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불안증' 극복 방법 3가지

카테고리 없음|2016. 2. 14. 22:46


edited by kcontents 


고민

취업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취업준비생)입니다. 그런데 불안이 너무 심해서 도무지 공부를 할 수 없습니다. 지필시험이라면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보고 있습니다만, 면접시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수백 번이나 연습을 했지만, 면접관 얼굴만 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화이트 아웃! 이제는 취업시험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하여 전혀 집중을 할 수 없습니다.


정신과 전문의가 답합니다!

 

바쁜 분들을 위한 3줄 요약

1. 수험생, 취업준비생 중에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극심한 불안감을 경험하면서, 평소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2. 불안은 아주 오랜 진화적 기원을 가진, 피할 수 없는 기본적 반응이다. 특히 집단생활을 하는 영장류는 사회적 위계를 결정짓는 시험이나 면접 등의 상황에서 심한 불안을 느낄 수 있다. 

3. 불안을 없앨 수는 없지만, 다룰 수는 있다. 숙명적 불안의 수용과 내적 불안의 관조, 그리고 과감한 행동 등 몇 가지 요령을 익히면서,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 대한 경험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여기서부터 긴~ 상담이 이어집니다. 

※ 전문의 제안하는 극복방법은 맨 뒤에 있습니다.

 

《면접 불안증, 이렇게 극복하세요.》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지식과 기술만 갖추면, 어렵지 않게 직장을 구하던 시절은 영영 사라져버린 것일까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를 찾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요즘은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해보지도 못한 채 스펙만 쌓다가 완전히 지쳐버린 분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은 청년실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는 일단 접어두고, 당장 급한 시험불안, 면접불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왕 앞에서 면접을 본다면…

사실 시험불안은 어제오늘의 이야기 만은 아닙니다. 조선시대에는 관리로 등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시험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과거시험의 평균 응시자는 6만 3000명. 하지만 그중 합격의 영광을 맛보는 경우는 초시 200명, 복시 33명에 불과했습니다.

 

최근 인기가 부쩍 높아진 공무원시험 경쟁률에 못지 않습니다. 게다가 ‘2차 합격자’에 해당하는 복시합격자 33명은 임금 앞에서 장원급제를 뽑는 전시라는 시험을 보아야 했습니다. 왕이 면접관인 셈이니, 시험불안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 합니다.

 

동의보감에는 장원환이라는 처방이 전해지는데, 건망, 불매(불면)과 함께 정충(怔忡)이라는 적응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충이란 바로 심계(心悸), 즉 가슴떨림이 중증에 이른 상태입니다. 장원환을 처방받은 사람 중 몇 명이나 장원급제를 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시험불안은 현대인들만 겪는 심리적 고통은 아닌 것 같습니다.

 

면접 때 불안한 것이 정상 

불안이라는 정동상태는, 포유류 전반에서 관찰되는 보편적인 심적 상태입니다. 중추신경계의 불안회로는 두 가지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인지회로이고 다른 하나는 시상회로입니다. 그런데 시상반응은 아주 신속하며, 의지로 조절할 수 없는 자동적인 반응으로 나타나고는 합니다.

 

이에 대해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준비화이론이라는 것을 주장했는데, 즉 특정 대상에 대해서는 불안반응이 아주 쉽게 조건화되며 한번 조건화되면 소거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영화 레이더스의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는 아주 용감하면서도 동시에 지적인 인물입니다. 그러나 뱀을 보면 거의 반사적으로 격렬한 공포반응을 보이는데, 본인도 그런 자신의 반응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무지 의지로 조절할 수 없어서 애를 먹고는 하지요.

 

이처럼 그 사람의 다른 능력과는 완전히 별개로 일어나고, 또한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공포 모듈의 특징을 밀봉성(encapsulation)과 자동성(automaticity)라고 합니다. 이러한 원시적 뇌를 파충류 시대부터 진화했다고 해서, 파충류 뇌(Reptilian brain) 혹은 ‘R- Complex’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시험불안, 특히 면접불안은 바로 이러한 자동적인 불안 반응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열에 기반한 집단생활을 하는 영장류는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개체에게 심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고는 합니다. 높은 서열의 침팬지와 낮은 서열의 침팬지를 억지로 좁은 우리에 같이 있게 하면, 낮은 서열의 침팬지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안절부절하지 못합니다. 만성적인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지요.

