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이야기] “잠자면서도 구조에 대한 계산 놓지 않았다”


이광복, 김범식, 최기영 3인의 도편수 이야기
2016 서울한옥박람회 작품 출품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박람회가 베일을 벗었다. 올해 첫 회를 맞은 2016서울한옥박람회는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우리 전통가옥인 한옥을 구석구석 알차게 소개한다.

18일 베일을 벗는 서울한옥박람회에 참여하는 도편수 이광복·김범식·최기영 대목장(왼쪽부터)이 이번 박람회와 전통 한옥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공=아투TV


이번 한옥박람회가 개최되기까지는 한옥을 전통의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한옥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수십 년 세월을 바친 장인들의 노력이 있었다. 이들의 땀과 정성이 전통한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낸 것이다.

목조건물의 집짓는 일에서 기술설계는 물론 감리까지 겸하는 목수인 도편수 이광복·김범식·최기영 대목장은 이번 한옥박람회에 전통건축 조형물 전시는 물론 체험행사에 직접 참여한다. 세 장인에게 이번 박람회와 한옥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2016서울한옥박람회에 참여하게 된 동기와 의의는 무엇인가.
이광복 "한옥뿐만 아니라 한옥과 관련된 다양한 산업들이 더불어 같이 살아남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옥박람회를 추진하게 됐다. 전통에 대한 관심이 집에 국한되지 않고 가구, 음식, 문화, 다양한 콘텐츠로 확대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발판이 되면 좋겠다." 
 
김범식 "1964년부터 50년간 전통목조건축의 길을 걸어왔다. 최근 15년간은 국보, 보물 등 문화재 모형을 제작하다가 2년 전부터  경북 경산시에 자리잡은 공방에서 한옥 주택 모형을 만들고 있다. 우리 전통 건축을 지키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서울한옥박람회의 취지와 맞닿아 있어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최기영 "한옥은 전통가옥이다. 우리 전통가옥인 한옥을 현대에 알리는 것도 좋지만 후대 후손들에게 훼손되지 않고 올바르게 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참여하게 됐다."
  
전통건축 조형물을 제작한 동기는 무엇인가.  
이 "전통한옥, 정자, 사랑방을 지으면서 건물로 보이기만 할 것이 아니고 대중들에게 한옥을 짓는 과정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옥짓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례를 가지고 한옥이 탄생하는가'를 보여주고자 했다." 
 
김 "모형들은 크기만 축소됐을 뿐 건축 기법이나 모형은 실물을 그대로 옮겼다. 우리 건축물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구조로 버텨 나가는지를 알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후학들에게 우리 전통 건축의 정신과 기술을 제대로 전해줄 수 있으며 연구 자료로도 활용 할 수 있기에 시작하게 됐다." 
 
최 "후배들이나 젊은이들은 전통건축물이 가진 깊이를 아직은 잘 모른다. 이론과 학술적·미적인 것에 대한 깊이는 단시간에 다 배울 수는 없다. 즉 경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후학들을 위해서 모형을 만드는 목적도 있고 나 스스로도 다 배우지 못한 부분을 만들면서 더 습득하고 배우는 이유도 있다." 
  
이번에 전시하는 모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 "직접 제작한 봉은사 수각을 모델로 한 모형 정자를 여러 사람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상량 행사를 선택했다. 조형으로 전시를 하는것 뿐만 아니라 건축물을 짓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려고 한다. 박람회 개막식에서 상량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김 "처음에는 5점을 출품하기로 했는데 추가로 4점을 더 전시하기로 해서 총 9점을 출품하게 됐다. 그동안 만든 건 80여점의 국보와 보물이고 이번에 전시하는 것은 전통 한옥으로 주택 모형물이다. 15평부터 64평까지 다양하게 전시한다."
 
최 "쌍봉사 3층 목탑과 경복궁의 근정전 두 작품을 출품한다. 경복궁 근정전은 궁궐이기 때문에 관리자들의 압력이 많이 가해져 기능인들이 자연스럽게 지은 집은 아니다. 그래서 꾸밈이 많은 집이다. 그에 비해 쌍봉사 3층 목탑은 3층이라서 구조물도 다르고 자연스러운 건축물이다. 그래서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두 건축물 두 가지를 전시하게 됐다."
  
