이태원 상권과 맞닿아 있어 관광객과 유동인구가 많다. 이곳에 주거시설을 짓는 동시에 역세권을 중심으로 백화점 같은 대형 상업시설, 국제업무를 위한 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선다면 개발이익률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남뉴타운 재개발 지분 시세는 어느 정도일까. 부동산114에 따르면 한남뉴타운 대지지분 33~66㎡의 매물은 3.3㎡당 400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3.3㎡당 평균 3364만원에 거래된 2014년 1월 이후 꾸준히 지분가격이 상승했다. 일명 ‘지분 쪼개기(구분 등기)’가 된 소형 매물의 경우 지분가격이 훨씬 높다. 대지지분 20㎡ 미만 매물은 3.3㎡당 6200만원대에 거래된다.
이 밖에 중앙대 근처 상업지역이 사업에 걸림돌이 돼왔던 흑석뉴타운 1구역도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흑석1구역은 준주거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면적(3만5303㎡)의 24.1%, 규모로 치면 8517㎡다. 흑석뉴타운 시세는 대지지분 20㎡짜리 매물이 2억5000만원, 86㎡짜리 매물은 4억1500만원에 거래되는 수준이다.
흑석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흑석1구역은 아직 추진위 단계라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사업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흑석11구역을 새로 떼어내고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된 2구역도 상가 비중이 제법 큰데 개발을 재추진하는 데 돌파구를 찾지 않을까 내심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미 형성된 상권 포기 못해” 반대도
국토교통부 계획대로 재개발구역에 아파트 대신 다양한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례로 흑석1구역의 경우 전체 개발 면적이 3만5000여㎡로 한남1·2구역(각각 11만7561㎡, 16만2960㎡)의 20~30% 수준인 데다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면적도 8500㎡ 정도에 불과하다. 비슷한 예로 조합설립 단계인 동대문구 이문3구역은 5만7814㎡ 가운데 5% 남짓(3271㎡)이 상업지역이고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역시 전체 6만㎡ 중 4%(2400㎡)가 준주거지역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시의 경우 상업지역에 호텔이 들어설 수 있긴 하지만 대부분 면적이 좁아 경쟁력 있는 대형 쇼핑몰이나 컨벤션센터가 입점하기엔 사실상 힘든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준주거지역 비중이 높은 한남뉴타운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우선 뉴타운 사업이 10년 넘게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한남1구역은 최근 이태원 상권이 확장되며 상업시설이 늘어난 탓에 오히려 재개발이 늦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상가 소유주 입장에선 불확실한 재개발 수익보다 당장 임대료를 챙기는 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기껏 형성된 상권이 망가질 수 있는데 굳이 서둘러 재개발을 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한 상가 주인의 말이 한남1구역 내 분위기를 반영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손발이 맞지 않는 점도 걸림돌이다.
도시정비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재개발구역 내 건축용도 변경과 건축심의는 지자체 몫이기 때문이다.
윤재호 대표는 “복합개발을 하려면 고층·고밀도로 개발할 수밖에 없는데 서울시는 기본적으로 저층·저밀도를 강조하는 추세다. 용적률과 층수 기준을 맞춰 호텔, 쇼핑몰을 개발하면 수지가 맞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합이 현실적으로 팔기 좋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선호할 수도 있으니 용도제한 해제 수혜를 맹목적으로 기대하고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라는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의 조언도 눈길을 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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