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공사수주 원가 공개..."건설업계 ‘암운’ 드리우나"

건설사들 집단 반발

금융위 “분식회계 관행 뿌리 뽑을 것” vs 

건설사 “영업비밀 공개” 갈등 심화


금융당국이 조선, 건설 등 수주산업의 갑작스런 대규모 손실 발생을 막기 위해 공시 항목을 늘리기로 했다.

출처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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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에 삼성물산 등 건설사 집단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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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주산업 회계 개정안’을 놓고 금융당국과 건설사 간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금융위는 강화된 수주산업 회계 개정안의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공시의무가 강화될 경우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것이어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수주산업 회계 개정안’ 발표 배경은?

금융당국이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발표한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대우건설의 분식회계 혐의 논란이 도화선이 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3년 말 대우건설이 1조4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내부 제보를 받고 회계 감리에 착수해 국내 10여곳의 사업장에서 대우건설이 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사 수주 후 손실이 예상되는데도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고 회계에 손실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


이에 대우건설은 분양 전에 손실 가능성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항변했지만 금감원은 손실을 인식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20억원, 감사인 지정 등 대우건설에 중징계를 내렸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결정에 건설업계는 즉각 반응했다. 아파트 분양사업이 일반 제조업처럼 상품이 팔렸을 때 매출을 인식하는 것이 아닌데다 각 사업장별로 초기 계약률이나 최종 분양률 등이 모두 달라 같은 기준으로 충당금을 설정하기도 어렵다는 것.


실제 그동안 건설업계에서는 분양률이 미달하거나 사업이 중단돼 손실이 예상되는데도 바로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고 나중에 몰아서 회계에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사업이나 해외 수주사업의 경우 사업 착공에서 완공까지 몇 년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사업 과정에서 매년 발생하는 손실을 정확히 추정해 회계에 반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 “핵심 재무정보 공개…분식회계 뿌리 뽑을 것”

이에 금융위는 회계 신뢰성 제고 및 투자자보호 강화의 일환으로 지난달 28일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건설업체들의 주요 사업장별 공사 진행률, 미청구공사 잔액, 공사손실 충당금, 대손충당금 등을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주 골자다.


또 미청구공사금액 회수가능성을 분기별로 재평가하고 주석 공시를 통해 미청구공사 총액과 회수가능성이 낮은 리스크를 충당금으로 별도 표시하도록 했다.


감사 부문에서는 핵심감사제(KAM)를 도입해 감사인이 보다 적극적으로 건설사를 감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핵심감사제란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회사 및 감사인에게 가장 유의한 주의를 요구하는 대상에 대해 중점적으로 감사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기존에 ‘적정’, ‘부적정’ 등 단문형으로 작성되던 감사보고서를 서술식 장문형으로 바꾸게 된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회사의 중요사항이나 위험사항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지만 미국 증권법 제정 이후 80년 이상 사용된 감사의견체계가 바뀌는 만큼 큰 변화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건설·조선 등 국내 수주산업은 대내외 경제환경에 따라 영업실적 변화가 큰 경기에 민감한 대표 업종”이라며, “그동안 업계의 현황을 적시에 회계적으로 반영하지 못해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했던 ‘어닝쇼크’를 겪는 일이 빈번히 발생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회계 투명성 방안으로 수주산업에 대한 합리적인 회계처리를 유도해 대규모 손상 발생 등에 따른 투자자 혼란을 최소화하고, 회계적 투명성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젊은 회계사들의 모임인 청년공인회계사회도 이러한 금융위의 방침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청년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모든 원가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당연히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겠지만 그렇다고 타인의 자금을 이용하며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 것은 억지”라며, “분식이 발생할 수 있는 일정수주금액 혹은 일정진행률 이상의 현장만 모두 실사한다면 분식에 대한 우려가 조금은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영업비밀 고스란히 노출…해외수주 악영향”

건설업계는 사업장별로 공사 진행률과 손실충당금, 대손충당금 등을 공시하라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대해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해외수주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회계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자 하는 정책취지에는 공감하나, 주요사업장별 중요정보를 공개할 경우 공사원가(원가율) 추정이 가능해져 공사수주 핵심인 원가정보가 외국업체에 그대로 노출돼 해외공사 수주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건설업계는 공사 수행과정에서 기술개발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있는데, 정부대책이 시행되면 이러한 기술개발 노력 유인이 없어져 수익성 저하와 건설산업의 기술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원가’가 ‘계약금액’보다 낮을 경우 이윤이 남는 공사로 보아 계약금액 자체를 감액하자는 (해외)발주자의 압박이 있을 수 있고, 정당한 클레임 제기로 공사비를 증액코자 할 경우 (해외)발주자는 이윤이 남는다는 이유로 건설업체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위 측은 “건설업계가 우려하는 사업장의 진행률은 현재도 공시되고 있는 수주총액과 기납품액을 이용해 간단하게 산출 가능하며, 미청구공사 및 충당금을 이용해 기업의 핵심적 정보를 추정하는데 사용될 가능성은 낮다”며, “관련 내용들을 공시한다 하더라도 기업의 영업기밀 등이 공개되는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건설업계는 이번 정부대책에 포함된 ‘핵심감사제’(KAM)의 경우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가운데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건설·조선 등 수주산업에만 먼저 도입할 경우 타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 뿐 아니라 부작용 발생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사들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핵심감사제의 경우 다른 주요국의 국제감사기준 도입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도입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며, “핵심감사제가 건설사들의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핵심감사 대상을 회사와 감사인이 협의해 직접 선정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코노믹리뷰 김하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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