우리 전통건축물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자연이 만들어 낸 소재인 나무와 흙을 사용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금은 100% 자연소재라고 할 순 없겠지만 자연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이로운 건물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김 "수명이 길다. 고려시대 건물도 아직 있다. 그런데 시멘트 건물은 30년 정도 지탱한다. 한옥이 비싸다고 하지만 사실은 비싼 게 아니다. 한옥은 흙, 나무, 돌 등 모두 자연소재다. 자연 소재로 하기 때문에 수명도 길고 질병이 따라오지 않는다. 자재 역시 옛날처럼 빈약하지 않아 '한옥=춥다'라는 공식도 허물어진지 오래다." 
 
최 "전통건축물의 소재는 100% 자연이다. 전체가 자연 소재이기 때문에 건축물 자체가 살아 숨쉰다고 봐야한다.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킬 정도로 소중한 건축물이다. 우리 전통건축물 같이 기능과 예능이 혼합돼 보기에도 자연스럽고 살기도 편리하고 건강에도 좋은 건축물은 없다." 

이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서양식 문물을 받아들이다 보니 우리 전통의 것들을 깊게 인식하지 못했다. 서양 건축물을 자주 접하다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건축의 중요성을 알고 배우는 인재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서양건물을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의 철학이 담겨있는 건물에 더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다 보면 우리 건물의 디자인, 멋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김 "한옥에 대한 대중의 인식변화로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그 가치도 점점 인정받고 있다. 집 짓기를 배우겠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한옥은 오랜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 옳은 기술자가 된다. 일반 건축 목수는 집에서 출퇴근하며 일할 수 있지만 문화재 목수는 전국을 다니면서 일해야 된다. 앞으로는 제도적으로 양성기관이 많이 생겨야 한다." 
 
최 "목수라는 직업은 사명감이나 장인정신도 중요하지만 '이것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만들고 연구해야 한다. 젊은 목수들이 많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힘을 들이지 않고 편하게 일을 하고자 하는 생각 때문에 지속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대목장이라는 직업이 편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노동자는 노동자의 분수를 알아야 편안한 삶을 살 수 있고 편안한 길을 갈 수가 있다." 



 

전통문화산업이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이 "문화라는 것은 지속적이어야 한다. 정책 지원과 전통문화 전문가를 양성해 계속적인 관심을 가져 한다. 잦은 변화는 전통과 문화의 단절을 낳게 마련이다. 지속적인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김 "옛날 그대로가 전통인데 산업은 현대화다. 말하자면 전통과 산업은 맞지 않다. 산업화를 하려면 개발을 해야 한다. 전통 가옥도 지속적인 연구의 개발을 해야 양질의 주택으로 거듭날 수 있다." 
 
최 "일제 강점기 때 왜곡된 전통 용어, 기능용어, 예능용어, 도구용어, 구조용어 사전 편찬 예산서를 10여 년 전에 문화재청에 올렸지만 아직 변한 것이 없다. 이건 바로잡아야 된다. 전통문화 사업의 모든 것들이 현실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 
  
전통건축 일을 하면서 기쁠 때는 언제인가. 
이 "전통이라는 것은 조상들에게 이어받은 기술이다. 그때의 기법과 그때의 철학들이 오늘날에도 같이 호흡할 때가 기쁘고 이것을 배우고 다음 세대로 이어주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김 "공사를 한 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잘됐다, 고맙다'고 할 때 가장 기쁘다. 그것 때문에 여태까지 수십 년 세월을 보낸 것이다."  
 
최 "장인이 가는 길은 어렵고 힘들다. 올해 20여일 병원에 입원했는데 56년이라는 세월을 만근했기 때문이다. 잠자면서도 건축에 대한 생각을 했고 구조에 대한 계산을 놓지 않았다. 일을 안 하는 날은 머리를 누이지 않았다. 그래서 인지 항시 일만 있으면 기쁘고 좋았다."
인터뷰=박은희 기자 ehpark@  정리=성희제 기자 partynight35@
아시아투데이"ehpark@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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