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유재석이 최고가에 낙찰된 까닭은?

경매에 임하는 인간행동 분석


MBC 내딸, 금사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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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홍콩에서 열린 경매에서 김환기 화백의 작품이 47억 원이라는 최고가에 낙찰돼 화제가 됐습니다. 또 지난주 ‘무한도전’에서는 멤버들의 시간을 자선경매에 부쳐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했는데요. 어렵게 생각됐던 경매를 예능 프로그램 보니 무척 흥미진진했습니다.

 

경매란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여럿일 때 서로 경합을 해서 값을 가장 높이 부르는 사람에게 파는 것을 뜻합니다. 연말에는 자선 경매 같은 행사가 종종 열리죠. 온라인 사이트에서 경매 형식의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요. 오늘은 경매 속에 숨어있는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분석해보겠습니다.

 

홍콩 경매에서 최고가에 낙찰된 김환기 화백의 작품 ‘푸른색 점화’. 한번 감상하고 가실까요? - 현대화랑 제공

 

더 높은 값을 부르게 되는 이유는?

무한도전의 경매에 참여한 MBC 제작진들은 유재석이 등장하자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려고 높은 가격을 불렀습니다. 그러면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 2000만원에 낙찰되기에 이르렀죠.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경매에 나오면 더 높은 가격을 부릅니다. 그런데 이런 행위가 과연 물건을 차지하기 위해서만 일까요?

 

미국 뉴욕대의 신경과학자와 경제학자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성인남녀 17명에게 경매게임을 시킨 뒤 그들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했습니다. 그 결과 낙찰에 실패했을 때, 또 누군가 자신보다 더 큰 액수를 불렀을 때 뇌의 선조체 부분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조체(corpus striatum, 線條體)는 행동과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뇌의 영역인데요. 물건을 차지하려는 욕구 보다, 남들에게 그 물건을 빼앗길 것 같은 두려움에서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뒤이어 참가자들의 팀을 나눠 경매를 진행했습니다. 첫번째 팀은 경매에서 이기는 참가자가 15달러를 받고, 두번째 팀은 경매에서 낙찰 받지 못한 참가자들이 15달러를 내게 했습니다. 그 결과 두번째 팀의 승자는 눈에 띄게 높은 값을 불러서 낙찰을 받았는데요.

 

연구진은 사람들이 이익 보다 손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손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뇌의 작용으로 경매나 주식시장에서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MBC 무한도전 제공

 

입찰가를 계속 올리는 바람잡이의 의도는?

경매를 하다보다 보면, 경합이 붙어 입찰가를 계속 올리며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더 이상 가격을 부르지 않고 빠져나가기도 하죠. 결국 가격만 올려놓는 바람잡이 역할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의 에릭 킴브로 경제학 교수는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온라인 경매 실험을 실시했는데요. 48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16회 경매를 진행했습니다. 이 실험에서 자신이 낙찰 받지 않더라도 더 높은 값을 부르는 사람들이 가격을 얼마나 올렸는지에 따라 세 단계로 분류했습니다. 그 결과 참가자의 3분의 1은 최대한 가격을 올리면서 자신은 낙찰 받지 않는 다소 짓궂은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너무 높은 가격으로 입찰하는 사람들을 벌하거나 도덕적으로 교훈을 주고 싶어서 그러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죠. 진화생물학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적응도를 떨어뜨리는 행태로 볼 수 있는데요. 흥미로운 연구대상으로 남아있습니다.

 

온라인 경매가 성행하는 성공 요인은?

온라인 경매를 해본 적 있나요? 인터넷 경매는 온라인 거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골동품이나 구하기 힘든 ‘레어 아이템’이 아니더라도 이베이, 옥션 같은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는 거래가 성행하고 있죠. 이러한 온라인 경매가 성공하게 된 요인으로 재미와 흥분, 쇼핑의 3가지 요소가 만났기 때문이라는 연구가 있습니다.

 

독일 카를스루에 공과대학은 12곳의 작업장에서 40명의 참가자가 실제로 경매에 임할 때 심장 박동과 감정 상태와 같은 생리적 변화를 피부 전도도를 측정해 조사했는데요. 경매를 지켜볼 때도 마찬가지지만 온라인 경매를 직접 해보면 스릴과 재미가 느껴지죠. 자신이 부른 가격에 낙찰이 될지 심장이 빨리 뛰고 손바닥에 땀이 납니다.

 

이 연구에서는 경매에 임할 때 이러한 흥분과 감정에 의해 판단이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계산에 근거해 판단하기 보다는 기쁨이나 실망과 같은 감정이 넘나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진다는 것이죠. 판매자는 입찰자에게 스릴만점의 매력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더 높은 수익을 남기는 이득을 누립니다. 

 

EXO(MAMA 2014) - wikipedia(Jin-gook) 제공

  

EXO 핸드프린트가 갖고 싶은 심리는?

예술품이나 부동산을 비롯해 경매에는 다양한 유무형의 물품이 거래됩니다. 특히 유명인의 물품이 경매에 나타나면 고가에 낙찰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전설적인 투자가 워렌 버핏과의 점심식사가 수십 억 원에 낙찰된 사례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타들은 자신의 소장품을 자선 경매에 내놓기도 하는데요. 엑소(EXO) 멤버들의 핸드프린팅, 소녀시대의 티셔츠 등이 수천 만 원을 호가해 눈길을 끌었죠. 사람들은 왜 유명인의 물건을 높은 가격을 주면서까지 갖고 싶어 할까요?

 

미국 예일대의 조지 뉴먼 심리학 교수는 사람들이 유명인의 소지품을 갖고 싶어 하는 심리를 밝히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은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하나의 시계를 두고 한 그룹에는 평범한 사람이 쓰던 물건이라며 보여줬고, 다른 그룹에는 유명인사의 소지품이라며 같은 시계를 보여줬죠. 그리고 전체 참가자에게 그 시계를 얼마나 갖고 싶은지 등급을 정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유명인이 썼던 물건이라고 들은 그룹의 참가자들이 더 갖고 싶어 했습니다. 반대로 싫어하는 사람의 물건이라고 하자, 그 사람이 갖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가치를 깎아내리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사람의 성격이나 본질이 물리적 접촉을 통해 물건에 옮겨진다고 믿기 때문에 사람들이 물건에 애착을 갖는다고 설명합니다. 또 유명인의 소장품 구입을 일종의 투자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현금이나 주식은 투자 자체로 끝나지만 이런 수집품들은 보면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 출처 및 참고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content/article/2008/09/25/AR2008092502173.html 

http://www.livescience.com/22408-science-of-spite-explained.html 

http://phys.org/news/2015-09-real-competitors-thrill-auctions.html

http://faculty.som.yale.edu/georgenewman/documents/37NewmanandBloomPNAS2014.pdf

 

※ 필자소개

이종림. IT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과학동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육아 전담 주부로서 동네 놀이터와 가까운 유원지를 발로 뛰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최신 IT기기, 게임, 사진, 음악, 고양이 등에 관심이 많고, 다양한 세간의 관심사를 과학으로 엮어서 소개하려 애쓰고 있다.

이종림 객원기자 lumen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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