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충돌, 건설 수주에 '빨간불'
이란, 올해 대규모 플랜트 발주 예정돼 있어
GCC, 사우디 지지 입장
시아파 이라크, 사우디 맹비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분쟁이 무력 충돌로 번질 우려가 커지면서 중동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사들의 현장 사업은 물론 향후 수주 전망도 어두워졌다. 사진은 대림산업이 시공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카얀사(社) 고밀도 폴리에틸렌 플랜트 공사 현장.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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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이란과 외교 단절 발표 Saudi Arabia severs ties with Iran as Mideast protests 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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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와 이란의 외교 분쟁이 무력 충돌로 번질 우려가 커지면서 중동을 수주 텃밭으로 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
특히 이란은 지난해 핵 협상 타결로 올해 대규모 플랜트 발주가 예정돼 있어, 중동 수주 부진을 이란에서 만회하려는 건설사들은 이번 갈등이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는 지난 3일(현지시간)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외교 단절을 선언했다. 앞서 지난 2일 사우디가 시아파 성직자이자 지도자인 셰이크 님르 알님르 등 유력인사 4명을 포함해 테러 혐의자 47명을 사형했다고 공개하자, 이에 분노한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공격한 데 따른 보복 조치였다. 알 주베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란 대사에게 48시간 이내에 사우디를 떠날 것을 촉구했다.
이슬람의 양대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를 각각 대표하는 사우디와 이란이 외교 갈등을 벌이면서 이번 갈등은 두 나라를 넘어 중동 내 종파 간 갈등으로 번질 전망이다.
걸프 지역 수니파 왕정 6개국의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는 사우디 지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시아파 국가인 이라크는 사우디의 처형을 공개 비난하고 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전 총리는 “알님르 처형으로 사우디 왕가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건설사들도 중동 지역의 정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가뜩이나 저유가로 지난해 중동 수주가 급감한 가운데 중동에서 무력 충돌까지 벌어질 경우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 절벽’의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지역 수주액은 165억3000만 달러로 2014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도 저유가가 계속돼 중동 지역 건설 수주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현재 삼성물산 (140,000원▲ 0 0.00%)과 현대건설 (27,650원▼ 900 -3.15%), 대우건설 (5,350원▼ 250 -4.46%)등 주요 건설사들은 사우디에 현장을 두고 있으며, 대림산업 (64,400원▼ 2,700 -4.02%)이나 현대건설 등은 이란에 진출해 있다.
특히 올해 건설사들의 희망으로 떠오르던 이란이 이번 분쟁의 당사국이 된 것은 큰 부담이다.
지난해 핵 협상 타결에 성공한 이란은 올해 원유·가스 증산에 필요한 건설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란은 가스 생산량을 늘리고 LNG 방식으로 수출하기 위해 2년 안에 1850억달러 규모의 플랜트 건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중동 지역 분쟁이 심화할 경우 이런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다만 건설업계는 아직 두 나라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지 않아 당장 중동 사업이나 수주에 악영향이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명관 해외건설협회 지역2실 팀장은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추측하기 어렵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의 중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남아 있고, 여전히 저유가라는 중동지역의 큰 변수가 있어 올해도 중동지역의 수주 환경은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국내 대형 건설회사의 한 임원도 “이란과 사우디의 외교 갈등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당장 회사 수주 활동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 정세가 급변하면서 건설업계 주가도 시장에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4일 삼성엔지니어링 (12,950원▼ 1,600 -11.00%)의 주가는 전날보다 11% 떨어졌고 대우건설과 대림산업, 현대건설, GS건설 등의 주가도 2~5% 하락했다.
조윤호 동부증권 건설 담당 연구원은 “사우디와 이란 사태가 전쟁으로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이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오는 2월에 경제 제재가 완전히 풀리면 플랜트 건설 발주가 늘어나면서 국내 건설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이번에 발생한 사우디와 이란 외교 문제는 앞으로 중동 리스크가 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비즈 박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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