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율표(Periodic Table)에 숨은 과학 선진국들 ‘이름 전쟁’

인공원소 ‘이름 전쟁’ 

현재 1위는 미국 

32번 게르마늄(Ge·독일), 44번 루테늄(Ru·러시아), 

84번 폴로늄(Po·폴란드), 87번 프랑슘(Fr·프랑스), 

95번 아메리슘(Am·미국) 등

읿, “113번 ‘니시나늄’으로 쓰자” 주장도


현재 주기율표의 모습. 일본이 발견한 113번 원소의 이름은 2017년 IUPAC 총회 이후 결정된다.  - 대한화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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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본이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으로부터 주기율표에서 113번 원소를 최초로 찾아낸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원소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113번 원소는 2004년 모리타 고스케(森田浩介) 이화학연구소 초중원소(superheavy element) 연구그룹장 겸 규슈대 교수가 아연(Zn)의 원자핵을 가속해 비스무트(Bi)에 충돌시켜 처음으로 그 존재를 확인했다. 

 

현재 113번 원소는 ‘우눈트륨(Unt·Ununtrium)’이라는 임시 이름을 달고 있다. 일본은 자국의 영어 이름을 딴 ‘자포늄(Japonium)’이나 연구소 이름을 딴 ‘리케늄(Rikenium)’으로 짓기를 희망하고 있다. 113번 원소의 공식 이름과 기호는 2017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개최되는 IUPAC 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113번 ‘니시나늄’으로 쓰자” 주장도

실제로 주기율표에 있는 총 118개 원소 중 32번 게르마늄(Ge·독일), 44번 루테늄(Ru·러시아), 84번 폴로늄(Po·폴란드), 87번 프랑슘(Fr·프랑스), 95번 아메리슘(Am·미국) 등이 나라 이름에서 유래했다. 

 

일본 내에서는 113번 원소에 자국 물리학자인 고(故) 니시나 요시오(仁科芳雄) 박사의 이름을 따 ‘니시나늄(Nishinanium)’으로 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는 이화학연구소에 일본 최초의 가속기인 사이클로트론을 설치하는 등 ‘일본 근대물리학 연구의 아버지’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주기율표 90~110번에는 과학자의 이름을 딴 원소가 많다. 96번 퀴륨(Cm)은 ‘방사능의 어머니’로 불리는 마리 퀴리에서, 99번 아인슈타이늄(Es)은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평가받는 아인슈타인에서, 100번 페르뮴(Fm)은 세계 최초로 핵분열 연쇄반응 실험을 성공시켜 원자폭탄 제조를 가능하게 만든 ‘핵물리학의 아버지’ 엔리코 페르미에서 나왔다. 또 주기율표를 만든 드미트리 멘델레예프의 이름은 101번 멘델레븀(Md)과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은 102번 노벨륨(No)에 남아 있다. 

 

 

195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글렌 시보그. 인공 원소 '시보귬(Sg)'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 위키피디아 제공


1951년 인공원소 합성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글렌 시보그는 1997년 106번 시보귬(Sg)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는데, 이후 IUPAC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살아 있는 인물의 이름은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113번 원소에 발견자인 모리타의 이름을 붙이긴 어려운 셈이다. 

 

인공원소 ‘이름 전쟁’ 현재 1위는 미국 

주기율표에 등재된 원소 뒤에는 과학 선진국들의 보이지 않는 ‘이름 전쟁’이 숨어 있다. 94번 플루토늄(Pu)까지는 극미량이지만 자연 상태로 존재하며, 95번부터 118번까지 24개 원소는 자연계에서 발견된 적이 없고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 원자로나 중이온가속기에서 두 종류의 원소를 충돌시켜 제3의 원소를 생성시킨 것이다.

 

인공원소 전쟁에서는 미국과 러시아, 독일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미국이 단연 앞섰다. 아메리슘(Am·95번) 버클륨(Bk·97번) 캘리포늄(Cf·98번) 로렌슘(Lr·103번) 리버모륨(Lv·116번) 등 전체 인공원소의 3분의 2인 16개를 미국이 찾았다. 이 가운데 8개는 러시아와 공동으로 발견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인공원소는 만들기가 어렵고 반감기가 짧아 밀리초(ms) 이하의 매우 짧은 순간 동안 존재한다”며 “산업적인 활용도는 낮지만 원소가 만들어지는 과학적인 과정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만큼 한 나라의 기초과학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신선미 기자 vam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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