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M&A 귀재 떠오른 '세운건설'

금광기업 남광토건 인수

극동건설 인수도 눈앞에 

연매출 100억원대 지방 건설사 

전남 화순에 본사

단숨에 시평 20위권, 

인수과정서 잡음도 


   “세운건설이 부실업체를 사들인 후 잘 포장해 다시 파는 식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덕분에 ‘건설사 사냥꾼’이란 별칭도 붙었지요.” 익명을 요구한 호남 건설업체 관계자 얘기다. 


호남의 무명 건설업체가 덩치 큰 중견 건설사를 잇따라 사들이면서 재계 화제로 떠올랐다. 전남 화순에 본사를 둔 세운건설이다. 금광기업과 남광토건을 인수한 데 이어 극동건설 인수도 눈앞에 뒀다. 


세운건설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2년부터다. 당시 세운건설은 시공능력평가 50위권이었던 금광기업을 사들였다. 지방 중소 건설사가 덩치 큰 중견 건설사를 인수해 화제였지만 그 후 한동안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또다시 보란 듯이 M&A 시장에 뛰어들었다. 계열사 금광기업, 오일랜드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능력평가 50위권인 남광토건을 사들였다. 인수가격은 320억원. 금액은 크지 않지만 남광토건 매출액(2786억원)이 세운건설의 20배에 달하는, 그야말로 ‘공격적 M&A’의 전형이었다. 


최근에는 시공능력평가 44위인 극동건설과도 채무조정을 조건으로 M&A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극동건설을 포함, 세운건설이 최근 인수한 계열사를 모두 합병하면 단숨에 시공능력평가 20위권의 중견 건설업체로 도약한다. 여세를 몰아 새해 매물로 나올 예정인 동아건설 등 다른 건설사 인수전에도 뛰어들 거란 관측 또한 나온다. 


세운건설은 그동안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건설사다. 주로 광주, 전남 일대 중소 도로, 공원, 상수도시설 건립 공사를 진행해왔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406위로 2014년 매출 156억원, 영업이익은 10억원에 그친다. 자본금도 31억4000만원에 불과하다. 최대 주주 봉명철 회장은 세운건설 지분 30%를 보유했다. 


규모도 작고 자본도 넉넉하지 않은 세운건설이 중견 건설업체를 줄줄이 삼키며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건설업계에선 여러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일단 기존 토목 부문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의 M&A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전 남광토건 직원 A씨는 “세운건설도 그렇지만 인수기업인 금광기업, 남광토건, 극동건설 모두 토목 공사에 강점을 가진 건설사다. 마침 새해부터 관급공사가 최저가입찰제가 아닌 종합심사낙찰제로 바뀌면서 수익이 늘 것으로 보이는데 그에 앞서 관급공사 수주 경쟁력을 높이려는 포석 아닌가 싶다”고 귀띔했다. 


잇따른 M&A 자금은 어디서 나온 걸까. 세운건설이 맨 처음 인수한 금광기업이 시드머니를 제공하는 모양새다. 남광토건을 사들일 때도 이미 금광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렸고, 극동건설 인수전에서도 금광기업 자금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금광기업 소유권을 놓고 옛 주인 송원그룹과의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 금광기업을 매각한 송원그룹은 2013년 세운건설이 주식양도계약 체결 이후 대금 중 일부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광주지방법원에 주식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송원그룹 측은 “세운건설은 주식양도대금 200억원 중 50억원을 지급한 뒤 나머지 대금을 주지 않았다. 주식양도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당시 광주지법은 1심에서 송원그룹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에선 세운건설이 승리해 상황이 바뀌었다. 현재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는 상태다. 


만약 대법원 판결에서 세운건설이 질 경우 남광토건, 극동건설 인수에 금광기업을 끌어들인 걸 두고 또 다른 법적 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또한 세운건설이 상장사인 남광토건을 통해 비상장사 금광기업을 우회상장시킬 가능성도 있어 기업가치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세운건설이 중견 건설사를 잇따라 사들이며 규모를 키워가지만 정작 자금 마련에 문제가 생기며 잡음이 일고 있다. 기업 인수를 원만히 마무리해 중견 건설사로 도약할지, 단순한 기업 사냥꾼으로 전락할지는 두고 봐야 할 듯싶다.” 호남권 건설업체 관계자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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