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신드롬' 한국에서 계속되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콘서트

“조성진 보자” 관객 구름처럼 몰려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콘서트에서 연주한은 조성진. 크레디아 제공


“또 한번의 콩쿠르를 보는 듯 했다.”(피아니스트 김주영) 

“신인들의 독특한 해석을 맛 볼 수 있던 무대”(장일범 음악 평론가)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콘서트는 세간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듯 시작 1시간여 전부터 붐볐다.


매표소와 팸플릿 판매 창구에는 평소 콘서트홀 연주회 때부터 3, 4배 긴 줄이 늘어져 있었고, 티켓을 미처 구하지 못한 일부는 연주회가 열리는 콘서트홀 옆 IBK챔버홀 로비 앞에서 “티켓 삽니다”라고 애절하게 소리치기도 했다.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 소식이 전해진 후 일찌감치 매진된 공연을 보기 위해 휴가를 내거나 보충수업을 빼먹고 온 직장인, 학생부터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관객들로 콘서트홀 앞 로비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2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콘서트로 콘서트홀 앞은 하루종일 붐볐다.


연차휴가를 내고 전남 나주에서 아침 기차로 서울에 왔다는 직장인 김수완(22)씨는 “방송에서 쇼팽 콩쿠르 우승 소식을 듣고 조성진을 알게 됐다. 쇼팽 음악이 이렇게 매력있구나 하는 흥미를 느끼게 해준 연주가”라며 “예매 당일 가족들이 함께 매달려 친언니가 운 좋게 성공했다. 실제 콘서트홀에서 클래식 연주를 듣는 건 처음인데 아주 설렌다”고 말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연주회는 지난해 쇼팽 콩쿠르 순위의 역순으로 진행됐다. 다소 건조하고 정석적인 드미트리 시쉬킨(6위)의 쇼팽 스케르초 2번 연주가 끝나자 이케 토니 양(5위)의 뱃노래 연주가 이어졌다. 손목 스냅을 과도할 정도로 사용한 토니 양은 울림 페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서정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지만 한편으로 음이 모두 뭉개져 아쉬움을 남겼다. 


다소 느린 템포로 프렐류드 4번을 연주한 에릭 루(4위)는 15번 역시 느린 템포를 이어가며 한음 한음 정확하게 구사하다 16번과 17번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주를 선보였다. 섬세한 연주로 쇼팽 협주곡 1번을 서정적으로 해석한 케이트 리우(3위), 가공할 테크닉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독특한 해석을 선보인 샤를 리샤르 아믈랭(2위)의 연주는 힘찬 박수를 받았다. 


오후 4시 35분 아믈랭의 연주가 끝나자 객석이 잠깐 술렁였다. 말끔하게 턱시도를 차려 입은 조성진이 등장하자 환호가 쏟아졌다. 콩쿠르에서 오른손 멜로디를 부각하며 서정적으로 연주했던 녹턴 13번은 이번에는 양손의 소리가 거의 비슷한 색다른 해석을 선보였다. 조성진 연주의 백미는 쇼팽과 조르주 상드의 다툼과 화해를 그린 후기작 환상곡. 문 두드리는 소리를 상징한 장송행진곡 풍의 멜로디로 시작하는 이 곡은 조바꿈이 난무한데다 주제와 조성이 복잡해 중견 피아니스트들도 힘들어하는 난곡이다. 조성진은 때로 건조하고 이성적인 표현으로, 때로 극도로 서정적인 해석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는 “조성진은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해 음을 깊이 있게 끄집어내고 음색을 조절하는 연주자다. 쇼팽의 후기작 뱃노래를 연주한 이케 토니양과 비교하면 실력차가 확연할 정도”라며 “2위인 아믈랭과 조성진이 개성적이면서도 자유롭게 자신만의 표현을 능숙하게 펼쳐냈다. 타건 매력에서 조성진이 우위다”고 평했다. 난곡 연주 후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친 폴로네이즈 6번은 자신감에 차 있었고 앙코르로 연주한 녹턴 20번은 “이성과 감성이 적절이 조화된 최상의 연주”(피아니스트 김주영)였다. 


조성진 쇼팽 콩쿠르 우승자 콘서트. 크레디아 제공


장일범 음악평론가는 “따뜻한 연주의 드미트리 시쉬킨, 시적인 연주의 이케 토니 양, 묵직하고 개성적인 아믈랭까지 21세기 젊은 연주자들의 쇼팽 해석 방식을 한 자리에서 보여준 연주회였다”며 “선명하면서 지성과 감성이 조화된 조성진의 연주는 그가 왜 콩쿠르 1위인가를 느끼게 해줬다”고 평했다. 


저녁 8시 공연을 앞두고 앙코르 1곡만을 선보인 조성진은 컨디션 조절을 위해 공연 후 별도의 사인회를 갖지 않았다. 3시간에 걸친 ‘미니 콩쿠르’를 감상한 관객들은 로비에서 그의 대형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한국일보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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