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실험실’에 제발로 들어가는 학생들

과학자의 부푼 꿈을 안고 두드린 대학원의 문.

처음엔 모든 게 신기하고 좋았다. 

그러다 서서히 알게 된 교수님의 ‘나쁜 버릇’.

시도 때도 없이 일을 시키고 폭언이나 욕도 하기 시작했다.

모두, 들어가기 전엔 모르던 일이다.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적지 않은 이공계 지망생이 고민하는 이 문제,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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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원은 인권의 사각지대인가.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1209개 대학원의 학생 1906명을 조사해 11월 13일 발표한 ‘대학원생 연구환경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수로부터 폭언․욕설에 시달리거나(10%), 구타를 당하는(1.2%) 학생이 있었다. 성차별(6.1%), 성희롱(3.7%), 성추행(2.0%)을 당하는 학생도 있었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14개 대학원 총학생회와 함께 전국 대학원생 23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뒤 2014년 10월 29일 발표한 ‘대학원생 연구환경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언어․신체․성적 폭력을 당한 학생이 총 31.8%에 이른다. 학생들은 왜 이런 ‘지옥의 실험실’에 제발로 들어간 걸까.


[부당한 대우, 협박하는 교수… ‘지옥의 실험실’ 피할 방법 있을까]

1. ‘지옥의 실험실’, 서울 모 대학원 피해학생 심층인터뷰

2. ‘지옥의 실험실’에 제발로 들어가는 학생들

3. 부당해도 억울해도 탈출하기 어려운 ‘지옥의 실험실’ 실체


직접 선택? 대학원 정보가 없다

먼저 학생들은 랩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하다. 서울대 인권센터에서 올해 7월 발표한 ‘2014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인권실태 및 제도개선 조사보고서(아래 서울대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대학원생 중 입학 전에 졸업평균연한, 장학금·일자리,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정보를 공식적인 통로(홈페이지 등)로 충분히 얻은 비율은 20% 이하였다.

 

대부분의 랩은 연구주제·연구실적·구성원 등 연구와 관련된 정보만 공개하고 있다. 학생의 처우나 대우와 관련한 정보가 있을 리 없다. 서울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 대학원은 학생들에게 대학원 교육내용, 학위취득 소요기간, 재정조달 방법, 졸업 후 진로 정보를 공식적으로 제공하고 있지 않다.

 

보고서는 “정보부족은 학생들에게 불만족과 불필요한 경제적․ 시간적 손실을 일으킨다”면서 “대학이라는 학문 공동체와 사회에도 문제가 되므로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일부 대학과 일부 학과에서 실시하고 있는 랩 로테이션(연구실을 돌아가며 체험하는 제도)이나 인턴 제도도 정보공개 효과가 있긴 하다. 하지만 랩을 제대로 알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있다. 구태완 포스텍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포스텍 일부 학과에도 랩 로테이션이 있지만, 기간이 짧아서 랩의 속사정을 알기 어렵다”며 “랩 로테이션 기간에는 주로 연구주제와 실적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더 알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과학동아 제공

 

대학원 정보 제공하는 미국 대학들

미국 UC데이비스에는 ‘대학원생 권리 및 의무장전’ 이 있다. 첫 조항이 ‘알 권리(Right to Know)’다. 대학원생은 학위 취득까지 걸리는 시간, 학생 중도이탈률 및 사유, 학위종료 후 채용기록 등의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지닌다.

 

존스홉킨스대, 예일대, 남캘리포니아대(USC), 위스콘신대 밀워키캠퍼스(UWM) 등에도 비슷한 조항이 있다. 존스홉킨스대 대학원 총학생회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학생의 알 권리는 대학원생 오리엔테이션 때 반드시 인쇄해 제공하도록 돼 있다”고 했다.


미국 코넬대는 홈페이지에 대학원 모든 학과의 중퇴·졸업 비율, 학위수여기간을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항공우주공학과는 2010년 박사과정에 8명이 입학해 2명이 1년 만에 그만뒀다. 1명은 5년 만에 졸업했고, 3명은 6년 만에 졸업했으며, 2명은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이런 식으로 재학생·졸업생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특별히 학생이 많이 그만두거나, 졸업기간이 긴 학과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코넬대 대학원 교무처장인 바바라 누스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학과장은 30여 가지 정보를 종합해 교수진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학과 발전방향을 제시한다”면서 “우리는 ‘투명성’이 대학원 과정을 건강하게 하고 학생들에게 이익을 줄 것이라고 강하게 믿는다”고 말했다.

 

스탠포드대, 캘리포니아대, 프린스턴대, 미시간주립대, 듀크대 등도 이런 정보를 공개한다. 미국 대학원들은 2008년부터 박사과정의 중퇴율을 중요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미국 대학원협의회(CGS)의 역할이 크다. CGS에선 미국 전체 대학원의 정보를 분석한 책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이우창 서울대 대학원 총학생회 고등교육 전문위원은 “정보공개가 되면 문제 있는 연구환경을 학생들이 피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랩에 대한 교수진의 책임감이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 변지민 기자 h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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