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산업 포트폴리오 붕괴?…현대차 19%↓ SK하이닉스 41%↓

비틀거리는 한국경제…올해도 만만찮다

주력기업 실적 부진 

매출 축소와 영업이익 감소 두드러져


 

   자동차와 반도체 등 우리나라 간판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심상치 않다.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한 지난해 실적에서 매출 축소와 영업이익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 전망마저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받아든 성적표는 한국 주력 산업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 경제를 떠받쳐왔던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의 산업 포트폴리오가 무너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고음까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26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이달 초 삼성전자가 잠정 발표한 실적 내용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은 됐다. 지난해 매출액이 200조원을 간신히 넘어섰지만 2년 연속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SK하이닉스에서도 실적 둔화 현상이 수치로 확인됐다. 특히 4분기만 놓고 봤을 때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19.2%, SK하이닉스는 무려 40.7%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현대차는 2012년 이후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은 매년 줄어드는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0% 증가해 91조9587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 매출이 90조원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8% 급감한 6조3579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도 14.9% 감소해 6조5092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 영업이익이 6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 연결기준이 도입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는 "신흥국 통화 하락 및 주요 시장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둔해진 것이 영업이익 악화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주요 시장인 브라질과 러시아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차를 팔아도 이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현지 업체들의 급부상으로 전반기에 두 자릿수대 판매 감소를 기록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현대차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 감소폭은 11.4%였으나 비자동차 부문은 38.6%였다. 미국 시장 판촉 강화로 현대캐피탈 해외 부문의 수익성이 낮아진 데다 현대로템은 국내 전동차 산업 침체로 고전하는 중이다. 


문제는 현대차의 영업이익 악화가 다분히 추세적이란 점이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2012년 8조4400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2013년 8조3100억원, 2014년 7조5500억원 등 2015년까지 3년 연속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감소폭 역시 2013년 1.4%, 2014년 9.2%, 2015년 15.8% 등 갈수록 더 확대되고 있다. 


올해도 실적의 급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는 전체 매출에서 신흥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른다. 신흥시장 경기와 현대차 실적은 같은 사이클을 그린다고 볼 수 있는데 신흥시장 구매력이 회복되지 않는 한 빠른 실적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기록적인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신흥시장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등 고급화를 통해 수익성을 어느 정도 제고하겠지만 시장 상황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매출액 18조7980억원, 영업이익 5조3360억원을 기록해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4분기만 놓고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매출액이 4조4160억원으로 집계돼 전분기보다는 10%, 전년 동기보다는 14%나 줄었다. 영업이익은 989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9%, 전년 동기보다는 41%나 급감했다. 영업이익 8분기 연속 '1조클럽' 달성도 실패했다. 영업이익률은 1년 전 32%에서 22%까지 줄었다. 


주력 상품인 반도체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 감소와 가격 급락 때문이다. 평균 판매가격이 D램과 낸드플래시가 각각 10%, 15% 떨어졌다. 메모리 시장은 1분기 비수기에 진입하기 때문에 당분간 수요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28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포스코도 1968년 창사 이래 연간 기준으로 첫 순손실(연결기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000억원대 순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2010년 이후 세계 철강 시장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지며 포스코 흑자 신화가 무너진 셈이다.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매출 역시 역성장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2014년 65조1000억원에 달했던 포스코 매출이 지난해 60조원을 밑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분기 영업이익이 5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7조원을 웃돌았던 영업이익이 4분기에는 6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반도체와 LCD패널 등 부품단가 하락과 함께 환율 효과마저 사라지면서 영업이익 규모가 감소했다. 


우리 간판기업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초저금리에 초저유가, 그리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값까지 떨어져 한국 제품 경쟁력이 오히려 살아날 수 있는 경영 상황이지만 전 세계적인 수요 부진을 극복하지 못한 탓이다. 


여기에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유한 중국 기업들이 품질에서도 따라 올라오면서 안방까지 내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 특유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어 미래 먹거리를 제때에 찾지 못하면 간판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매일경제 송성훈,노원명,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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