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 가벼운 ‘매’에서 시작된다

카테고리 없음|2016. 1. 20. 02:46

초등 아들 시신 훼손한 아버지

계속 등장하는 아동학대 사건들


    최근 자신의 아들을 학대하다가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비정한 아버지의 사건이 밝혀지며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사건의 내막이 드러날수록 충격과 공포의 연속입니다.  얼마전에는 부모의 학대를 피해 맨발로 탈출했던 11살 소녀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숨겨졌던 아동 학대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도대체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학대받은 아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학대하는 부모도 학대당한 아이였다


GIB 제공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기관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50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신고된 학대건수가 1만3076건입니다. 하루 평균 36명의 아이가 학대받는 셈이죠. 아동학대가 일어난 장소는 뜻밖에도 80% 이상이 가정입니다. 복지시설이나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미미합니다.

 

평범한 사람 입장에서는 금쪽같은 자기 자식을 어떻게 학대할 수 있을까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학대하는 부모들은 저마다 자신도 학대받고 자란 아이였다고 밝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버린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는데요. 이러한 학대의 대물림은 무엇보다 가정의 불화와 폭력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자녀를 학대한 부모 중 3분의 1은 어릴 때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경험이 있었는데요. 어린 시절 가정에서 폭력을 당하거나, 폭력을 목격한 경험만으로 성인이 된 뒤 2명 중 1명꼴로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프랑스 국립건강의료연구원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부모 간 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가정에서 폭력을 행사할 확률이 3배, 자신의 아이를 학대할 확률이 5배나 더 높았습니다. 

 




학대받은 아이, 불행하게 성장해

학대받은 아이가 불행하게 자란다는 사실은 두말 하면 잔소리입니다. 유년기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충격적인 일을 겪으면 성장과정에서 두뇌발달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다섯 살 이전 어린이는 뇌가 빠르게 발달하고 절대적으로 보호자에게 의존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데요.

 

 

GIB 제공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생물정신의학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 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두뇌발달을 저해해서 학습능력이 뒤떨어집니다. 2~4세 때 육체적 학대를 당했던 아이들의 뇌를 촬영해보니 그러한 경험이 없는 아이들에 비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덜 발달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학대를 받았던 7~13세 어린이 500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이 어린이들에게서 코르티솔 분비량이 비정상적으로 나타나 우울증의 위험이 더욱 크게 나타났습니다.

 

유년시절 학대받은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 편두통이나 암 발생, 면역력 저하 등 신체적으로도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나아가 어린 시절의 불행이 7~15년까지 수명을 단축시키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데요.

 

미국 듀크대 심리신경과학부 이단 살레브 박사팀은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의 텔로미어를 관찰했습니다. 노화와 수명에 관계된 부분으로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레 짧아지는 부분인데,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텔로미어가 급격히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체 뿐 아니라 언어, 정서적 폭력도 위험

아동학대가 신체적인 것뿐은 아닙니다. 언어나 정서적인 폭력도 매우 위협적인 학대가 될 수 있는데요.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감정에 예민하기 때문에 나쁜 말에 더 큰 상처를 받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언어폭력을 경험하면 우울증이나 지능 감소, 정신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지욱 교수는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해 7∼13세에 가정 내 언어폭력을 경험한 성인들의 뇌를 진단한 결과 뇌의 특정 부분이 손상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언어적 학대를 받으면, 뇌가 욕설이나 질타 등 유해한 신호를 접하면 감각중추의 발전을 저해해 정상적인 뇌 활동에 문제를 일으키고 결국에는 뇌의 성장과 크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생후 18개월을 전후해 ‘언어가 폭발하는 시기’부터 부모가 무심코 내뱉은 공격적인 언어가 아이들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습니다.

 

또 심리적 정서적 학대는 아이의 발달에 해를 끼쳐 공격성, 정신질환 등 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져오기 때문에 신체적 학대 못지 않게 매우 치명적입니다.

 

학대 ‘매’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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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가 무서운 것은 사이코패스적인 몇몇 범죄로만 드러나는 사건이 전부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입니다. 아동학자들은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크고 작은 ‘학대’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아이들을 ‘매’로 다스린다며 체벌을 할 경우 학대로까지 이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상해예방연구팀은 자녀를 둔 엄마 1435명을 대상으로 아이들에게 체벌을 하는지 여부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이 규정한 신체적 학대는 주먹이나 발로 때리기, 화상 입히기, 손 외의 물건을 이용해 때리기, 2살 미만의 아이 흔들기 등입니다.

 

조사 결과 1년 사이 아이를 손바닥으로 때린 사람은 답한 사람은 45%였습니다. 이들은 손바닥으로 때린 적이 없는 부모에 비해 자식에게 또 다른 체벌을 가한 빈도수가 약 3배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 25%는 다른 도구를 사용해 엉덩이에 체벌을 가했다고 밝혔는데, 이들 중 12%는 육체적 학대라고 볼만큼 자녀에게 과중한 체벌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통해 자녀에게 훈육을 한다는 이유로 시작한 매질이 학대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필자소개

이종림. IT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과학동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최신 IT기기, 게임, 사진, 음악, 고양이 등에 관심이 많다. 세간의 이슈들과 과학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재미와 보람을 느끼며 글쓰고 있다.

 

※참고문헌

http://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696641/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5460884/bef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4/06/140627133107.htm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3818/news

http://www.medpagetoday.com/EmergencyMedicine/DomesticViolence/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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