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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을 무산시킨 쾌거’에 법사위는...?
2015.12.01
지난 11월 19일 오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률심사소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여기에서 변리사법 개정안(변호사에게 덤으로 변리사 자격을 주는 것을 없애는 것)을 논의하는데, 의원 한 사람이 끝까지 반대하는 바람에 의결하지 못하고 계속 시간을 끌고 있었습니다. 위원장은 오늘은 이 법안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의지를 밝혔고, 결국 원안을 대폭 고쳐 위원장 대안(변호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실무수습을 받고 자격을 받게 하는 것)을 내기로 합의했습니다. 한 사람이 끝까지 버틴 결과 법안이 변질된 것이죠. 그날 오후 변협 회장이 아래 쪽지를 회원들에게 보냈습니다.
“회원 여러분, 변리사회가 변호사 직역을 침범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한 ‘변리사에게 특허소송 공동대리권을 부여하는 법안’과 ‘변호사의 변리사 자동자격 전면 폐지 법안’이 오늘 국회 산자위에서 통과될 위기에 놓였으나 그동안 변협 집행부의 지속적인 입법 활동을 통해 오늘 법안을 무산시키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다만, 변호사에게 대통령령이 정하는 실무수습을 이수 의무를 부과하도록 한 수정 대안이 산자위 소위에서 통과되었으나, 이 역시 법사위에서 폐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지속적인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5. 11. 19.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하창우”요약하면, “변리사법 개정 법안이 통과될 위기에 있었지만, 변협이 노력하여 무산시켰다. 쾌거였다. 일부 수정 통과된 것은 다음 법사위에서 막겠다.”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변협 회장은 2015년 4월 21일에도 법안을 저지한 것을 자랑했습니다(자유칼럼 2015.4.24. 글 참조).법안통과를 저지하고 무산시켰다는 것은, 정상적으로 심의하도록 내버려두면 통과될 것인데,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억지로 막았다는 뜻입니다. 변호사법 1조(사명)는 '①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②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사회정의와 변협 회장의 행동이 뒤엉켜 혼란스럽습니다.산업위에서 법안을 무산시키려는 의도에 걸려 본질에서 많이 벗어난 타협안이 마련됐습니다. 타협 법안은 이제 법사위로 넘어갔습니다. 법사위에는 변호사, 판사, 검사 출신 의원이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대안마저도 변협 회장은 법사위에서 저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고유 법안의 심의 외에 다른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률안의 체계·형식과 자구’를 심사합니다(국회법 37조).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 소관 법률의 내용을 건드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법사위는 변호사의 업역에 관련된 법안은 실질 내용을 바꾸거나(2003년 세무사법 개정안 처리), 넘어온 법안을 심의하지 않고 뭉개고, 시간을 끌어 끝내는 회기를 넘기면 자동으로 폐기되는 방법으로 개정을 막아왔습니다(17대와 18대 국회에서 변리사법 개정안). 그러니 변호사 직역과 관련 있는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행정부에서는 법무부와 법제처, 소송이 붙으면 법원과 대법원, 국회에선 법사위, 헌법 위반 문제를 제기하면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의 이익을 대변합니다. 그런 법안을 다룰 때 정의나 국익은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고요?입법권은 국회에 있습니다(헌법 40조).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고.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일해야 하고, 국회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습니다(헌법 46조). 법사위에는 이렇게 일해야 할 의원이 법안을 심의합니다. 그런 의원이 어느 특정 직역의 이익을 위해서 일한다는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국민은 국회가, 아니 특정 직역과 관련 있는 의원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볼 겁니다. 중대한 사명을 띤 국회에서 어느 직역의 이익 때문에 국익과 국격을 해치는 행동한다면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제는 ‘어느 직역 역사에 죄를 지을 수 없다.’는 식으로 막말하는 사람이 없어야 합니다.올바르게 가자는 법을 막아 무산시키는 것이 어찌 사회정의겠습니까. 힘으로 막으려면 막을 수 있지만, 벗기에 아쉬움도 있더라도 내 옷이 아니라면 벗어버리는 것! 법사위는 사회정의를 실현할까요? 지켜보겠습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과실연 수도권 대표, 세종과학포럼 상임대표, 대한변리사회 회장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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