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정부의 '건설사 살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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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구조조정 칼날이 건설사로 향했다.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매서운 경제 한파에 건설사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살생부' 윤곽이 올해 안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지난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의 장기 침체는 건설사들의 체질 개선과 시장·사업 다각화 등을 가속하는 기폭제가 됐다. 대형건설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조직개편 등을 통해 효율화를 꾀했다.
불확실한 국내외시장… 수주 가뭄 어쩌나
그러나 지난 2013년부터 저가 수주에 따른 대규모 실적악화의 직격탄을 맞아온 건설사들은 올 들어 해외수주가 2008년 이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저유가로 인한 중동지역의 공사 발주 감소로 글로벌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진 것을 이유로 꼽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올해 누적수주금액은 405억8689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66억75028만달러)보다 28% 줄었다. 수주건수도 지난해 646건에서 올해 588건으로 9% 감소했다. 반대로 시공건수는 지난해 1755건에서 1912건으로 9% 늘었다.
지역별로는 중동이 지난해 302억3300만달러에서 올해 146억4700만달러로 절반 가까이(48.4%) 감소했다. 아시아는 159억1600만달러에서 174억9500만달러로 늘어나면서 중동 수주액을 앞질렀다.
문제는 앞으로도 유럽발 재정위기의 여파로 흔들리는 국제경제와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저유가 지속 등의 악재가 산적해 건설사의 절반가량이 매출 감소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대형건설사의 경우 해외사업 비중이 높아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의 경우 지난달 23일 기준 해외신규 수주액이 41억8100만달러(약 48조원)로 지난해 59억4600만달러(약 68조원)보다 29.7% 감소했다. 해외수주 잔액(3분기 기준 14조300억원)도 지난해(18조8200억원)보다 25.4% 줄었다.
GS건설은 올해 3분기 사우디아라비아 '라빅2'와 'PP12' 프로젝트 공사 지연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54.4% 감소한 110억원에 그쳤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수주시장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주택시장이 최근 몇년 만에 최대 호황을 누린 덕분에 GS건설의 매출액은 주택건축(31.2%↑)부문과 인프라(36.5%↑)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21.0% 증가한 2조789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내년 부동산 전망이 올해처럼 호황일 지는 안갯속이다. 전문가들 역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식인 건설사의 밀어내기 분양에 따른 공급과잉 문제와 매맷값 상승 피로감에 내림세로 반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6년 만에 찾아온 퇴출 공포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시중(채권)은행들이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대상 선정작업에 속도를 내자 건설사들이 바짝 긴장하는 형국이다. 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하는 잣대가 기존 방식보다 엄격하게 적용됨에 따라 대형 건설사도 한계기업으로 분류될 위험이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은 ▲3년 연속 적자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 ▲2년 연속 마이너스 영업 현금흐름을 보인 업체 등으로 분류한 한계기업 선정 기준을 시중은행들에 내려보냈다.
종전 이자보상배율과 마이너스 영업현금 흐름 평가 기준도 3년에서 2년으로 강화됐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 실물경기 둔화 등에 대비해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을 선제적으로 정리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KCC건설, 한라, 코오롱글로벌 등이 대상에 포함된다. 이들 건설사의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은 각각 0.1, 0.4, 0.12로 2년 연속(2013년 -3.2, -2.3, 0.3) 1 미만을 기록했다. 이중 한라(442%, 3분기 별도기준)와 코오롱글로벌은 부채비율 역시 300%가 넘는다.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5가 넘어야 채무상환능력이 안정적인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대형건설사도 안심할 수 없다. 한화건설, 대림산업, 쌍용건설, SK건설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3.8, -3.3, -0.1, 0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 2013년에도 0.3, 0.5, -4.4, -5로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지 못해 기준을 밑돌았다.
특히 SK건설은 부채비율(3분기 기준)이 301.6%를 기록, 10대 건설사 중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한화건설도 273.6%로 다소 높은 편이다.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재무구조가 건전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0일 한화건설과 SK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A-에서 BBB+로, A에서 A-로 한단계씩 강등시킨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확하게 어떤 건설사가 살생부에 포함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은행들이 대기업에 속한 계열사에 대한 평가도 진행 중이어서 대형건설사들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들 건설사를 단번에 구조조정했을 때 국가경제는 물론 사회에 미칠 파장이 매우 커 정부와 시중은행들도 부담스러운 눈치"라며 "이런 이유로 지난 2009~2011년과 같이 건설사가 무더기로 퇴출당하는 사태는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위크 성동규 기자 dongku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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