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운행, 구글 193만 ㎞ vs. 한국 3㎞...제도 개선 시급
美 5개 주에서 도로 주행 허용
日 도쿄올림픽에 무인차 운행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자전거를 보고 자율주행차가 저절로 멈추고 있다/현대차 제공 출처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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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콘텐츠 편집
요즘 시판 중인 고급형 자동차는 대부분 어느 정도의 자율주행 기능을 갖고 있다. 자동차가 차선을 벗어나려고 하면 진동이나 경고음으로 주의를 주는 기능은 이미 일반적이 됐다. 최근에는 아예 차선을 따라 주행하며 앞 차와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기능을 갖춘 모델도 팔리고 있다. 앞차가 정지하면 따라서 정지하기 때문에 추돌 우려가 없다.
이런 추세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대부분의 유명 자동차 회사는 십수 년 내에 주소만 입력하면 길을 찾아다니는 진짜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게 업계 분위기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자율주행차가 2050년 경 완전히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구글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 - 위키미디어 제공
미국, 5개 주에서 무인차 도로 주행 허용
자율주행차 운행을 위한 법과 제도에서 가장 선도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자동차를 한 대씩 검증해 안전성만 확인된다면 차량 운행을 승인한다. 2011년 네바다 등 5개 주는 이미 자율주행차의 일반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법제화를 완료했다. 뉴욕, 일리노이, 하와이, 뉴햄프셔, 오레곤, 텍사스, 오클라호마, 콜로라도 등 12개 주는 현재 심사중이다.
이 제도 덕분에 현재 구글이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는 73대나 된다. 테슬라도 12대를 운행 중이다. 이 밖에 메르세데스 벤츠가 5대, 폭스바겐, 델파이, 보쉬, 닛산, 크루즈 오토메이션이 각각 2대, BMW와 혼다가 각각 1대씩 운영하고 있다. 9월 현재 캘리포니아 주에서 도로 주행 허가를 받은 자율 주행 차량은 총 102대로 집계됐다.
독일의 다임러도 고속도로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하고 미국 네바다 주에서 운영하고 있다. 네바다 주는 5월 다임러 계열의 운송업체 프레이트라이너의 자동운전 트럭에 번호판을 부여했다. 네바다 주는 미국에서 자율주행차를 위한 특별 법규를 만들고 자율주행차에 특별 번호판을 부여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아우디는 자율주행차로 카레이서급 운전 실력을 갖게 만드는 ‘드라이빙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재는 스페인 카스테욜리 트랙에서 주로 테스트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실제 도로에서 운행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이런 장기간의 현장 실험 결과가 쌓여 실제 안전성 검증으로 이어지면서 자율주행차 안전성은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 구글 자동차는 지금까지 총 10여 회 사고를 일으켰지만 모두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이 운전하는 주변의 자동차가 실수로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자율주행 연구팀은 구글 블로그를 통해 “지금껏 단 한번도 딱지를 끊은 일이 없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실정은 이와 판이하다. 미국 민간 기업인 구글이 193만 ㎞라는 숫자를 쌓아 올리는 동안 우리나라의 실적은 사실상 전무하다. 22일 오전 미래부 등이 주최한 ‘미래 성장동력 챌린지 퍼레이드’에서 자율주행차가 서울 시내 도로를 3㎞ 운행한 것이 첫 번째 공식 도로주행 사례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운전자가 일반 도로에서 완전히 손을 놓은 채 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대 무인차량연구실 관계자는 이달 2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제1회 무인 기술 컨퍼런스’에서 “2013년 자율주행차를 만들어 전남 완도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실험에 성공했다”면서도 “법적인 제약이 많아 비공개로 실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심현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도로 주행이 불가능해 공항의 활주로 등을 빌려서 실험하고 있다”면서 “실제 도로에서의 돌발 상황 등은 체험할 방법이 없어 연구개발에 차질이 많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운행이 가능한 미국 5개 주. 캘리포니아, 네바다, 미시간, 워싱턴 등이 포함돼 있다. - 위키미디어 제공
日, 2020년 도쿄올림픽서 무인차 운행
최근 세계 각국은 앞다퉈 무인차 운행 허가를 내리고 있다. 자율주행차 운행에 보수적이던 영국은 2014년 무인차 운행을 허가해 올해 1월부터 누구나 무인차를 도로에 풀어 놓을 수 있게 됐다. 영국 정부는 3개 도시에서 이뤄지는 시범 주행 결과에 따라 자율주행차 운행을 위한 관련 법규를 추가로 개정할 계획이다.
유인 자동차 기술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자동차 왕국 독일은 올해 고속도로인 아우토반 일부에 무인차를 위한 시험 구간을 마련했다. 이웃나라 일본도 2017년까지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차의 시운전이 가능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시 나리타공항과 경기장·올림픽선수촌이 있는 도쿄 시내 간 고속도로에서 무인 버스와 택시를 운행할 계획도 밝혔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을 따라 최근 무인차 운행 구간을 지정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외국에 비해 매우 늦은 편이라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는 내년 2월부터 자율주행차 개발과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시험운행 구간을 설정할 방침이다. 시험운행구간은 고속도로 1개 구간(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신갈분기점, 영동고속도로 신갈-호법 분기점, 41㎞)과 일반국도 5개 구간(수원·화성·용인·고양 일부지역 320㎞)이다. 또 시범특구에 필요한 시험운행 허가 요건, 자율조향장치 장착이 가능한 특례 등도 다음달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서울과 세종시를 연결하는 새 민자 고속도로를 자율주행차가 달릴 수 있는 최첨단 도로로 조성할 계획이지만 고속도로 개통이 2025년으로 예정돼 있어 너무 늦다는 지적도 있다.
동아사이언스 대전=전승민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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