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가변형 임시물막이' 모형 실효성 검증 실패
건설과학 Construction,Science/환경안전 Environment,Safety2016. 1. 28. 09:58
김포실험동 1차 테스트에서 누수 현상
투명판 이음새·벽면 사이 누수
포스코 A&C 측 다음달 중 재실험
수리전문가들 "성공확률 제로"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을 위한 ‘임시 물막이 댐(일명 카이네틱 댐)’ 설계 공모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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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보존 '가변형 임시물막이(카이네틱댐) 모형 설치공사'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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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85호인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변형 임시 물막이'의 모형이 1차 테스트에서 누수 현상을 보이며 실효성 검증에 실패했다. 당초 문화재청과 울산시 등이 두 차례의 검증을 거치기로 한 가운데 다음달 마지막 실험을 앞두고 물막이 도입정책이 중대 기로에 섰다.
제작업체 "보완 후 재실험"
27일 울산시와 가변형임시물막이기술검증평가단에 따르면 임시 물막이 사업 제안자인 포스코 A&C 측은 최근 안전 및 누수 1차 테스트를 실시했다.
조홍제 교수가 지난해 7월 울산대학교 실험동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1/100 크기 가변형
임시 물막이댐 모형으로 연구실험 시연회를 갖고
누수 등 문제점을 주장하고 있다. 울산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15일 김포 모형제작업체 내에서 실시된 기계구동 테스트에서는 투명판의 이음새에서 누수현상이 발생했다. 실내 모형은 실제 크기의 10분의 1로 제작됐다. 당시 현장에는 포스코 A&C와 울산시, 기술검증단 등이 참석해 실험을 지켜봤다.
고강도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투명판을 이어붙인 물막이를 위아래로 움직이자 수십개의 투명판 사이에 물이 샌 것이다. 모형 실험을 거쳐 반구대 암각화에 설치될 본 물막이는 수위가 높으면 올라가고 낮으면 내려오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이번 테스트는 물막이가 이처럼 유동적인 시스템에서도 안정적으로 물을 차단하는지를 미리 검증하는 절차였다.
물이 새는 현상은 이보다 먼저 실시된 안전 테스트에서도 이미 발견됐다. 누수 실험 보름 전인 지난해 11월 30일 경기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치러진 안전도 테스트에서는 물막이와 벽면 사이에서 심각한 누수현상이 생겼다.
당시 실험은 물막이가 폭우, 수압 등 환경적 요인에도 벽면에서 이탈하지 않고 견디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강도 테스트였다. 물막이가 떨어져 나가진 않았지만 이때부터 이미 누수문제를 드러냈다.
포스코 A&C 측은 "물이 새는 원인을 분석하고 보완과정을 거쳐 다음달 중 재실험을 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완벽한 성공을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심각한 누수현상을 지적해왔던 수리전문가들은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절차라며 반대하고 있다.직접 모형까지 제작해 미리 물이 새는 결과를 보여주며 누수현상을 증명하려했던 조홍제 교수(울산대 토목전공)는 "성공확률 제로"라고 일축했다.
물막이 검증위원인 조 교수는 "안전도 테스트 때는 그야말로 물이 '줄줄' 샜다"며 "수리수문학적인 차원에서 볼 때 임시물막이는 무슨 수를 써도 벽체와 바닥에서 새는 물을 막을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실험이 실패했고, 이는 암각화를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찾지 못한 울산시가 시간을 끌기 위해 물막이로 버티는 사이 예상됐던 결과"라고 질타했다.
수리전문가들 "성공확률 제로"
물막이 공사 재개 전 반구대 현장을 찾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들도 울산시와 임시 물막이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일부 위원들은 "가변형 임시 물막이는 수 많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 가운데 마지못해 채택한 방법인 것 같아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시는 한 차례 더 실내 테스트를 실시한 뒤 또 다시 실패하면 사업을 철회하기로 했다. 앞서 물막이 설치를 추진하면서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딱 두 차례 실험을 거쳐 성공하지 않으면 본공사를 하지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과도한 예산 낭비와 행정력 소모를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다음달 실험에서 물막이 정책의 실행 여부가 결정된다. 자칫 이번에도 실패하게 되면 울산시는 당장 암각화 보존을 위한 대안을 찾아내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 게다가 누수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물막이 모형을 강행해 수십억 원을 날렸다는 지적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된다.
뿐만 아니라 울주군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실외 모형은 실험 조차 해보지 못하고 철거해야 한다. 이 모형은 현재 5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고, 혹한기인 지난 12월부터 2월말까지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물막이는 실내 모형(1/10), 통합사전검증 모형(실외·1/3), 본공사(실물) 등으로 진행되고 있고 전체 사업비는 104억 원이다. 이 가운데 시에서 발주한 '사전 검증 및 기본실시설계용역' 비용 7억 1,500만 원은 이미 지출됐다. 또 울주군에서 발주한 '통합사전검증모형 실험 및 해체 공사' 비용 27억 3,800만 원도 단계별로 집행되고 있다.
시는 그동안 식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물막이를 설치하는 방안이 반구대 암각화를 지킬 수 있는 최선책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시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생태제방을 쌓아 물길을 돌리는 방법을 불허한 이상 물막이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고, 모형 실험은 철저한 검증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며 "두 번째 실험이 완벽한 성공을 거두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실패한다면 빨리 선회해 더 이상의 행정력 소모를 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신문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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