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건설社, 아파트 공급과열 진화 나서

[강호인 장관 "적정수준 공급".. 업계 "내년 분양 30% 감축"] 

올해 인허가 71만가구 역대 최대

10월부터 거래감소 등 이상징후 

아파트 초기 계약률도 하락세로 

일부 전문가 "지방이 문제

수도권은 큰 문제없어" 주장도


그래픽=김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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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입지가 조금만 떨어져도 거들떠보지를 않아요."


국내 상위 10대 건설 회사인 A사는 요즘 웬만큼 수익성 있는 아파트 사업이 아니면 내부 수주(受注) 심의에서 통과를 보류한다. 이 회사가 올해 공급한 아파트는 4만가구를 넘는다. 부동산 경기가 나빴던 지난해까지 연간 공급한 아파트는 2만가구 미만이었다.


올해는 예년의 두 배 수준으로 공격적인 주택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최근 다시 몸을 움츠리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이제 쓸 만한 땅은 거의 털어먹었다"며 "요새 영업팀이 돈 될 만한 사업지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공급 과잉 논란이 지속되면서 정부와 건설 업계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 과열(過熱)을 우려할 만큼 뜨거웠던 시장 분위기가 최근 한풀 꺾인 탓이다. 주택 거래량이 두 달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아파트 초기 계약률도 소폭 낮아졌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25일 취임 후 처음 주택 업계를 만난 자리에서 "주택 인허가가 급증해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적정 수준의 공급이 바람직하다"며 구두(口頭) 개입에 나섰다. 대다수 건설사는 내년 아파트 분양 물량을 올해보다 평균 30% 넘게 줄인다는 입장이다.


매매 거래 주춤… 수요자 피로감

순풍에 돛 단듯 하던 주택시장에 이상(異常) 징후가 감지된 것은 지난달이다. 각종 지표가 나빠졌다.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이 두 달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10월은 부동산 성수기인데도 거래량이 줄어든 것이다. 10월 수도권 집값 상승률도 전국 평균 0.49%로 9월(0.73%)은 물론 비수기였던 8월(0.52%)보다 낮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실수요자의 경우 집을 살 만한 사람은 이미 많이 샀고 집값이 꾸준히 상승해 수요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공급 과잉 논란까지 터져 나왔다. 올해 연간 주택 인허가 물량이 역대 최대인 71만가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아파트 분양 물량은 올해 48만가구로 추산되는데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올해 분양 물량은 최근 3~4년 공급이 급감했던 점을 감안하면 과잉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며 "내년에 물량 조절이 안 되면 과잉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 시장에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청약경쟁률은 높아도 실제 계약률은 하락세다. 대한주택도시보증공사가 파악한 올 3분기 전국 아파트의 평균 초기 계약률(87.7%)은 2분기(92.2%)보다 4.5%포인트 떨어졌다. 수도권과 광역시는 여전히 90% 넘는 높은 계약률을 보이고 있으나 지방 중소도시는 91%에서 77%로 급락했다.


건설社 "내년 분양 물량 30% 이상 축소"

올해 모처럼 맞은 부동산 호황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격적인 분양 사업을 벌였던 건설사들도 불투명한 내년 시장을 감안해 보수적인 자세로 돌아서고 있다.


본지가 전국 상위 32개 건설사의 내년 분양 계획을 조사한 결과, 총 20만1801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계획(31만가구)과 비교하면 35% 정도 감소한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도 내년 전체 분양 물량이 34만가구로 올해보다 30% 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3만가구를 분양했던 대림산업은 내년에는 2만5000가구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가급적 리스크가 큰 자체 사업 비중은 줄이고 단순 시공만 하는 시행사업 비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올해 2만5000가구 정도 분양했지만 내년에는 30% 정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확실한 위치에 있는 사업장 위주로 분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분양성이 좋은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사업에 집중하고 지방에서는 선별 사업 전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견사인 반도건설은 내년에는 수도권 공공 택지에서도 미분양 우려가 있다고 보고 지역별 수급을 면밀하게 분석해 분양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공급 과잉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일부 지방에서 공급 과잉 우려가 있지만 수도권은 재건축 이주로 인한 멸실(滅失) 주택보다 신규 공급이 턱없이 적기 때문에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는 "이미 시장이 충분히 예측하고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너무 겁먹을 필요가 없다"며 "정부가 지역별 수급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는 게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유하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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