 

높은 사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은, 우리가 원시 시대부터 진화해 온 뇌를 가지고 있는 이상, 절대 피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결정할 수 있는 시험,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수도 있는 면접관 앞에서 극도의 불안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불안 증세, 극복할 수 있어

하지만 인간은 이러한 자동적 반응 외에, 또다른 회로를 동시에 발달시켜 왔습니다. 앞서 우리의 불안회로는 중 하나가 인지회로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심리학자 야크 판크세프는 ‘높은 길’이라고 불렀는데, 즉 자동적인 원시적 ‘낮은 길’보다는 느리지만 의식적인 노력으로 조절할 수 있는 회로라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조선시대 마지막 전시를 왕 앞에서 치르게 한 뜻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응시자의 지식과 지혜 만을 본 것이 아니라, 임금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소신을 밝힐 수 있는 선비정신, 즉 인지회로를 얼마나 잘 조절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려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당장 중요한 시험을 앞둔, 그리고 면접을 치러야 하는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불안의 정도는 개인적인 소인이나 상황, 전반적인 사회환경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모두에게 해당하는 비방 같은 것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심각한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는 것입니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불안장애가 있음에도, 단지 수줍음이나 소심함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간단한 약물치료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종종 다양한 방식의 인지행동요법을 병행하여 더 높은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심각한 불안장애가 아니지만, 시험불안이 너무 심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 번이나 시험에 낙방했거나, 당장 취업을 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 있는 경우, 사회 전체가 극심한 불황에 빠진 경우 등이라면, 시험불안을 단순히 개인적인 정신적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미 명상, 호흡법, 인지패턴교정 등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습니다만, 신경인류학적 맥락에서 가장 핵심적인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극복해봅시다!


1. 수용: 시험은 원래 불안한 거야~

첫째 현대 사회에서 시험은 더욱 더 많아질 것입니다. 시험성적을 통해 직업과 직장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혈통이나 계급을 통해 결정되는 시스템보다는 나은 것이 확실합니다. 시험 걱정이 없는 원시사회나 봉건사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시험불안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도리가 없습니다.

 

2.관조: 차분하게 기다려라~

둘째 불안을 느끼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높은 길’위에 서서, 마음 속에서 이리저리 배회하는 원시적 불안이 잠잠해지기를 지켜보아 주세요. 두려움에 떨며 쫓기는 짐승을 달래려면, 섣불리 다가서지 말고 마음이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3. 행동:당당하게 맞서라

셋째 그냥 갈 길을 가야 합니다. 당장 시험지를 받았거나, 혹은 면접장에 들어섰으면 더 이상 기다릴 시간도, 지켜볼 것도 없습니다. 심각한 공황발작이 아니라면, 대개는 불안을 느끼면서도 상당한 수준의 수행능력을 보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약간의 불안은 성취도를 오히려 높인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게다가 면접관은 지원자가 불안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소의 불안을 보인다고 해서 낮은 평가를 내리지는 않습니다.

 

에필로그

안전한 환경에서 불안스러운 자극을 많이 접하면, 점점 불안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뱀을 끔찍이 싫어한 인디아나 존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동물원이라도 가서 뱀 구경을 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좀 더 안전한 모험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면접 준비를 할 때, 예상 질문만 혼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보다는 주변의 은사님이나 집안의 어른, 높은 선배님 등을 자주 만나서, 이른바 ‘서열’이 높은 사람 앞에서 편안하게 대화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2016년, 준비하는 시험에서 모두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현재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등을 저술했다.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신경인류학자 parkhanson@gmail.com

동아사이언스


kcontents


"from past to future"

culture and Arts

conpape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