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이제 "중동에서 아시아로 눈 돌려야"
중동플랜트 중심 → 아시아 토목시장으로 전환되는 과도기
中 AIIB 인프라투자확대에도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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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해외건설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전통적으로 중동플랜트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국내 건설업체들로선 2014년 말부터 시작된 저유가로 인해 발주취소와 연기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미 금리인상 여파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아시아 인프라시장 확대에도 불안요인이 추가된 상황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발주처들이 시공사가 금융조달을 포함해 토탈 기획 및 서비스와 관리까지 해주는 것을 선호하는 등 점차 수주조건을 까다롭게 내걸고 있다.
지난달 말 국토부가 건설업계와 함께 ‘해외건설 정부지원사업 개선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향후 진출시장 및 진출분야 다변화, 투자개발형 사업 등 고부가가치사업으로 활성화 등 다양한 해외건설 정부지원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글로벌 경제상황을 직시한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국내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매년 600억 달러 내외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수주가 중동지역 플랜트 도급공사에 편중돼 유가변동 등 대외환경 변화에 취약하고, 고부가가치 분야에 대한 진출이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해외건설 지원정책을 업계와 함께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하고, 실제 업계 수요에 맞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새해에도 저유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동시장은 침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계에선 기존 몇 년 동안의 평균 수주액(600억~650억 달러)도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고, 다만 아시아 등 다른 시장이 선전해 준다면 작년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 금리인상은 우선적으로 아시아 국가에게도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발주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게 정확하게 호재인지 악재인지 현재로선 판단하기가 힘들다”며 “시장이 불안할수록 발주처에선 금융조달 조건을 필수로 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에 현지에 진출한 건설사들이 금융조달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시킬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올해도 작년처럼 매년 초 관례적으로 해왔던 해외수주 목표치를 발표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만큼 시장 불확실성이 가중돼 큰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연간 평균 600억 달러 전후에 달하는 수주액이 수천개 프로젝트로 이루어진다기보다는 수십억 달러규모의 메가 프로젝트 몇 개로 달성되기 때문에 예상 프로젝트 중 한 두개라도 취소되거나 연기된다면 목표액을 달성하기 힘든 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각 건설업체들에게도 수주목표액을 미리 할당하는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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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중동침체는 지속될 전망, 아시아 토목시장은 새로운 먹거리...해외개발 운영사업의 영향력 늘려가야
작년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461억 달러(12.28일 기준)로 전년(660억 달러)대비 30% 가량 줄었다. 이중 중동이 165억 달러로 전년(314억 달러)보다 절반가량 감소했다. 다행인 건 아시아시장에서 전년보다 24% 증가한 197억 달러를 수주해 중동의 부진을 일부 만회했다. 기타 유럽과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에서도 수주액은 전년대비 30~80%까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별업체별로는 현대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이 작년에만 각각 57억 달러와 56억 달러를 수주, 해외수주액 1~2위를 차지했다. GS건설(55억 달러)과 SK건설(43억 달러), 현대건설(34억 달러) 등은 그 뒤를 이었다. 이 5개 건설사들의 총 수주액은 247억 달러규모로 전체 수주액(461억)대비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도 대외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작년과 비슷하거나 작년보다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작년 이전의 연간 평균수주액(600억 달러 전후)을 달성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건설담당 연구위원은 “이제 중동시장 플랜트 증설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란이나 이라크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국내 건설사들이 기대할만한 큰 프로젝트가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큰 틀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먹거리가 기존 중동 플랜트에서 아시아 토목시장으로 전환되는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히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서 내년 350억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 이쪽 시장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중국 건설사들이 한국과 일본에 비해 인건비가 싸고 AIIB도 중국 주도로 운영된다고 보면 우리나라가 유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그동안 중동시장에서 경험과 노하우가 많기 때문에 기술을 요하는 어려운 공사들은 상당수 수주할 수 있겠지만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은 일반 공사는 중국건설사들이 값싼 노동력으로 많이 가져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이전 대우건설이나 SK건설처럼 중국건설사와 MOU를 맺고 아시아 인프라수주에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며, 기술 우위의 공사들은 선진 건설사들과 조인트벤처를 형성해 진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최근 해외건설협회 기고문에서 “이제 국내 건설사들도 안정적인 성장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의 강점인 EPC역량과 함께 개발사업의 역량확대가 중요하다”며 “국내 건설사들이 진출확대를 도모하고 있는 신흥국들은 정부 재정여건이 취약해 도급공사보다는 재정부담이 덜한 투자개발형으로의 발주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정 사장은 또 “단순히 시공권 확보를 위한 지분투자방식을 지양하고 사업관리 능력배양을 위해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며 “이러한 축적된 개발사업 노하우로 선진업체들과 같이 해외사업에 진출해 개발, 설계, 운영, 유지 등을 포함한 토탈패키지 계약을 통해 해외 개발운영사업의 영향력을 늘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해외건설 시장에서는 토착화된 사업수행 인프라와 현지 지역사회로부터 우호적인 평판을 유지하고 있는지의 여부도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며 “내외부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해외에서의 지속 성장을 위해 단위 프로젝트 중심이 아닌 지역 거점을 확대해가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이코노믹] 최인웅 기자 ciu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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